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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전 문송면을 대신해 묻는다…“이 나라는 왜 그대로인가”

기사승인 2016.12.03  07: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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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71인, 박근혜 즉각 퇴진·국회 탄핵안 처리 요구 성명서 발표

1988년 5월11자 동아일보 기사.

[라포르시안] 열다섯 살 소년 문송면은 영등포구의 한 온도계 제조공장에 일하던 노동자였다. 낮에는 공장에서 온도계에 수은을 주입하는 일을 했고, 밤에는 야간중학교를 다녔다.

환기시설도 제대로 안 되는 공간에서 최소한의 보호구도 없이 수은을 주입하는 일을 했다. 1988년 7월 2일, 열다섯 살 문송면은 '수은중독'으로 사망했다. 그해에 대한민국 사상 최악의 산업재해로 불리는 원진레이온의 집단 이황화탄소 중독 사건이 드러났다. 

어린 노동자가 수은중독으로 사망한 사건과 950여명의 직업병 피해자를 발생한 원진레이온 사건은 한국 사회가 노동자의 건강권과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노동환경 개선 필요성에 눈을 뜨게 만들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30여년이 흐른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열다섯 살 문송면이 일하던 열악한 환경의 온도계 공장, 인체에 유독한 이황화탄소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안전설비도 갖추지 않은 원진레이온 같은 곳이 여전히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올해 1월에는 경기도 부천의 핸드폰 부품을 생산하는 하청업체 2곳에서 근무하던 파견노동자 4명이 급성 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을 잃었다. 이들은 환기장치가 없는 공간에서 보호장비도 없이 고농도 메탄올을 다뤘다고 한다.

지난 5월 말에는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보수 작업을 하던 19살 청년노동자가 스크린도어에 끼어 숨졌고, 6월에는 삼성전자서비스 하청업체 노동자가 안전장치 없이 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하다 발코니 난간이 무너지면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올해만 11명이 산재로 사망했다. 지난 11월 10일 작업 중 추락사 한 40대 하청 노동자가 11번째 사망자였다. 1988년과 2016년이 다를 게 없다.

지난 5월 28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보수 작업을 하던 19살 청년노동자가 스크린도어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KBS 보도화면 갈무리.

산업재해 피해자와 직업병 환자들을 돌보고 노동자의 건강증진을 위한 학문 분야를 수련하는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71명이 지난 2일자로 성명을 내고 무능한 정권에 의해 무너진 일터의 안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동시에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국회의 조속한 탄핵안 처리를 요구했다.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71인은 "문송면 군이 억울하게 사망한지 30여년이 지난 우리사회의 모습은 여전히 참혹할 따름"이라며 "과연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그동안 우리 사회는 무엇을 했으며 작금의 이 정치적 혼란은 무엇인가, 노동자들의 숱한 죽음 앞에서 대체 무엇을 배웠는가"를 산업재해 피해자들을 대신해 물었다.

기업과 정치권력 간 정경유착의 썩은 내가 진동하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개탄했다.

이들은 "사회가 혼란스러운 중에도 국민들은 자기 일터를 소명으로 여기고 열심히 일했다. IMF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구조조정의 역풍을 맞아 마치 쓰다버린 부품처럼 실직 당했다"며 "국민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리를 지키며 일한 덕분에 경제위기를 넘긴 성과를 마치 정부와 대기업의 공으로 돌리고, 심지어 글로벌 기업이라고 하는 삼성과 비선실세 최순실이 손을 잡고 국정을 농단하고 국민의 혈세와 연금을 제 돈처럼 쓰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과 그 측근들, 그를 비호하려는 집권 여당 세력이 우리 사회의 정의와 원칙 그리고 그 근간이 되는 법도 짓밟아 뭉개버렸다"며 "국민들은 이에 100만 촛불로 맞서 퇴진을 줄기차게 외치고 있지만 국회는 여전히 각자의 주판을 두드리며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들은 두 가지를 요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과 비선 실세 국정농단에 연루된 대기업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 및 국회의 조속한 대통령 탄핵안 처리를 요구한다"며 "대통령은 모든 법과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림으로써 국민과의 신뢰를 저버렸기 때문에 이 사회의 안전보건을 더 이상 현 정부 및 대통령에게 맡길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이번 국정농단과 비리에 연루된 대기업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질 것을 요구한다"며 "노동 현장에서 스러졌으나 사측의 일방적인 보상, 진정성 없는 사과, 원인규명에 대한 방해공작을 일삼던 대기업이 정유라에게 수십억대의 자금을 지원을 했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러한 반민주적인 대기업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와 처벌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현 시국에 대한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71인 성명서]

30년 뒤 우리들의 안녕을 위해 촛불을 밝힌다.

1988년 여름은 문송면이라는 15세 소년의 죽음으로 한국사회가 열병을 앓았다. 소년은 학문에 뜻을 품고 상경하였고 자신의 미래를 그려가며 궂은 노동을 마다하지 않았던 노동자였다. 그러나 원칙과 정직함이 천대받고 편법을 관행처럼 여기던 우리사회의 음습한 갈퀴에 문송면군은 수은중독이라는 산업재해로 스러져갔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와 같은 비극을 다시는 되풀이 하지 말자는 각성이 있었고 직업환경의학회의 전신인 산업의학회가 창립되고 전문의 제도가 신설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허나 문송면군이 사망한지 28년이 지난 지금에도 우리들의 일터는 안전하지 않다.

올해 초 20대 초반의 젊은 노동자들이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을 하여 모두를 아연실색케 했다. 메탄올 중독의 영향은 그동안 너무나 잘 알려져 있었고 제대로 관리만 하면 발생하지 않았을 명백한 인재(人災)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시작으로 구의역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스크린도어에 끼어 사망했고, 삼성전자 하청 노동자가 에어컨 옥외작업 도중 추락사, 현대중공업에서는 올 해에만 14명의 사람이 산재로 사망했다. 그리고 여전히 삼성반도체 직업병 집단 발병 사례는 삼성 측의 일방적인 보상과 말 뿐인 사과, 그리고 인과관계를 밝히려는 시도에 방해공작으로 일관하고 있어 해결이 요원한 실정이다. 삼성은 영업비밀이라며 노동자들에게 공개하기 위해 만들어진 작업환경측정 자료조차 공개를 거부하는 등 자신들의 저열함과 부도덕함을 만천하에 드러냈으나, 이와는 정반대로 정유라 한 명을 위해서는 과감하게 수십억을 들여 전용 말과 승마장을 마련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문송면 군이 억울하게 사망한지 30여년이 지난 우리사회의 모습은 이렇듯 여전히 참혹할 따름이다. 그래서 우리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들은 문송면 군을 비롯한 산업재해 피해자들, 직업병으로 아파하는 환자들을 대신하여 묻는다. 과연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그동안 우리 사회는 무엇을 했으며 작금의 이 정치적 혼란은 무엇인가? 노동자들의 숱한 죽음 앞에서 대체 무엇을 배웠는가?

사회가 혼란스러운 중에도 국민들은 자기 일터를 소명으로 여기고 열심히 일했다. IMF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구조조정의 역풍을 맞아 마치 쓰다버린 부품처럼 실직 당했다. 그러나 살아남은 사람들조차도 연평균 노동시간 2113시간에 달해 OECD 1,2위를 다투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기 일쑤였다. 이렇듯 국민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리를 지키며 일한 덕분에 경제위기를 넘긴 성과를 마치 정부와 대기업의 공으로 돌리고, 심지어 글로벌 기업이라고 하는 삼성과 비선실세 최순실이 손을 잡고 국정을 농단하고 국민의 혈세와 연금을 제 돈처럼 쓰는 지경에 이르렀다.

박근혜 대통령과 그 측근들 그리고 그를 비호하려는 집권 여당 세력은 우리 사회의 정의와 원칙 그리고 그 근간이 되는 법도 짓밟아 뭉개버렸다. 국민들은 이에 100만 촛불로 맞서 퇴진을 줄기차게 외치고 있지만 국회는 여전히 각자의 주판을 두드리며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무너진 사회의 질서를 바로잡고 작금의 노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비극들이 30년 뒤에 또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일동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 및 국회의 조속한 대통령 탄핵안 처리를 요구한다. 대통령은 모든 법과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림으로써 국민과의 신뢰를 저버렸다. 따라서 이 사회의 안전보건을 더 이상 현 정부 및 대통령에게 맡길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둘째, 이번 국정농단과 비리에 연루된 대기업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질 것을 요구한다. 노동 현장에서 스러졌으나 사측의 일방적인 보상, 진정성 없는 사과, 원인규명에 대한 방해공작을 일삼던 대기업이 정유라에게 수십억대의 자금을 지원을 했다는 것이 알려졌다. 우리는 이러한 반민주적인 대기업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와 처벌을 요구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퇴진하라! 국정농단 사태를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를 처벌하라!   
     
2016년 12월 2일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일동


❐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7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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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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