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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많은 대한민국의 '성심병원'들

기사승인 2017.11.15  10: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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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내 여성노동자 비중 높지만 모성보호·성평등 사각지대로 전락

야간근무 중인 간호사.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라포르시안] 한림대의료원 산하 5개 병원에서 재단 행사에 간호사들을 강압적으로 동원해 선정적인 춤을 추게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적으로 커다란 논란이 되고 있다.

급기야 정부에서도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4일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하면서 학교법인일송학원 한림대 재단 산하 한림대성심병원, 한강성심병원, 강남성심병원, 춘천성심병원, 동탄성심병원 등 5곳과 성심의료재단 산하 강동성심병원 등 6곳을 대상으로 15일부터 수시근로감독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일이 성심병원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병원 내에서 간호사를 상대로 한 부당노동행위와 성차별적인 인권침해 행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전문의료인인 간호사에게 성심병원 사례처럼 업무와 무관한 일을 강요하고 정형화된 여성을 역할을 요구하는 병원 조직문화가 굳어진 지 오래됐다. 작년 1월 발표한 인권위의 '보건의료분야 여성종사자 모성보호 등 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실제로 그렇다.

조사결과를 보면 병원내 부서에서 마련한 회식이나 송년회 등의 자리에서 간호사가 남성 의사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춤을 추거나 장기자랑을 하도록 동원되거나 의료인이 아닌 정형화된 여성의 역할을 강요한다는 증언이 적지 않았다. 

여성이 다수를 차지하는 간호사 직종은 전문적인 간호영역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그 역할의 전문성과 중요성이 저평가되고 성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성차별이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간호사 직종에 정형화된 여성을 역할을 강요하면서도 모성보호에는 상당히 취약하다.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가 전국보건의료노조에서 올해 3~4월 전체 조합원 5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보건의료노동자 정기 실태조사의 응답자료(2만9,545명 응답)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병원은 모성보호 사각지대와 다름없었다.

실태조사에서 최근 3년내 임신출산을 경험한 여성노동자를 대상으로 임신 결정의 자율성을 파악한 결과, 응답자의 30.3%가 '자율성이 없다'고 답했다.

임신 결정의 자율성이 제한받은 이유로는 '동료에게 업무가 가중되기 때문에'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임신 중 초과근로를 경험한 비율도 48.5%에 달했고, 임신 중 야간근무를 경험했다는 응답비율도 17.9%였다.

병원내 여성 노동자는 생리휴가를 비롯해 임신 중 근로전환 요구 및 근로시간 단축, 출산전휴 휴가, 유급 태아 검진 시간 등의 모성보호 관련 법적 권리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심지어 이런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권위의 '보건의료분야 여성종사자 모성보호 등 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의 경우 법적으로 보장되는 모성권에 대해 직장에서 각각의 항목을 누릴 권리가 있음을 알고 있는지 물었을 때 출산전후휴가 및 육아휴직 제도에 대한 인지도는 각각 94.9%, 96.4%로 높았다.

반면 유급 수유 시간에 대한 인지도는 26.0%로 가장 낮았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의 인지도는 29.3%, 유급 태아 검진 시간의 인지도도 44.5%에 그쳤다.

간호사 등 병원내 여성 노동자들이 겪는 성희롱과 성폭력 등의 인권침해 수준도 심각하다. 

성심병원 재단 산하 병원에서 벌어진 그런 일이 결코 특정 병원만의 일이 아니라고 한다.

한 간호사는 "무슨 행사 때마다 항상 불려갔어요. 간호사들 오프자들이라든지 말로는 자원봉사라고 하는데 도우미라든지 그런 분들처럼 양 옆에 서 있고. 병원에 이사장이 외부 손님이 온다 그러면 협력업체가 온다고 하면 양 옆에 유닛 매니저들 수간호사들이랑 함께 또 얼굴 이쁜 애들만 데리고 가요. 양 옆에 일렬로 서가지고 오면은 '솔' 톤으로 꼭 '어서오십시오' 인사 하게끔"한다고 인권위 실태조사에서 증언했다.

병원내 행사에서 춤을 추기 위해 댄스학원까지 알아봤다는 간호사의 증언도 있다.

페이스북의 '간호사 내나무숲' 페이지에 익명의 글을 올린 한 간호사는 "(성심병원의 장기자랑 사건 같은 건)다른 병원도 마찬가지이다. 서울에 있는 모병원에서 근무하며 신규때 동기들과 송년회에 교수, 전공의, 타과 간호사들 앞에서 춤을 추어야했는데 동기들과 댄스학원까지 알아봤지만 근무시간과 맞지않아 포기했다"며 "오프에도 쉬지 못하고 동기 집에서 연습했고 송년회에서 입어야하는 옷까지 개인사비로 구입했다"고 적었다.

병원이 환자유치를 목적으로 '친절서비스 강화'라는 경영전략을 강조하면서 간호사들의 감정노동 강도는 더 세지고 있다. 그런 '친절 경쟁' 속에서 환자나 보호자, 혹은 병원 내 상급자로부터 가해지는 성희롱마저 참고 견뎌야 한다는 압박이 은연중에 가해진다. 여성 노동자를 향한 성희롱과 성차별이 구조적인 문제라는 의미다.

게다가 이런 성희롱과 성차병 행위는 병원 조직 구족에서 가장 약자인 신규 간호사에게 집중된다. 경력이 오래된 선배 간호사들은 후배 간호사기 이런 일을 겪어도 "우리 때도 다 그랬어"라는 말로 자기합리화를 하면 구조적 문제에 눈을 감기 일쑤다.

결국 이런 일을 겪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2가지 뿐이다. 부당노동행위와 인권침해를 견디거나 혹은 병원을 그만두는 거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신규 간호사의 평균 이직률은 33.9%이고, 간호사 평균 근속연수는 5.4년에 그쳤다. 노동인권이 사라진 병원의 참담한 현실이다.

전국보건의로노조가 올해 전태일재단에서 수여하는 '전태일노동상'을 수상한 건 보건의료 분야의 노동환경이 얼마나 열악한가는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인력부족으로 임신순번제가 공공연히 횡행하고 있으며 장시간노동을 시키고도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현실은 전태일열사가 분신항거로 개선하고자 했던 70년대 노동현실과 다르지 않다”며 “전태일열사 정신을 계승하여 환자존중병원, 직원존중병원, 노동존중병원 만들기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여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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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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