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노위, 주당 근로시간 '68시간→52시간' 단축 근로기준법 개정안 의결...보건업 등 특례업종 유지

[라포르시안]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보건업은 주당 근로시간 제한 규정에서 제외하는 '특례업종'에 그대로 남아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더라도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환노위는 27일 새벽 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고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50조(근로시간)는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해 놓았다.

같은 법  제53조(연장 근로의 제한)는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렇게 하면 주당 근로시간 한도는 총 52시간이 된다.

여기에 고용노동부가 2004년에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행정해석을 내리면서 주당 노동시간은 사실상 최대 68시간까지 인정해 왔다.

환노위는 이번에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법조항에 토요일과 일요일을 포함한 휴일도 '1주일'에 포함시키면서 주당 근로시간 한도를 총 52시간으로 한정했다.

문제는 근로기준법 제59조의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 업종으로 육상운송업·수상운송업·항공운송업·기타운송서비스업·보건업 등 5종이 그대로 남았다는 점이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59조에 따르면 운수업을 비롯해 금융보험업, 의료 및 위생 사업 등의 업종에 대해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를 했을 때 제53조제1항에 따른 주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하게 하거나 제54조에 따른 휴게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환노위는 개정안을 심사하면서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 적용을 받는 대상을 기존 26종에서으로 21종을 축소했다. 하지만 보건업 등 5종은 국민 생활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유지키로 했다.

‘공중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특정업종의 노동시간은 별도로 제한할 수 없다’는 게 특례업종 규정을 둔 취지이지만 실제로는 사용자를 위한 특례제도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높다.

근로기준법에 특례업종 규정을 두고 무제한 노동을 국가가 허락한 탓에 의사·간호사 등 의료인력은 과로로 내몰린다.

간호사, 전공의 등의 장시간 근무는 악명이 높다. 주당 100시간이 넘는 장시간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전공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몇 차례 있었다. 간호사들도 만성적인 인력부족 상태에서 연장근로가 일상화 돼 있으며, 심지어 시간외 근무수당을 지급받지 못 하는 열악은 근무환경에 처해 있다.

특히 보건업에 해당하는 병원 사업장에서 의사와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의 장시간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의료인력 부족 상황과 맞물리면서 의료인의 과로사는 물론 환자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환경노위원회)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4~2016년 특례업종 종사자의 과로사(뇌.심혈관계 질환 사망자) 신청은 487건에 달했고, 이 가운데 129건(승인율 26.5%)이 산재 승인을 받았다.

간호사·의사 등 보건업 종사자의 과로사 신청은 32건에 달했지만 승인된 건수는 4건에 그쳤다.

앞서부터 보건의료노조는 의료업을 노동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시킬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업에서 발생하는 연장근로는 인력부족·인수인계 환자·입퇴원 처리시스템 등이 주원인이 되고 있다"며 "인력충원·업무량 조절·인수인계 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연장근로 발생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병원계는 보건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 '의료대란'이 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작년 8월 22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개최한 ‘특례 업종별 단체 간담회’에서 박용주 대한병원협회 상근부회장은 "병원이 특례업종에 포함된 것은 환자의 생명과 국는 "간호사 인력 부족으로 인해 병동을 폐쇄하는 병원이 부지기수인 상황에서 인력확보 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시간을 줄인다면 의료공백에 따른 환자들의 불편이 크고, 의료인의 장기간 근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 가능성보다 적정 진료가 불가능한 의료파탄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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