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 내달 공식 창립...의료는 물론 건강한 환경·노동 위해 연대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 발기인 대회 모습. 사진 제공: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 발기인 대회 모습. 사진 제공: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

[라포르시안] 일본에서는 1930년부터 가난한 노동자와 농민이 진보적인 의료인들과 함께 연대해 만든 '무산자진료소'가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산자진료소는 일본 정부의 탄압과 경영난 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고,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1941년 무렵에는 모두 폐쇄됐다.

1953년 설립된 '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는 2차 세계대전 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의료인과 지역주민이 뜻을 모아 일본 각지에 만든 의료기관 연합회이다.

1953년 결성된 이래 최근까지 일본 전역의 47개 도도부현에 1만7,000개 의료기관이 가입돼 있고, 약 6만2,000여 명의 직원과 약 318만 명의 주민회원을 두고 있다.

지난 2014년 국내 발간된 '차별 없는 평등의료를 지향하며'(부제: 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 50년의 역사)를 보면 민의련은 대중운영이라는 방침 하에 개인소유 병원이나 진료소의 가맹을 금지하고 있으며, 민주적 집단의료라는 방침으로 의사를 비롯한 전 직원의 참여와 함께 ‘공동조직’이라 불리는 주민조직을 통해 주민들의 병원운영 참가도 보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의료비억제와 삭감정책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여러 제도적 틀을 활용하여 생활보호 대상자에 대한 치료를 중단하지 않고 보험료 미납으로 인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활동도 펴고 있다. 또한 독자적인 조사를 통해 일본 내 저소득층의 복지 향상을 위해서 민주단체와 함께 꾸준한 투쟁도 편다.

우리나라에도 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와 비슷한 형태의 의료기관 연대체가 조만간 등장한다.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이하 사의련)는 오는 5월 26일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한다고 11일 밝혔다.

사의련은 의료기관의 사회적, 공공적 역할에 가치를 두는 의료기관들의 연대 모임을 지향한다. 환자와 보호자, 지역주민의 참여를 통한 건강생태계 조성과 갈수록 심해지는 건강불평등의 원인을 연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활동과 실천을 목적으로 설립된다.

병의원은 물론 한의원, 치과의원, 약국, 조산원 등 다양한 요양기관이 참여한다. 

사의련은 "1980년대부터 시작된 의료협동조합 소속 의료기관들과 지역에서 주민들의 건강권과 의료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온 의원, 약국 등 의료기관들이 참여할 예정"이라며 "창립일인 5월 26일까지 100개 의료기관의 모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사의련이 추진할 주요 사업 중 하나는 '건강한 마을 만들기'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아동청소년보호사업, 장애인주치의사업, 노인돌봄사업, 정신건강사업, 노동자건강사업 등이다.

건강한 마을 만들기 사업은 지금까지 병원과 시설 중심으로 제공해온 의료서비스를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하는 '커뮤니티케어(Community Care)'와 통한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도 재가·지역사회 중심으로 각종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뮤니티케어(Community Care) 정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사의련 소속 의료기관은 지역의 다양한 복지수요와 의료자원의 원활한 연계를 위한 거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사의련은 "올해는 보건복지부 주도로 장애인주치의 시범사업이 실시되는 만큼 회원 의료기관 간 정보공유와 함께 바람직한 모델을 개발해 전국민주치의제도 실현을 위한 초석을 다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사의련이 지향하는 활동은 ▲의료기관의 민주적 운영과 합리적 의사소통 ▲생명, 평화, 인권을 존중하는 의료인력 육성 ▲건강한 마을 만들기를 위해 지역 사회와 협력하고 연대 ▲의료, 돌봄, 복지의 통합적 관리 필요성을 인식하고 실천 ▲의료 공공성 확대와 강화를 위한 의료제도 개선운동 실천 ▲건강한 환경, 건강한 먹거리, 건강한 노동 환경을 위해 연대 ▲전쟁과 대량 살상무기, 핵무기 반대 ▲탈핵 운동 지지와 연대 등이다.

사의련은 창립 취지문을 통해 "의료인들이 자신의 지역과 일터에 좀 더 집중하여 고민하고 대안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바탕으로 의료기관들의 실천적 연대를 이루어 나가면 지역 공동체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동시에 국민의 건강 불평등 해소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의료 현장에서 시작해 현장에서 해결 방안을 찾아 나가려는 노력이 절실한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사의련은 오는 14일 한빛출판네트워크 강의실에서 향후 연합회 창립과 활동에 관해 소개하는 사업설명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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