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흉부외과 등 전문의 인력 부족..."10년 안에 외과의사 수입하거나 수술받으러 외국 나가야"

[라포르시안] 고사 직전까지 내몰린 외과계의 회생 방법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24일 국회도서관에서 '대한민국 외과계의 몰락 Ⅱ-과연 돌파구는 없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외과계의 몰락을 막기 위해서는 수가 현실화와 근무환경 개선, 의료분쟁조정법으로부터 전문의 보호, 안정된 진로 확보 등의 정책적 배려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김상희·박인숙·심상정·양승조·윤소하·정춘숙·최도자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 자리에는 김형호 외과학회 총무이사, 신재승 흉부외과학회 기획홍보이사, 주관중 비뇨의학회 보험정책단 위원, 김문영 산부인과 초음파학회장, 김성호 신경외과학회 수련이사, 이국종 의과학회 특임이사, 이기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앞서 외과계 5개 학회는 작년 10월에도 국회에서 '대한민국 외과계의 몰락-이대로 둘 것인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작년 비슷한 내용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전공의 지원 기피 심화로 머지않아 의사를 수입해야 정도로 어두운 미래 ▲개선되지 않는 저수가 ▲전공의특별법 시행에 따른 전임의와 교수의 근무환경 악화 ▲의료분쟁으로 발생하는 엄청난 배상금 부담 등의 문제점이 토론회에서 거론됐다. 

장진우 신경외과학회 이사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외과 분야는 응급 질환, 중증 환자 등 생명과 밀접한 영역으로 인체의 가장 중요하며 동시에 위험인 장기를 다루는 의학 영역의 꽃 중의 꽃인데 현재는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면서 "외과계 몰락과 그에 따른 전공의 미달은 응급과 중환을 다루는 외과계의 필수 기능을 마비시키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과계의 몰락은 국민건강 증진과 보호에 중대한 위협이 되기 시작했고, 조만간 더 심각한 사회 문제를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형호 외과학회 총무이사는 외과전문의 자원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김 이사는 "학회와 복지부는 우리나라 외과 의사가 한해 180명 정도 필요하다고 예상하고 정원을 줄여왔음에도 줄어든 정원의 60~80%에 불과한 지원율을 보여 올해는 180명 중 134명만 지원했다. 더 심각한 것은 지원자 중 약 10%가 수련 기간에 수련을 포기한다는 것"이라며 "지속해서 외과 전공의 지원이 줄어들고 이보다 더 빠른 속도로 외과 전문의가 줄어들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향후 10년 안에 주요 암종과 각종 질환의 수술을 위해 외국 외과 의사를 수입하거나 수술을 받으러 외국으로 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왜곡된 의료수가를 지목했다.

그는 "외과의사가 하는 수술은 원가의 76%만 수가로 보전받는다. 수술하거나 환자를 보고 처치를 하는 것보다 검사를 내고 초음파, CT 등 고가의 검사를 해야 그나마 원가를 보전받을 수 있다"며 "복지부의 주장대로 원가보전율이 90%라고 해도 나머지 10%는 어디서 보전할 것이냐. 이런 왜곡된 수가체계는 의사, 특히 외과 의사들에게 불필요한 과잉진료를 하라고 부추기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흉부외과학회도 전문의 고갈을 심각한 사안으로 바라보고 있다. 

신재승 흉부외과학회 기획홍보이사는 "'전공의 지원 미달-전문의 부족-전문의 고령화-전문의 근무환경 악화'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흉부외과의 현실"이라며 "악순환의 원인은 힘든 전공의 과정, 높은 의료사고의 위험, 전문의 업무량의 증가, 불안한 진로 문제, 취약진료과목의 지원 부족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안전을 위한 전문의 근무환경 개선과 입원전담전문의 등 진료 대체인력과 진료보조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며 "높은 예측사망률을 가진 질병에서 의료진을 보호하기 위해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법 예외조항 포함이 필요하고, 종합병원 필수진료과목 지정 등 전문지식과 경험을 활용할 안정된 진로 확보 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뇨의학회 역시 저수가 개선을 악순환의 고리를 깰 해법이라고 했다. 

주관중 비뇨의학회 보험정책단 위원은 "고령화 사회에서의 비뇨의학과 몰락은 국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라면서 "저수가 보상은 엄밀하게 얘기하면 적은 경제적 보상을 더 달라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원가, 재료비, 인건비만이라도 적절하게 산정해달라는 것이고 이를 통해 비뇨의학과의 진료 공백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자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신경외과도 '신흥 막장'으로 떠오르며 전공의 지원자가 줄어들고 있다. 

김성호 신경외과학회 수련교육이사는 "신경외과는 전문의가 줄어들면 안 되는 진료과다. 응급환자의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고 고령화에 따른 신경질환의 치료와 수술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신경외과도 미래가 없다는 이유로 전공의들이 지원을 꺼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 이기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사진 왼쪽부터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 이기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외과학회 특임이사)도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중증외상센터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일률적인 지원을 중단하고 엄격한 평가를 통해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소수의 거점 대형 외상센터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회에 대해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는 "국회에서 의원실 주최로 열리는 토론회인데 국회의원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보좌진이라도 자리를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지금 국회에서 나온 이는 아무도 없고, 모두 어디에 갔느냐"면서 "국회의원들 눈높이에 맞춰 제작한 동영상 슬라이드가 쓸모가 없게 됐다"면서 거듭 아쉬움을 피력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마지막 토론자로 나서 정부에서도 외과계를 위한 지원책을 다방면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정책관은 "외과계 수가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 노력은 오늘(24일) 열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일부 결실을 맺었고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에도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토론회 중 외과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외과계 학회들과 정례적인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자는 제안이 나오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김우경 신경외과학회 총무이사가 "정부와 외과계학회 간 협의체를 만들어 지속랴고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를 바란다"고 제안하자 이 정책관은 "외과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외과계 학회들과 정례적인 협의체를 구성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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