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근무시간 단축만큼 적정 의료인력 확충 필요...PA간호사 채용 확대 등 편법만 난무

전국보건의료노조는 국제간호사의 날(매년 5월 12일)을 맞아 '4 out(공짜노동 out, 태움 out, 속임인증 out, 비정규직 out) 현장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사진 제공: 전국보건의료노조
전국보건의료노조는 국제간호사의 날(매년 5월 12일)을 맞아 '4 out(공짜노동 out, 태움 out, 속임인증 out, 비정규직 out) 현장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사진 제공: 전국보건의료노조

[라포르시안] 전공의의 주당 근무시간을 80시간 이하로 제한하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 특별법) 규정이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작년 12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의료인력 확충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 관련법이 시행되면서 전공의들의 줄어든 노동시간만큼 교수와 간호사 직종의 업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특별법 시행 이후 그동안 전공의에게 몰렸던 업무부담이 해당과의 교수나 간호사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특히 전공의 지원 기피가 심각한 외과계열의 경우 인력부족으로 교수들의 당직업무 부담이 크게 늘었다.

대한신경외과학회가 최근 실시한 '2018년도 전임의-교수 근무강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243명 중 94.3%가 하루 평균 노동시간이 9시간 이상이라고 답했다. 하루에 14시간 이상 근무한다고 답한 응답자도 76.2%에 달했다.

흉부외과 쪽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대한흉부외과학회가 흉부외과 교수 총 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무 시간 관련 설문조사를 보면 주당 6일 근무한다는 응답자가 48명이나 됐다. 20명은 일주일 내내 근무한다고 답했다.

한 대학병원의  외과 교수는 "가뜩이나 전공의 지원기피로 인해 인력부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된 이후부터는 교수들의 업무 부담이 엄청나게 가중된 상태"라며 "일주일에 3일이나 당직근무를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간호사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간호사는 "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된 이후부터 근무시간이 끝나면 곧바로 전공의가 퇴근하고 있다"며 "특별법 시행 이전까지만 해도 전공의가 맡아서 하던 업무가 간호사에게 모두 떠넘겨졌다.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인력확충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2018년 대한민국 간호사들이 간호사를 말한다'를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대학병원 간호사는 "전공의특별법 시행 이후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이 크게 늘었다"며 "이 때문에 병원을 사직하는 간호사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전공의특별법 시행에 대비해 의료인력 공백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일부 병원에서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PA((Physician Assistant)간호사 채용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어 의료계 내에서 이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전공의특별법 시행으로 전공의 근무시간이 단축되자 의사인력을 확충하기 보다 PA간호사 인력을 확대하는 병원이 증가하고 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은 "의사인력 부족으로 의사가 해야 할 업무를 PA간호사가 담당하고 있으며, PA간호사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PA간호사가 의사업무를 대행하는 것은 현행 의료법상 명백한 불법이며, 현장 간호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간호사가 PA로 빠져나감에 따라 경력간호사가 부족해지고 간호사 인력난이 가중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에서는 전공의에 이어 병원에 근무하는 봉직의사를 위한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우리 사회는 본인의 안전 뿐 아니라 환자들의 안전에 직결되는 의사들의 노동권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이 사실이다"며 "비록 전공의에 국한되지만 의사들의 노동시간과 노동조건을 유일하게 규정하고 있는 전공의 특별법에도 주 80시간의 고강도 노동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고, 전공의 과정을 끝낸 대다수의 전문의들은 아무런 법적 보호 장치 없이 중소병원 뿐 아니라 대형병원에서까지 주 80시간이 아니라 온콜 포함하면 사실상 쉬는 시간 없이 24시간 주 7일 근무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의사와 환자 모두가 안전한 병원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적정 의료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의사가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내린 결정은 바로 환자에게 위해가 될 수 있는 위험을 초래한다"며 "환자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예산지원이나 규제에 앞서 충분한 수의 숙련된 전문의가 최상의 상태에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확보하고 그런 환경이 담보되지 않는 의료기관에서는 진료를 금지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