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온열질환자 6500명 달해...올해 들어 사망자 2명 발생

인천의료원은 폭염으로 인한 의료취약계층의 건강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쪽방촌 등을 찾아 방문 진료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인천의료원
인천의료원은 폭염으로 인한 의료취약계층의 건강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쪽방촌 등을 찾아 방문 진료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인천의료원

[라포르시안] 장맛비가 끝나고 본격적인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열사병과 열탈진 등의 온열질환 건강피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오늘(11일)부터 남부지방에서 시작되는 폭염이 7월 셋째 주에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보했다. 최근 들어서는 기후변화로 폭염일수가 점차 길어지면서 온열질환 건강피해도 점점 커지면서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3부터 2017년까지 5년간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총 6,500명에 달한다. 이 중 54명이 일사병·열사병 등의 온열질환으로 목숨을 잃었다.

올해 들어서도 벌써 2명의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했다.

온열질환감시체계가 가동된 지난 5월 20일부터 이달 9일 현재까지 발생한 온열질환는 225명에 달한다. 이 중에서 사망자는 2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2013~2017) 온열질환 감시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총 6,500명의 온열질환자 가운데 40%(2,588명)는 논밭·작업장 등 실외에서 낮 12시부터 5시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열질환에서 소아와 노인은 고위험군이다. 최근 5년간 온열질환자 통계에서 인구 100만명당 환자수가 평균 22명인 것과 비교해 6세 이하는 41명, 65세 이상은 39명으로 2배 가까이 더 높았다.

표 출처: 질병관리본부
표 출처: 질병관리본부

국내에서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 발생 등의 건강피해가 실제보다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는 보건당국이 폭염에 취약한 환자군인 만성질환자를 통계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발생하는 온열질환자 수는 정부 통계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들의 경우 폭염으로 인해 기저질환이 악화돼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부분은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국립기상연구소에 따르면 폭염일수가 가장 길었던 1994년의 경우 폭염으로 인한 초과사망자가 3,000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보건의료 전문가는 "폭염으로 온열질환도 냉방장치를 가동하기 힘든 에너비 빈곤층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가난한 노인들이 폭염으로 인한 질병이환 및 건강악화를 훨씬 더 많이 겪을 수밖에 없다"며 "그런 점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피해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고, 제대로 된 대응책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저소득층, 특히 냉방장치를 가동하기 힘든 '에너지 빈곤층'의 건강피해가 심각하다.

에너지 빈곤층이란 난방과 보온을 위한 적절한 에너지 사용에 있어서 제한을 받는 계층으로, 일반적으로 영국의 '주택난방 및 에너지절약법(Warm Homes and Conservation Act, 2000)'에서 제시한 기준에 따라 에너지 빈곤 여부를 가른다. 영국은 겨울철 거실온도를 21℃, 거실 이외의 온도 18℃를 유지하기 위해 지출하는 에너지 구매비용이 소득의 10%를 넘는 가구를 에너지 빈곤층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에너지 빈곤으로 인한 냉난방 부족은 거주자의 건강을 훼손할 수 있으며, 특히 만성적인 감기, 기관지염, 심장질환과 같은 질병을 유발, 악화시킬 수 있다"며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과 한파 등 이상 기후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노인, 영유아와 사회적 약자가 기후변화 취약계층으로 꼽히고 있다. 에너지 빈곤층은 기후변화 취약계층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빈공층의 상당수가 폭염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246개 환경·소비자·여성단체 전문 NGO 네트워크인 에너지시민연대가 작년에 발표한 '2016년 여름철 빈곤층 에너지 주거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210가구 중 75%가 어지럼증과 두통, 호흡곤란 등의 폭염으로 인한 건강이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찜통더위를 극복하기 위한 주요 냉방시설로는 선풍기가 70%로 가장 많았고, 선풍기나 에어컨이 모두 없다고 응답한 가구도 10%에 달했다.

냉·난방 부족은 폭염이나 한파시 거주자의 건강을 훼손할 수 있으며, 만성질환이나 심장질환과 같은 질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문제는 장애인, 만성질환자, 노인 등이 있는 빈곤층 가구의 경우 폭염이나 한파로 건강상태가 더 악화되는 상태로 내몰릴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의료기관 이용 증가는 건강보험의 재정적 부담 증가와 같은 사회적 비용 유발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 보건의료 전문가는 "폭염으로 온열질환도 냉방장치를 가동하기 힘든 에너비 빈곤층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가난한 노인들이 폭염으로 인한 질병이환 및 건강악화를 훨씬 더 많이 겪을 수밖에 없다"며 "그런 점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피해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고, 제대로 된 대응책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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