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연대본부, 복지부·병원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 촉구...병원측 "신속하고 엄중하게 조사해 처리"

[라포르시안] 강원대병원에서 발생한 의사에 의한 간호사 성희롱·성추행 사건과 부실한 감염관리, 수술실 PA(Physician Assistant, 진료보조) 불법의료행위 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21일 강원대병원 본관 1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과 보건복지부를 향해 이번 사태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했다.

앞서 강원대병원 수술실 간호사들이 노동조합에 전달한 '수술실 고충'이라는 글에 따르면 이 병원 수술실에서 의사들이 간호사를 강제로 만지거나 뒤에서 껴안는 등의 성추행 행위가 지속적으로 벌어졌다. 간호사가 의사에게 수술용 가운을 입혀 줄 때 껴안으려 하거나 근무복을 입고 있을 때 등부위의 속옷 부분을 만졌다는 진술도 적혀 있었다.

의사가 수술실에서 간호사들에게 욕설과 고함을 지르며 수술 도구를 던지는 직장갑질을 저질렀다는 증언도 담겨 있었다.

의료연대본부는 "강원대병원은 성차별적이고 폭력적인 문화를 방조한 책임을 지고 공개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정부와 강원대병원은 성희롱·성추행에 대한 진상조사를 통해 가해자들을 처벌하고, 피해자와 양심선언을 한 간호사들을 보호하라"고 촉구했다.

PA 간호사 불법의료행위 논란에 대해서도 복지부의 대응을 비난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지난 7월 27일 수술실 간호사 37인이 모여 의사들의 성희롱·성추행, 갑질, 허술한 감염관리, 부당한 의사 업무 대체에 대한 내부고발 문서를 노동조합에 전달한 이후 강원대병원과 복지부는 계속해서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며 오히려 내부고발자 색출에 집중하고 있다"며 "오늘 기자회견은 이 양심적 간호사들의 용기를 지지하며 앞으로의 사태 해결을 위해 강원대병원과 복지부·교육부에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연대본부는 "성희롱과 폭언을 묵인하며 안에서부터 썩어 곪아터진 강원대병원의 폭력적인 문화를 사실상 방조해 온 병원경영진은 뻔뻔스러운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며 "병원은 즉각 진상조사위를 만들어 성희롱과 폭언에 가담한 가해자들을 처벌하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보호대책을 발표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PA 간호사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의료연대본부는 "복지부는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수술실에서 간호사의 수술봉합 행위는 의료법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고 했다. 복지부의 입장은 현재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PA간호사 몇 명의 처벌로 이 문제를 덮으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복지부 차원의 실태파악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의료연대본부는 "복지부는 의료행위를 강요받은 PA 간호사들이 양심의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불법행위를 강요하고 방치한 강원대병원의 경영진을 처벌해야 한다"며 "간호사 및 의사부족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과 함께 부실한 감염관리에 대해 조사하고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종원 강원대병원분회장은 성희롱과 의사들의 갑질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병원 측이 무책임하고 무성의하게 대응했다고 규탄했다.

오종원 분회장은 "2008년에도 지금과 같은 문제로 대자보가 붙었고 그 때도 병원은 '이제는 개선해 나가겠다, 이제는 달라질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도 똑같은 부서에서 똑같은 고충 얘기한다"며 "단 한명의 갑질 교수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교육부와 강원대병원이 다수의 의료진이 문제가 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PA 문제에 대해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용욱 대전협 정보통신이사는 기자회견에서 "보건의료노조의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PA는 전국적으로 총 1만명 정도로 추산되며, 이들은 수술, 처치, 환부 봉합, 진료기록지 작성, 동의서 설명 등 의사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며 "PA는 우리나라에서 정의된 적도 없는 직군으로 PA라는 이름 자체가 간호사, 혹은 간호사 자격증이 없는 자들로 하여금 마치 그 이상의 일을 할 수 있는 직군이라는 인상을 줘 불법행위를 보다 편리하게 지시하고, 환자를 속이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정용욱 정보통신이사는  "당국은 불법을 합법화하겠다는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을 스스로 자행하겠다는 황당한 발상에서 벗어나 불법행위의 단속과 해결에 대한 즉각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전공의가 없어서 수술을 못한다거나 의사가 부족하니 의대정원을 늘리자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기 전에 기피과 전문의들이 왜 병원에서 소신을 지키며 배운일을 하고 있지 못한지, 병원 내 의사인력이 어떻게 하면 늘어날 지에 대해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강원대병원은 21일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고 신속하고 엄중하게 진상조사를 벌여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병원은 "최근 수술실 간호사들이 고충처리위원회에 제기한 문제와 관련해 그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내부규정에 따른 절차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고충처리위에서는 수술장 내에서 일부 부적절하게 이뤄지던 폭언과 성희롱 등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며, 불합리한 업무 처리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도출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역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병원은 또 "허점을 보였던 일부 수술실 감염 예방에 대해서는 이미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으며, 이를 더욱 공고히 함으로써 직원 및 환자의 생명과 안전에 어떠한 문제도 발생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제기된 문제에 대해 신속하고 공정하며 엄중하게 조사하고, 그 결과는 병원의 규정과 사회인식의 수준에 맞추어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처리할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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