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학회는 "양성화 필요" ↔ 의협·전공의협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 조장"

[라포르시안] 합법적인 진료보조행위와 불법인 무면허 의료행위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강원대병원에서 PA(Physician Assistant) 불법 의료행위 논란이 불거지자 "PA는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는 제도"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직역간 업무범위가 모호한 행위들에 대해서는 관련 단체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구체적 업무범위와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곽순헌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당시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강원대병원 수술실에서 간호사의 수술 봉합 행위가 적발된 사건을 계기로 전공의협의회와 협의체를 구성해 법령이 명확하지 않아 애매한 상태로 존재하는 회색지대를 정리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병원에서 운영하는 PA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의미여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곽 과장의 발언이 있고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협의체 구성에 대한 합의조차 이루지 못했다. 

협의체 참석 대상인 대한의사협회는 엉거주춤한 상태이고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병원에서 불법적으로 운영하는 PA 문제부터 우선 해결하라며 버티고 있다. 

곽순헌 과장은 지난 18일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의협은 '내부 논의 중이니 기다려달라'고 하고 대전협 측은 PA 실태조사 및 단속과 처벌이 선행돼야 한다는데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 협의체 구성 논의가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곽 과장은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열쇠는 그쪽에서 쥐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병원계는 전공의 주 80시간제 수련규칙 시행 이후 의사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진료보조행위의 불법과 합법 경계를 명확히 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재촉하고 있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PA를 채용하는 사례도 급증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전국 국립대병원 PA 현황' 자료를 보면 서울대병원 등 전국 10개 대학병원의 PA 수는 2013년 392명에서 2015년 606명,  2017년 897명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부족한 의사 일손을 메꾸는 대안으로 PA를 양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종혁 대한정형외과학회 이사장은 지난 18일 국제학술대회가 열린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무자격자 대리수술 문제를 언급하면서 "대리수술을 근절하려면 PA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 수련규칙이 시행되면서 업무 공백이 크다. 사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는 PA가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그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명확히 규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한심장학회는 심초음파 검사 전면 급여화에 대비해 보조인력 인증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혀 의료계 내부에서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보조인력 인증제도는 간호사와 의료기사 등 자격을 갖춘 인증기관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인증받은 보조인력(소노그래퍼, Sonographer)이 심초음파 인증의의 관리 감독 아래 심초음파 검사를 진행할 수 있게끔 허용하는 내용이다.

이런 계획이 알려지자 의료계에서는 심장학회가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고 있다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대한의원협회는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학술적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는 학회는 전공의 교육기회를 박탈하고 의료의 질 저하를 유발하는 PA 제도를 오히려 적극 반대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PA 제도 양성화를 주장하는 것은 교수로서의 지위를 포기하고 병원경영자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또는 병원경영자 흉내를 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전협도 공식 입장을 통해 "질 관리를 목적으로 간호사, 의료기사 등 의사가 아닌 진료보조인력에게 심초음파검사 인증제를 도입하겠다는 심장학회의 행보는 심초음파에 대한 전공의 수련기회를 박탈하고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는 데 앞장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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