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협, 국회서 공공의료 활성화 토론회 개최..."민간 의료인력·인프라 활용해야" 주장

[라포르시안] "정부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고 실효성의 의심을 받는 공공의료대학을 서둘러 추진할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에 기여하는 민간의료기관의 역할을 인정하고 민간의료기관이 자발적으로 공공의료 영역의 서비스를 확대하도록 유인책을 펴야 한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의과대학이 생긴다고 지역의 의료서비스 수준이 발전하느냐. 지금 전남북도에 의과대학이 4개나 있고 지방의료원도 있고 좋은 사립병원도 많다. 우수 인력을 확충하고 시설과 장비를 개선해서 수도권과 격차를 줄이면 된다." (김세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다른 현실적인 방법이 있는데 왜 굳이 공공의료대학을 설립하려는지 답답하다. 정부는 지금 절대 안 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의과대학을 커피숍 만들 듯 뚝딱 할 수는 없다." (박인숙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지난 26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자유한국당 김세연·박인숙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대한의사협회가 주관한 가운데 열린 '바람직직한 공공의료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나온 의료계와 야당 의원들의 발언이다. 

토론회를 주최한 의원들이 소속된 당과 주관 단체의 그간 행적에서 알 수 있듯 이날 토론회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의료대학 설립에 반대하는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열렸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토론회에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학용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이명수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정진석 의원 등이 총출동했다.  

인사말하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 대표.
인사말하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 대표.

주제발표도 일방적인 구성이었다. 3명의 발표자 중 이건세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를 제외한 2명의 발표자가 공공의료대학 신설에 반대하는 논리를 폈다. 

이 가운데 강석훈 한국의대의전원협의회 전문위원은 '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의 문제점으로 졸업생 수(49명), 양성 기간(전문의 자격 취득까지 최소 11년 소요), 10년간 의무복무 규정의 위헌 소지 등을 지적했다. 

서경화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대안'으로 민간의료 역할 확대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반대 의견이 잇따랐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공공의료대학이 공공의료 인력 확충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꼭 선행되어야 할 과제라고 보지 않는다"며 "공공의료 인력을 꼭 공공의료대학을 통해 양성해야 하느냐. 그보다는 지금의 대학에서 공공성에 대해 어떻게 교육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해영 의협 법제이사(변호사)는 공공의대의 위헌성을 문제삼았다. 

김 법제이사는 "공공의대 설립 관련 법률안에서 10년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은 의무복무자는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고, 면허가 취소된 날부터 10년 이내 면허를 재발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헌법 제15조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 공공의대 설립 반대 논리 조목조목 반박 

주제발표에 이어 본격적인 토론이 진행되면서 당초 의도(?)와 달리 공공의대 설립 필요성이 점점 두드러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일방적인 분위기는 신성식 중앙일보 기자의 발표순에서 뒤바뀌기 시작했다. 

신성식 기자는 "(우수한 의료인력을 적극 유치하는 게 의대 신설보다 더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하는데) 지방에 의사들이 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 그래서 공공의대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기자는 "공공의대를 신설해도 서울에 두어선 안 된다. 반드시 지방에 두어야 하고, 그런 측면에서 남원에 설립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공공의료 마인드를 갖춘 의사를 양성하고 중간에 빠져나오지 않도록 하고 공공보건장학제도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정준섭 보건복지부 공공의료정책과장은 공공의대 설립 반대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 과장은 "공공의료대학 설립에 반대하는 논리로 네 가지가 나온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지 말고 기존 의대를 활용하라. 정원 49명으로 공공의료 인력 부족을 메꿀 수 없다는 정책적 무용론도 있다. 의무복무 이행과 미이행 시 면허취소 부분에 대해서는 위헌적이라고 지적한다"고 나열했다.  

정 과장은 "우선 기존 의대 활용론은 가능하다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전제하며 "지금 전국에 10개 국립의대가 있고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며 "그러나 이들 국립의대 가운데 '지역의료'를 교육 목표로 표방하는 곳은 없다보니 공공의료를 선도하고 지역의료와 연계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역에 의료인력을 파견하는 일을 들었다. 

정 과장은 "이들 국립의대에서 지역에 인력을 파견해야 하는데 협조가 안 된다. 상당히 많은 대학이 지역사회에서 해야 할 공공적 역할을 하지 않는다"며 "지역에서 장기간 근무하며 의료를 제공할 의사를 양성하지 못한다. 그런 측면에서 공공의대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최소 113명의 교수를 채용해야 하는 등 교수 운용과 시설 확충 비용 등 불가피한 예산이 투입되는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이 낭비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정원 49명으로는 공공의료 인력 확충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동의했다. 

정 과장은 "시민단체에서는 200~300명은 되어야 한다고 하고 서울대 연구에 따르면 당장 560명, 전체적으로 2,000명 이상 부족하다고 한다"면서 "결국 공공의대로 부족 인력을 모두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공공의대에서는 선도하는 핵심인력을 양성하고 지방 의대에서 의사 파견을 확대하고 지방인력의 처우 개선을 병행해서 많은 인력이 공공의료에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년 의무복무 규정이 과도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관련 기사: 국립공공의대 벤치마킹 모델 日 자치의대, 졸업생 '9년 의무복무' 이행률은?>

정 과장은 "유사한 사례인 일본 자치의대는 9년이다. 또 국내의 경우 군법무관은 10년, 공군 조종사는 15년간 의무복무 해야 한다"며 "그런 관점과 의사 자격의 사회적 중요성을 생각할 때 10년 의무복무면 충분하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도 10년 의무복무는 과도한 침해가 아니라고 한다. 법률에 근거를 두고 시행한다면 위헌요소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의무복무 불이행 시 면허를 취소하고 10년간 재교부를 제한하는 부분은 복지위의 법률안 논의 과정에서 합리적인 안으로 조정해줄 것으로 여긴다. 정부에서도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남원시의회 의원·지역민들 "우리의 절박한 사정 알아달라" 호소

윤지홍 남원시의회 의장
윤지홍 남원시의회 의장

이어진 질의응답 순서는 남원시의회 의원과 국립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범대책위원회가 적극 나서 공공의대 설립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남원시의회 의원과 범대위 소속 남원시민 30여명이 전세버스를 타고 상경했다.

이들은 열악한 지역의료 인프라 개선을 위해 공공의료대학이 꼭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남원시의회 윤지홍 의장은 “오늘 토론회 참석을 위해 의회 의원들이 모두 올라왔다”면서 “공공의대는 서남대를 대체하는 대학이라기보다 정말 필요한 대학이다. 남원은 7개 시군을 걸치고 있어서 남원에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 의장은 “경증질환은 민간의료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심뇌혈관질환 등 중증질환은 민간의료로 해결할 수 없다"며 "게다가 남원의료원은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우리의 절박한 사정을 알아달라”고 당부했다. 

소한명 범대위 집행위원장은 “지역에서는 의사 한 명도 필요하고 소중하지만 오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하는) 의협 등 다른 단체와 충돌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면서 “공공의대는 남원시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49명으로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도 없다. 지역 이기주의로 몰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굳이 남원이 아니라도 공공의대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남원시의 유일한 공공의료기관인 남원의료원의 열악한 실태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남원의료원지부 정상태 지부장은 “지금 남원의료원에서 유일하게 운영하는 산모보건의료센터는 정부 지원이 끊기면서 의사 인력 축소를 논의하고 있다"며 "또 반드시 기능을 유지해야 하는 응급의료, 중환자실, 응급수술실 등은 일한 의사가 없다. 지방의료원들은 지금 인력난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공공의대가 설치되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주현수 전 서남대의대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며 공공의료가 강화 필요성을 피력했다. 

주 교수는 “해부학 시험을 앞둔 어느 날 아침 한 학생의 부모한테 전화가 왔다. 아들이 ‘어머니, 아버지 저 먼저 갑니다’라는 전화를 한 이후 연락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취방을 수소문해 119를 보냈는데 심장을 칼로 찔러 출혈이 심한 상태였다"며 "흉부외과 전문의가 있어서 응급조치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남원의료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기적처럼 한 대학병원 흉부외과 의사가 2개월 간 (남원의료원에서)파견근무 중이었다. 결국 그 학생은 목숨을 건졌고 전문의 수련까지 받고 의사 생활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주 교수는 “나라에서 꼭 지켜줘야 하는 것이 국민의 생명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각에 남원의료원에 그런 학생이 간다면 그때 그 학생과 같이 생명을 구할 수 없다"며 "일상적으로 그런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박인숙 의원은 이날 토론회 마무리 발언에서 "오늘 토론회 방향이 약간 그렇게 됐다"며 바뀐 분위기를 인정했다.   

박 의원은 "지방의료원 너무 열악하다는데 민간이 못 하는 것을 하는 것이 공공의료다. 지방의료원에 예산을 팍팍 지원해 의사들이 가게 해야 한다"며 "이들이 의대 협력병원 교수 신분이 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기존 의대에 공공의료학과를 만들어 정원도 늘리고 지방의료원 지원 늘리면 더 빨리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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