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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수술실의 PA, 이익 좇아 전문의 양성 포기하겠다는 것

기사승인 2018.12.13  09:3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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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 무면허 의료행위 관련 의사 무더기 고발...전공의·PA 등 값싼 노동력 갈아넣기에만 골몰하는 병원들
"우수한 의사인력 양성이라는 본연의 목적 상실...수련병원 간판 떼야"

[라포르시안] 마침내 터질 게 터졌다. 한 의사단체가 진료보조인력(PA)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한 혐의로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을 한꺼번에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이 조사를 거쳐 기소 여부를 결정하면 병원계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지난 11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PA 불법의료 신고센터'에 접수된 제보 중 사실관계가 비교적 명확하고 행위의 불법성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상급종합병원 2곳에 소속된 의사 20여명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병의협에 따르면 이번에 고발된 2개 병원 소속 의사들은 PA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하고 방조한 의료법위반교사죄 혐의다.

고발된 의사들이 근무하는 곳은 서울의 '빅5' 병원 중 2곳으로 파악됐다. 

2개 병원 중 A병원은 혈액내과에서 혈액 및 종양성 질환의 진단을 위해 시행하는 침습적 검사인 골막 천자를 통한 골수 흡인 및 조직검사를 의사가 하지 않고 PA인력이 시행한 의심을 사고 있다.

A병원 심장내과와 소아심장과에서는 심장초음파를 의사의 입회 없이 간호사나 방사선사가 단독으로 시행하고 있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PA가 심장초음파를 시행한 후 결과까지 입력하고 의사는 추후에 형식적으로 서명만 했다는 내용도 제보됐다.

병원의사협의회는 "골막 천자는 골반뼈에 직접 구멍을 내고 기구를 삽입해 골수를 채취하는데 그 과정에서 골반내 장기들이 직접적으로 손상될  위험이 있고 시술 이후 어지러움증이나 통증, 출혈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시술자의 면밀한 주의가 요구된다"며 "이렇게 위험한 침습적 시술을 의사가 하지 않고 진료보조인력이 시행하는 것은 절대로 납득이 되지 않는 심각한 불법행위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B병원에서는 외과 수술실에서 의사가 아닌 PA가 대부분의 봉합 행위를 한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병원의사협의회는 "모든 봉합 행위를 PA가 전담하는 수준이라면 PA의 수술 참여 범위가 매우 넓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면서 "이런 행위는 국민적인 공분을 샀던 대리수술과 다를 바 없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문제는 병의협에 제보된 PA 무면허 의료행위가 2개 병원 외에도 수도권의 다른 대형병원에서도 성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병의협이 운영하는 PA 불법의료 신고센터에는 2곳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병원의 사례도 상당수 제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병의협 관계자는 "2개 병원 외에도 다른 빅5 병원에서도 PA의 무면허 의료행위 관련 제보가 접수됐다"며 "향후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회를 상대로 PA 무면허 의료행위의 심각성을 알리고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PA 제도화 필요하다는 대형병원·학회들

이번 사태가 보건복지부에서 PA 제도화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거져 병원계는 물론 보건당국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8월 강원대병원에서 간호사의 수술 봉합 행위가 적발되자 "PA는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는 제도다. 해당 간호사의 행위는 의료법 위반으로, 엄중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춘천시보건소는 강원대병원이 PA 수술 봉합으로 논란이 되자 담당 의사와 수술 부위 봉합 행위를 한 간호사의 행정처분을 의뢰하는 동시에 경찰에 추가적인 수사를 의뢰했다.

특히 복지부는 강원대병원 사건을 계기로 PA 제도화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PA 실태조사를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했으며, 의료계 단체와 제도화 논의를 추진하고 있다.

PA 제도화 논의에는 전공의특별법에 따라 주 80시간제가 시행되면서 심각한 의사인력 부족에 직면한 대형병원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그동안 대형 수련병원들은 경영 논리에 따라 부족한 전문의를 확충하기보다 인건비가 싼 전공의를 활용해 진료업무 공백을 메워왔다.

그러나 전공의들이 주당 100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시달리면서 환자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주당 근무시간을 제한하는 관련법이 시행되자 다른 대안으로 PA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앞서부터 많은 대학병원에서 전문간호사 등을 PA 인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전국 국립대병원 PA 현황' 자료를 보면 서울대병원 등 전국 10개 대학병원의 PA 수는 2013년 392명에서 2015년 606명,  2017년 897명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국립대병원 뿐만 아니라 사립대병원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주요 수도권 사립대병원들이 수술실 업무를 중심으로 PA 간호사를 활용하고 있다.

심지어 대한심장학회는 심초음파 검사 전면 급여화에 대비해 PA 인증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혀 의료계 내부에서 거센 반발을 샀다.

대형병원과 일부 학회를 중심으로 PA 제도화 필요성이 제기되자 의사사회, 특히 전공의들의 반발이 거세다. PA 제도화가 환자 안전은 물론 전공의의 정상적인 수련환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주최로 열린 '전공의를 위한 심장초음파 강좌' 교육 모습. 수련병원에서 심초음파 술기 교육을 받기가 힘들 환경 탓에 대전협이 주최하는 심초음파 강좌에는 전공의들의 참가 신청이 쇄도한다.

"수련교육 부실화 외면한 채 경영논리만 앞세우는 병원들" 

실제로 그런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병동 입원환자의 주치의 역할부터 각종 행정업무와 잡일 등을 소화하다보면 임상술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갖기가 힘들다. 수술실에서도 경험이 많은 PA에 밀려나면서 3~4년의 수련기간 동안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임상술기를 익히지 못한 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수련 과정에서 초음파와 내시경 등의 임상술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내과 전공의, 수련 기간 동안 백내장 수술을 한 번도 집도해보지 못한 안과 전공의, 맹장수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외과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의사가 적지 않다.

한 대학병원 전공의 A씨는 “병원에서 수없이 많은 심초음파검사가 이뤄지나 일부 본인 시간을 내어 교육을 하는 지도전문의 외에는 체계적인 심초음파 교육은 이뤄지지 않는다"며 "매일 여러 방에서 심초음파가 돌아가지만 순환하며 담당하는 전문의 1명 말고는 대부분 소노그래퍼라고 불리는 직종에 의해 검사가 이뤄진다. 전문의는 판독만 하는 현실이라 심초음파 역시 전문의에게 배우지 못하고 타 직종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상황”이라고 전했다.

결국은 수련병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의사인력 양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학병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지정을 받아 학습과 실습을 목적으로 대학의 부속기관으로 설립된 병원이기 때문에 의료기관과 교육기관이라는 두가지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런 곳에서 경영 논리를 앞세워 적정 의사인력을 충원하기보다 PA를 통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수행토록 하고 전공의의 임상술기 교육 기회를 뺐는다면 수련병원의 교육기능은 부실화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의료의 질 저하를 초래해 환자안전을 위협하게 된다.

PA를 활용하는 것이 당장은 병원 경영에 도움이 될 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우수한 의사인력을 양성해야 하는 수련병원으로서 기능을 잃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공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이 참여하는 학회에서 PA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자기 부정'이나 다를 바 없다. 

게다가 대형병원들은 적정 의사 인력을 확충하지 않은 채 인건비가 싼 전공의 인력에 의존해 몸집부풀리기 식의 병상 확대를 벌여왔다. 그래 놓고 더는 전공의 노동력을 갈아넣는 시스템이 힘들어지자 PA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분위기를 몰아간다.

대한의원협회는 "학술적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는 학회는 전공의 교육기회를 박탈하고 의료의 질 저하를 유발하는 PA 제도를 오히려 적극 반대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PA 제도 양성화를 주장하는 것은 교수로서의 지위를 포기하고 병원경영자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또는 병원경영자 흉내를 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궁극적으로는 병원이 적정 의사인력을 확충할 수 있는 구조로 가야 한다.

대전협은 “PA 제도화가 아니라 의사인 전공의가 환자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이들의 잡무비율을 줄이는 것, 입원전담전문의 등 의사 인력을 더 고용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사실상 중증질환 치료를 위해 난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하라고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하는 건데, 의사 인력을 충분히 고용하기에 앞서 전문간호사제 활성화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병의협 관계자는 "전공의를 제대로 교육하지 못하고 PA를 활용하겠다는 병원을 과연 수련병원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수련교육의 부실화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당장의 경영논리를 앞세워 PA를 제도화하자고 주장하는 건 정말로 한심한 노릇"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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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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