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규칙에 '금지된 괴롭힘 행위' 구체적으로 명시·사내 해결절차 담아야

병동 근무 중인 간호사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병동 근무 중인 간호사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라포르시안] 간호사의 '태움' 등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을 앞두고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항을 담은 매뉴얼을 마련했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7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시행을 앞두고 지난 21일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을 발표했다.

'태움 금지법'으로도 불리는 개정 근로기준법은 지난해 2월 서울아산병원 故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 이후 간호사 태움 문화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입법이 추진됐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했다.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과 발생 시 조치에 관한 사항 등을 정해 취업규칙에 필수적으로 기재하고 사업장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작성·변경한 취업규칙을 법 시행 전에 신고해야 한다. 취업규칙을 신고하지 않으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고,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사실을 신고받거나 인지하면 지체없이 조사하고 직장 내 괴롭힘이 확인되면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하거나 피해를 주장한다는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은 처우를 해선 안 되며,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번에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에는 어떠한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매뉴얼에는 직장 괴롭힘 측정도구인 'KICQ'(Korean Interpersonal Conflict Questionnaire)와 일본·호주 등 해외 매뉴얼 등을 바탕으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포섭될 가능성이 있는 행위를 예시해 놓았다.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행위로는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 능력이나 성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조롱함 ▲정당한 이유 없이 휴가나 병가, 각종 복지혜택 등을 쓰지 못하도록 압력 행사 ▲정당한 이유 없이 부서이동 또는 퇴사를 강요함 ▲신체적인 위협이나 폭력을 가함 ▲욕설이나 위협적인 말을 함 ▲다른 사람들 앞이나 온라인상에서 나에게 모욕감을 주는 언행을 함 ▲의사와 상관없이 음주·흡연·회식 참여를 강요함 ▲업무에 필요한 주요 비품(컴퓨터, 전화 등)을 주지 않거나, 인터넷·사내 네트워크 접속을 차단함 등을 제시했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예시. 출처: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예시. 출처: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

제시된 유형 중 상당수는 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간호사 태움 문화와 유사하다.

작년 1월 대한간호협회가 보건복지부와 함께 실시한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결과를 보면 직장내 괴롭힘을 겪은 간호사들이 꼽은 구체적 사례로 ‘고함을 치거나 폭언하는 경우’, ‘본인에 대한 험담이나 안 좋은 소문’, ‘일과 관련해 굴욕 또는 비웃음거리가 되는 경우’ 등을 꼽았다. 

또한 전국보건의료노조가 실시한  ‘의료기관내 갑질문화와 인권유린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간호사의 경우 '휴게시간을 전혀 보장받지 못한다'는 응답이 54.5%에 달했다. '휴게시간 일부만 보장받는다'는 응답이 37.9%였고, '휴게시간을 100% 보장받는다'는 응답은 5.9%에 그쳤다.

간호사 10명 중 7명은 정해진 시간보다 더 일찍 출근하고 퇴근시간보다 더 늦게 퇴근하고도 시간외수당을 지급받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근로기준법이 시행에 들어가면 이 같은 행위는 앞으로 직장내 괴롭힘으로 신고할 수 있다. 만약 이런 행위가 발생했을 때 병원장 등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처벌을 받게 된다.

병원을 비롯한 각 사업장(상시 근로자 10인 이상)은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에 들어가기 전까지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과 발생 시 조치에 관한 사항 등을 정해 취업규칙에 필수적으로 반영하고 이를 사업장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신고해야 한다.

취업규칙에는 ▲금지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고충상담 ▲사건처리절차 ▲피해자 보호조치 ▲가해자 제재 ▲재발방지대책 등을 명시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병원도 앞으로는 직장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는 내부 절차와 관련 전담부서 등을 설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사업장이 참고할 수 있도록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취업규칙 표준안'도 마련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올해 1월 근로기준법이 개정되어 기업들은 7월 16일까지 직장 내 괴롭힘을 없애기 위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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