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펠코스키(로슈 맞춤의료 센터 항암 부문 총괄)

[라포르시안] 전 세계적으로 환자 개인별 맞춤형 진단 및 치료가 의료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환자의 치료 반응과 질병에 대한 예측을 보다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차세대 염기서열분석, 바이오마커 등의 정밀의료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다국적 제약기업 로슈는 폐암, 유방암, 혈액암 등 다양한 암 치료 분야에서 유전자 변이를 표적하는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바이오마커 발굴과 활용을 선도하고 있다. 임상 데이터, 환자 개개인의 유전체 데이터, 리얼 월드 데이터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암 환자와 의료진에게 맞춤화된 최적의 치료 옵션을 제시하는 맞춤의료 구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슈 맞춤의료센터의 항암 부문 총괄 브라이언 펠코스키(Brian J. Pelkowski)를 만나 글로벌 맞춤의료 전략과 한국 맞춤의료 시장 발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다.

- 정밀의료가 제약업계 주요 아젠다로 주목받고 있다. 이렇게 정밀의료·맞춤의료가 중요해지는 이유가 뭔가.

“헬스케어 산업에서 데이터의 양은 2년만 지나도 2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 정부에서도 최근 4차 산업 혁명의 성공을 위한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정밀의료를 꼽고 있는데, 헬스케어 산업에서 이러한 방대한 데이터의 축적은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를 제시해 주고 있다. 임상연구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 의료 현장에서 축적된 리얼 월드 데이터, 환자 개개인의 유전체 정보, 영상의학 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면 우리는 좀 더 구체적으로 환자 개개인 및 질병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 의료 옵션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데이터의 통합 및 분석은 전 산업에 걸쳐 새로운 기회를 낳고 있고, 제약 산업에서도 이러한 ‘데이터 혁명’이 주는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그렇기에 최근 데이터에 기반 한 정밀의료 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향후에는 주요 임상 진행에 정밀의학을 적용함으로써 향후 환자별 특성에 맞춰 예방과 치료를 진행하거나 개인별 부작용을 감소시킬 수 있는 안전한 치료법이 개발될 것으로 전망한다.”

- 정밀의료 핵심은 데이터의 가치와 중요성이라고 생각하는 데.

“전통적으로 제약산업에서는 의약품을 개발하고, 그 효능을 지속적으로 검증해 가는 임상연구 데이터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실제 임상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환자 수는 제한되어 있다. 90%가 넘는 환자들은 여전히 임상연구 영역의 바깥에 놓여 있다. 이러한 환자가 실제 의료 현장에서 어떤 치료를 받고 있고, 그 치료의 효과가 어떠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는 것도 임상연구를 수행하는 것만큼이나 의미 있는 일이다. 

유럽 국가만 보면 전체 국가의 절반에서 전자건강기록시스템이 구축돼 실제 의료 현장에서의 리얼 월드 데이터셋(보험 청구 기록)을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양한 데이터셋을 통합하고 분석하면 평균적으로 1년에 1~2번 병원을 방문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진단할 때보다 훨씬 개인화되고 정확한 정보와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다. 환자는 데이터가 수집되는 병원 안에서보다 병원 밖에서 훨씬 많은 시간을 보내고, 병원 밖에서의 치료 과정에서 보다 다양한 증상이나 경과를 경험하게 된다.”

- 로슈가 데이터를 이용한 치료 분야에서 갖고 있는 강점은.

“두 가지 측면의 강점을 말할 수 있다. 맞춤의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특정 약물에 대한 환자의 치료반응을 예측해야 하기 때문에 제약과 진단 두 분야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로슈는 그룹 내에 진단사업부(로슈진단)와 제약사업부(한국로슈)를 통합 운영하면서 진단에서 치료 및 모니터링에 이르는 전 주기에 걸친 통합적인 연구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로슈는 일찍부터 맞춤의료의 실현을 위한 ‘데이터 혁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이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와 파트너십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암 유전체 프로파일 검사를 통해 암 환자들에게 최적화된 맞춤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파운데이션 메디신과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암 환자의 전자건강기록에 기반 한 암 치료 관련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플랫아이언 등 혁신 기업 인수를 통해 유전체 정보와 리얼 월드 데이터를 실현하고 있다.”

- 환자 데이터 관련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제기된다. 해외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사실 환자 데이터에 대한 보호 및 규제 상황은 국가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독일은 개인의 동의 아래 비식별 정보 같은 경우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갖추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러한 중요성을 인지해 비식별 정보에 대해서는 공유할 수 있도록 법률을 재정비하고 곳도 있다. 사실 데이터가 없다면 우리가 원하는 환자를 위한 최적의 맞춤 의료를 구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사실 데이터가 본질이 아니라, 데이터에서 추출할 수 있는 인사이트가 맞춤의료 결과를 개선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능력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전제가 되는 게 개인정보보호 제도이다.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법적 제도가 갖춰져야지만 데이터가 의미 있게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개인정보 이슈를 극복하는 건 로슈뿐만 아니라 전 세계 헬스케어 산업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 각 국가별 보건당국에서 의료 정보 공유와 활용에 대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정밀의료의 실현에 있어서 주요 과제라고 본다.”

- 한국이 갖고 있는 정밀의료 인프라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 정부의 리더십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 4차 산업혁명의 큰 그림에 정밀의료를 포함 시킨 정부의 리더십은 한국이 향후 정밀의료를 실현하는 데 있어서 갖고 있는 강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강점은 그 동안 한국이 보여준 기술 분야에 있어서의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세계 어떤 나라보다도 우수한 IT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 및 플랫폼 기술에 기반 한 맞춤의료의 구현을 빠른 속도로 이룰 수 있는 국가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로슈 본사 차원에서도 한국을 맞춤의료 분야에 있어서의 주요 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다.”

- 로슈가 그 동안 쌓아온 성과와 암 치료제 개발 분야에서 나아갈 방향은.

“로슈는 특히 암 치료 분야에 있어서 다양한 유전자 변이를 표적하는 표적항암제를 개발하며, 일찍부터 환자 개개인의 바이오마커에 기반 한 치료 옵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일례로 폐암 분야에서는 ALK 유전자 변이를 표적하는 알레센자, EGFR 유전자 변이를 표적하는 타쎄바, ROS유전자 변이를 표적하는 엔트렉티닙 등 다양한 유전자 변이를 표적하는 표적 항암제를 연구개발해 왔다. 종양의 타입과 환자들의 유전체 정보는 너무나 다양하고, 맞춤의료가 진화할수록 단순히 모든 환자 집단을 타깃으로 하는 의약품보다 이처럼 환자 개개인에게 맞춤화된 독특한 표적치료제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다. 

현재 우리는 폐암 분야에서 7개의 치료제를 보유하고 있지만, 환자들에게 더 맞춤화된 치료 옵션을 제공하기 위해 이 수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맞춤의료의 실현을 위해서는 광범위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환자가 가지고 있는 니즈는 아주 다양하며, 이를 개별적으로 파악해야만 환자에게 맞는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 즉, 환자 개개인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제품’이 필요하다."

- 로슈는 글로벌에서도 R&D 투자 1위 기업이다. 현재 투자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매년 그룹 전체 매출의 약 20%에 해당하는 막대한 자금을 R&D에 투자하고 있고, 전 세계 헬스케어 산업 내에서 R&D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기업이다. 로슈가 설립한 바젤 면역학 연구소 소속의 연구자 3명이 인류의 건강 개선에 크게 기여한 표적 치료 연구 실적의 공로를 인정받아 1980년대에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들의 연구 업적은 현재까지 로슈의 혁신적 바이오 의약품 개발의 근간이 되고 있다. 또한 방광암, 폐암, 혈액암 등의 다양한 질환에 대한 혁신적인 치료제 연구 개발 결과 20개가 넘는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혁신 치료제로 지정됐다. 로슈가 개발한 치료제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 필수의약품목록에 등재된 치료제는 30개로, 전 세계 모든 제약사 중 가장 많은 수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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