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료인 업무범위 개선협의체' 통해 PA문제 논의
병협 차원서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 모색..."복지부·정치권 등과 협의 추진"

[라포르시안] 우리나라 의료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꼭 풀어야 할 숙제인 의료전달체계 정립과 의료인 업무 범위에 대한 논의의 장이 곧 열릴 전망이다.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5일 용산드래곤시티에서 진행된 KHC(Korea Healthcare Congress) 행사 마지막 날 'PA와 전문간호사제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와 '의료공급체계의 구조조정, 과연 가능한가'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PA 제도화와 관리 감독 방안 찾아야" 

먼저 PA와 전문간호사제도를 주제로 한 포럼에서 왕규창 서울대의대 교수(전 대한의학회 수련이사)는 "PA는 오랫동안 음성적으로 증가해왔고, 이제는 제도화와 감독이 필요하다"면서 "8년 전인 2011년 의학회에서 PA 관련 실태조사 보고서를 내고 정책제안을 했는데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왕 교수는 "이제는 PA 제도화가 필요하다. 전문간호사 제도를 잘 활용하면 좋겠다"며 "PA의 업무 범위 등이 포함된 규정이 있어야 하고 관리체계도 마련해서 양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PA 양성화에 반대하는 의사협회의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왕 교수는 "(의협이)의사 업무 영역 축소와 대형병원 환자 쏠림 심화를 반대 이유로 내세우는데 설득력이 떨어진다"면서 "대형병원 환자 쏠림은 의료전달체계로 해소해야 하고 전공의 교육이 부실해질 것이라고 하는데 PA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들의 전공의 교육 질이 훨씬 높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제는 PA라고 하지 말고 '의사 보조인력'이라고 하고 제도화와 관리 감독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전문간호사나 그에 준하는 간호사를 충분히 교육해 경력과 역량을 확인한 후 업무 범위, 책임과 권한 등을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제안에 보건복지부는 의료인 업무범위 개선협의체를 구성해 PA 문제의 해법을 찾겠다고 했다. 복지부는 지난해부터 협의체 구성을 추진해 왔다.  

손호준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최근 무면허 의료가 문제가 되고 있어서 '의료인 업무범위 개선 협의체'를 구성하려고 한다. 그간 준비를 많이 했다"며 "의료인 간 업무범위를 어떤 방식으로 구획할지 논의하는 장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제도화한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해야 한다고 여기고 각 단체에 참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전문간호사 제도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사안을 내년 3월까지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그 가운데 중요한 것이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라며 "싫든 좋든 법령에 규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손 과장은 "당장 극복해야 할 과제는 의사 위주의 포괄성과 경직성이다. 이것 때문에 논의 자체가 안 됐다"면서 "제도화를 목표로 하기 보다는 실질적으로 문제 해결을 어떻게 하고 예전과 다른 (업무범위)유권해석을 낼 수 있느냐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해야 한다"면서 병원계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의료전달체계 정립하는 건 곧 상생 구조 만드는 일"

의료공급체계 구조조정을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는 의료기관의 기능을 분화하고 의료자원 적정 배치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발제를 맡은 김윤 서울대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의원과 중소병원, 대형병원의 진료 기능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아 서로 무한경쟁을 하는 상황"이라며 "과도한 경쟁은 의원과 중소병원의 환자 감소와 고정비 상승, 경영악화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런 의료공급체계의 모순을 해결하려면 의료기관 유형별 진료 기능에 대해 의료계가 합의를 이루고 다양한 유인정책과 규제정책으로 의료기관의 기능을 분화시키고 의료자원 수급과 배치 정책을 통해 양적·지리적으로 적정한 공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3단계인 의료전달체계를 4단계로 더 세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대부분의 DRG(진단명기준환자군)4 의료이용은 2시간 이내에 발생하는 것과 배후인구수 100만명, 단위 진료권의 최대 소비처가 되는 최소 자체충족률 40% 등을 고려해 진료권역을 재분류한 결과 현재 10개 진료권역 43개보다 더 많은 상급종합병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면서 "이를 기반으로 질환이나 시술별로 지정하는 4차병원과 중증질환을 진료하는 3차병원, 중등도 질환이나 중등도 입원을 담당하는 2차 병원, 외래를 담당하는 1차로 급성기 공급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원 및 외래의 중증도에 따라 진료비를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런 방식으로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자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의료기관 종별가산을 진료기능 가산으로 전환하고 환산지수 계약도 의료기관 유형별 계약 방식에서 의료행위 유형별 계약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제안했다. 

이 같은 제안에 병원계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정융기 울산대병원장은 "의료전달체계를 만드는 것은 상생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윤 교수의 제안과 같이 상급병원에는 중증 가산, 일차기관에는 경증 가산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지금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림이 심화된다고 하는데 특히 수도권 쏠림이 심하다. 환자가 권역 외로 나가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권역 내에서 환자를 의뢰-회송하면 인센티브를 주고 타 권역의 환자 비율이 높은 상급병원에는 페널티를 부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포럼의 좌장을 맡은 정영호 대한중소병원협의회장은 전달체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등과 협의할 계획이 있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정 회장은 포럼 마무리발언을 통해 "병원협회에서 의료전달체계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올해 안에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안을 마련해 복지부, 정치권 등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전문위원은 "무너진 의료전달체계를 방치할 수 없다. 하지만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의료계와의 협의와 합의가 전제되어야 힘을 얻을 수 있다"면서 "보장성 확대에 따른 재원을 갖고 있는데 모두 의료계에 투입되는 것이지만 논에 물을 대기 전에 물길부터 정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디는 물이 없어 바닥이 갈라지고 어디는 물이 넘쳐 수해를 입는 상황이 벌어진다. 의료전달체계가 개편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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