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보완 연구에서 "의사부족 해소 위해선 연간 100명 선발 필요" 분석
올해 시범사업 20명 정원에 절반도 못 채워
'학자금 대출사업' 전락 우려..."사전에 재정·행정·교육과정 등 철저한 준비 필요"

한 의과대학의 ‘화이트코트 세레머니'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한 의과대학의 ‘화이트코트 세레머니'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라포르시안] 공중보건장학제도 시범사업이 올해부터 시작됐다. 지난 1996년까지 시행하다가 중단된 이후 23년 만이다. 그러나 지원자가 크게 부족해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공중보건장학제도 부활은 갈수록 지역 간 의료격차가 계속 심화되면서 공공의료 확충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공공의료 확충의 핵심 인프라인 의료인력 양성 방안의 일환으로 국립공공의대 설립 추진과 함께 공중보건장학제도를 부활하기로 결정했다.

복지부는 지난 2월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 재학생을 대상으로 공중보건장학생 지원자 모집 공고를 냈다. 올해 시범사업의 모집 정원은 총 20명이다.

선발된 공중보건장학생에게는 국고와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1인당 연간 등록금 1,200만원과 생활비 840만원 등 총 2,040만원을 지원한다. 졸업 후에는 비용을 지원한 시·도가 운영하는 산하 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 분야에서 근무하는 방식이다. 의무 근무기간은 최소 2년부터 최대 5년이다.

그러나 복지부가 지난 2월 말부터 3월 22일까지 각 시도를 통해 신청을 받은 결과 지원자는 8명에 그쳤다. 복지부가 이달 5일까지 재공고를 냈지만 추가 지원자는 1명에 그쳐 총 9명의 공중보건장학생을 모집했다. 복지부가 계획한 20명 정원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복지부는 올 2학기가 시작되기 전 추가 모집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정원을 채우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공중보건장학생 신청을 받은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과거와 비교해 여러 가지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의과대학 재학생들이 공중보건장학생 선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추가모집을 하더라도 20명 정원을 채우기는 힘들 것 같다"고 내다봤다.

공중보건장학제도 시범사업 지원이 극히 저조해 정부가 이 제도를 부활한 취지를 살리기도 버거워 보거워 보인다.

당초 복지부는 공중보건장학의 제도 불활을 통해 지역 공공보건의료에 종사할 의사 인력을 양성해 갈수록 심화되는 지역간 의료격차를 해소하겠다는 목표였다. 그러나 연간 20명에도 못 미치는 공공보건장학의를 통해 의료취약지의 의사 부족 해소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복지부가 이 제도를 부활하기 전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실시한 '공중보건장학의 제도보완 방안연구' 보고서를 보면 의료취약지와 지역거점 공공병원 등의 미충족 의사인력 수를 감안할 때 공중보건장학의 제도를 통해 공급해야 하는 최소 의사인력 수요는 연간 500여명에 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거점 공공병원과 보건의료원 등 공공의료 분야의 전체 미충족 의사인력 수요는 2017년 기준으로 최소 568명에서 최대 2,083명 규모에 달했다.

보고서는 "공중보건의 제도와 병행했을 때 공중보건장학의 제도를 통해 공급해야 하는 최소 인력 수요는 568명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며 "이들을 모두 일차의료의사의 자격 이상을 가진 사람들로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표 출처: 서울대 산학협력단 '공중보건장학의 제도보완 방안연구' 보고서
표 출처: 서울대 산학협력단 '공중보건장학의 제도보완 방안연구' 보고서

이를 근거로 2018년부터 의과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공중보건장학생을 선발해 각 학년 당 20명씩 연간 100명 씩 2019년부터 장학금을 수여했을 때 전문의 취득 후 최초 장학의가 배출되는 시기는 2024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오는 2024년부터 20명의 공중보건장학의를 배출할 경우 2029년에는 그 수가 100명에 달하고, 의무복무 기간을 마치고 유출되는 인력 등을 감안할 때 오는 2036년부터 연간 누적 배출인원이 500명 선을 유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올해 시범사업에서 20명의 공중보건장학생 선발을 목표로 추가모집까지 실시했지만 고작 9명을 선발하는 데 그친 점을 감안하면 의료취약지에서 필요로 하는 의사인력을 공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공중보건장학의 제도가 결국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일부 의대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제도로 전락하다가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다시 폐지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앞서 1996년까지 운영됐던 공중보건장학제도 역시 대학의 학자금 대출사업과 다를 게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에도 선발된 공중보건장학의사 가운데 졸업 후 지원받은 장학금을 조기상환하고 의무복무를 면제받은 의사가 상당수에 달했다.

이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공중보건장학제도 시행에 앞서 각 지자체별로 미충족 의사인력 규모, 지역의 공공의료인력 양성에 특화한 교육시스템, 중앙정부 및 지자체의 행정지원 시스템을 두루 갖춰야 한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공중보건장학의 제도가 도입 취지를 살리려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 및 행정적인 지원, 지역사회 공공의료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필요한 데 현재 이런 시스템이 갖춰졌는지 의문"이라며 "단순히 장학금을 지원한다고 해서 의료취약지 공공병원에서 근무할 공공의료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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