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 파프(캐나다 프로비티 메디컬 리서치 설립자·총괄 연구 책임자)

[라포르시안]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듀피젠트(성분 두필루맙)’는 관련 치료 환경에서 약 20년 만에 등장한 생물학적 제제 신약이다. 지난해 8월 국내 출시된 이후 실제 처방 환자들 사이에서 아토피피부염의 발병 원인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생물학적 제제 외에는 치료 옵션이 없는 중등도 중증 환자군에 있어서 접근성이 제한적이라는 아쉬움이 나온다. 

아토피피부염과 건선 등 피부질환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구를 진행해 온 킴 파프 박사(캐나다 프로비티 메디컬 리서치 설립자·총괄 연구 책임자)는 “듀피젠트는 한국 아토피피부염이 환자의 삶에 미치는 심각성에 주목해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듀피젠트 3상 임상에 참여한 킴 파프 박사를 만나 임상 효능을 비롯해 캐나다의 아토피피부염 치료 환경과 치료제 접근성, 생물학적 제제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 들어봤다.

- 어떤 이유로 방한했나.

“대한피부과학회 춘계학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 한국을 찾았다. 학회에서는 모두 세 가지 내용을 발표했다. 듀피젠트의 안전성 데이터를 포함한 주요 임상 데이터, 듀피젠트의 기전, 그리고 아토피피부염 진료와 치료에 도움이 되는 데이터를 발표했다. 아토피피부염을 단순한 피부염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환자들의 삶에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치는 질환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환자 본인과 주변인이 느끼는 고통과 낮은 삶의 질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 일반적으로 건선과 아토피피부염이 비슷한 질환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두 질환의 차이점은 뭔가.

“건선과 아토피피부염은 발병 기전보다는 환자들의 실제 증상에 있어서 더 큰 차이가 있으며, 비교적 임상적 양상 구분이 뚜렷한 편이다. 건선은 소아기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젊은 성인층에서 발병률이 높다. 팔이나 무릎과 같이 접히는 부위, 팔꿈치, 두피 등의 부위에 흔히 나타난다. 아토피피부염은 영유아 시기에 발병해 소아기까지 악화되는 경우도 많지만 8~10세 정도가 되면 증상이 크게 개선되기도 한다. 그러나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 중에는 어린 시절 발병해 성인까지 진행되는 경우도 있고, 다양한 병력으로 인해 중증도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발병부위는 얼굴부터 팔꿈치, 무릎 뒤쪽 등 몸에서 접히는 부위들이고 심하면 몸통에도 나타난다.”

- 한국에서는 건선과 아토피피부염 치료 접근성이 다르다. 건선의 치료에 사용하는 생물학적 제제는 모두 급여가 되는 반면, 아토피피부염의 생물학적 제제는 아직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건선 치료에 사용되는 생물학적 제제는 개발 역사가 오래됐고 여러 생물학적 제제가 사용되고 있어 유리한 점이 있으며, 임상적 효능도 명확히 증명됐다. 반면 아토피피부염 치료에 승인된 생물학적 제제는 듀피젠트가 최초이자 유일하다. 규제당국은 질환과 제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고 의료진도 새로운 치료제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상태다. 또한 생물학적 제제의 안전성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서 생물학적 제제는 가장 안전한 치료제 중 하나다. 건선의 생물학적 제제가 처음 등장했을 때와 같이 현재 아토피피부염 생물학적 제제도 유사한 상황을 겪고 있다. 

건선의 생물학적 제제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승인과 급여를 결정하는 보건당국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건선은 심미적으로 불편한 질환일 뿐이라고 생각해 생물학적 제제가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당시 질환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았고 환자가 겪는 고통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아토피피부염은 그 동안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어 질환의 심각성이 간과돼 왔다. 이는 건선보다 더 심각하다. 유용성을 갖춘 생물학적 제제이자 보건당국의 승인을 받은 듀피젠트가 나온 지금이 적기다. 급여를 결정하는 당국과 의료진들에게 아토피피부염이 환자들의 삶의 질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하게 설명해야 할 때이다.”

- 캐나다에서 건선과 아토피피부염 치료제의 급여 적용은 어떻게 이뤄지나.

“캐나다의 보험체계는 공공보험과 민영보험으로 나뉘며, 각 주(州)마다 다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건선의 생물학적 제제는 민영보험에서 대부분 급여를 제공하고, 공공보험에서도 급여를 제공한다. 아토피피부염에서 유일하게 전신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듀피젠트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캐나다 민영보험이 급여를 제공하고 있으나 아직 공공보험은 급여를 제공하고 않고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궁극적으로 공공보험도 듀피젠트에 대해 급여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급여 여부 및 범위를 결정하는 승인당국을 대상으로 아토피피부염이 환자들의 삶에 얼마나 큰 고통을 유발하는지에 대해 심도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급여 결정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그동안 한국에서는 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에 스테로이드제제나 전신 면역억제제 등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다 최근 기존의 치료법으로 조절되지 않거나 권장되지 않는 중등도 중증 아토피피부염 성인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듀피젠트가 출시됐다.

“생물학적 제제는 건선 치료에 매우 큰 효과를 보여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아토피피부염 치료에서 생물학적 제제의 등장은 그야말로 혁명이다. 듀피젠트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들의 초기 반응만 보더라도 메토트렉세이트, 사이클로스포린을 포함한 기존 치료제를 사용했을 때와 차원이 다른 좋은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임상시험 데이터는 예측가능하고 명확했으며 치료 혜택도 뚜렷했다. 임상시험에서 보여준 결과는 ‘wow’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듀피젠트의 2상, 3상 임상시험에도 참여했는데, 동료 연구진이 이처럼 최고의 반응을 보이는 치료제는 처음이라며 흥분해 제게 연락을 해왔다. 

지금까지 환자들을 진료하며 많은 제제를 사용했는데 메토트렉세이트, 사이클로스포린은 환자들이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어서 처방하기 힘들었고, 듀피젠트처럼 치료제를 사용한 후 ‘wow’라는 반응이 나왔던 치료제도 없었다. 듀피젠트 투여 2주 후 환자들은 큰 치료 효과를 확인하고 저를 찾아왔고, 투여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가려워하지도 않았고, 피부 상태도 깨끗했으며 기분도 좋아 보였다. 다만 몇 가지 극복 과제가 남았다. 그 중 하나가 급여 문제다.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현 시점이라면 듀피젠트가 절실하게 필요하더라도 경제적 상황으로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

- 듀피젠트의 3상 크로노스 임상시험에 총괄연구책임자로 참여했다. 임상에서 어떤 특장점을 보였나. 또 기존 치료제와 비교한다면. 

“크로노스연구는 다른 연구와는 다르게 일반적으로 1차 치료에 사용되는 국소 코르티코스테로이드(TCS)를 병용해 사용했다. 평균적으로는 연구에 참여한 환자의 69%가 16주 차에 EASI-75를 달성했고, 52주 차까지도 이 같은 효과는 지속됐다. EASI-75는 임상을 진행 주체 측과 당국이 합의한 1차 유효성 변수이며, 환자 상태가 최소 75%가 개선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에 사용하던 메토트렉세이트나 아자치오프린은 정확한 설계 아래 진행된 연구가 없어 듀피젠트와 비교할 수 없고, 사이클로스포린은 소규모 3상 시험을 진행했지만 20년이 넘은 데이터이다. 기존 치료제에 대한 연구는 듀피젠트 연구와 질적으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듀피젠트와 기존 치료제를 비교하기는 어렵다. 어떤 의료진은 메토트렉세이트, 아자치오프린, 광선 치료 등을 사용하며 특정 제제가 더 나은 치료제라고 이야기한다. 저도 그러한 제제를 사용한 경험이 있지만 용량을 임의적으로 조정할 수 없고, 앞서 의료진이 이야기한 연구결과가 재연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는다. 즉 의료진마다 나름대로의 경험과 생각을 가지고 치료방법을 선택하기 때문에 기존 치료제와 듀피젠트의 치료 효과를 비교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 듀피젠트의 크로노스 임상시험 결과 52주간 투여 시 안전성을 확인했는데, 생물학적 제제의 안전성을 확인하기에는 기간이 짧은 것 같다는 의견도 나온다.

“치료제의 안전성은 특정 기간에 대한 데이터가 아닌 누적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하나의 연구를 기반으로 치료제 안전성을 논하기는 쉽지 않지만, 안전성 데이터를 포함한 듀피젠트의 광범위 데이터 중 대표적인 것이 크로노스 연구이다. 현재 듀피젠트는 2상 임상연구, 2년 데이터, 3년 장기 데이터까지 1,500명에서 2,000명의 누적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레지스트리 데이터, 리얼월드 데이터도 쌓이고 있다. 또한 천식, 비용종을 가진 만성 부비동염 등 다른 적응증에 대한 임상도 진행됐거나 현재 진행하고 있어 다양한 적응증에 대한 누적 데이터도 모으고 있다. 안전성은 누적된 전체 데이터를 보고 논해야 하는데 이런 관점에서 듀피젠트의 안전성은 명확하게 확인됐다고 말할 수 있다. 

기존 아토피피부염 치료제와 듀피젠트의 안전성 데이터를 비교했을 때 기존 치료제들의 안전성 데이터를 다 합쳐도 듀피젠트가 가지고 있는 안전성 데이터를 따라올 수 없다. 치료제의 안전성을 논할 때는 치료제의 기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듀피젠트는 인터루킨-4와 인터루킨-13을 억제하는데, 이 경로는 외부로부터 침입한 기생충을 막는 역할을 한다. 기생충은 환자들에게 크게 위협적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아니며, 박테리아나 진균 감염, 세균 감염을 막는 면역체계에 작용하는 다른 치료제의 기전과는 다르다. 그러므로 인터루킨-4와 인터루킨-13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듀피젠트는 환자들의 면역체계에 주는 부담이 적은 생물학적 제제라고 할 수 있다.”

- 캐나다 아토피피부염 치료 가이드라인의 기반이 되는 전문가 합의문 업데이트 과정에 참여한 것으로 안다. 새롭게 업데이트 된 내용이 궁금하다.

“아토피피부염에 대해 검토하기 위해 세 가지 사항을 논의했다. 첫 번째로 논의한 부분은 현재까지 확인 가능한 기존 치료제들의 치료 결과에 대한 의견, 두 번째는 아토피피부염이 환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 세 번째로는 치료대안, 그리고 새로운 치료제 듀피젠트 사용법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하고 검토해 합의문을 작성했다. 정통적인 치료 대안이 없어 사용됐던 기존 치료제를 앞으로 어떻게 사용할지는 추후 재검토하기로 했고, 의사로서 반드시 최신 지견의 바탕을 둔 최적의 치료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졌다. 최근 규제당국이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증거 기반 치료’를 중요시하는 것에 대해 캐나다 전문가들도 동의했다. 

결론적으로 합의된 내용은 중등도-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로 승인이 된 전신 치료제를 1차 치료제로 사용해야 하고, 치료제의 라벨링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문가 합의문에 따라 캐나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는 듀피젠트이다. 합의문에는 듀피젠트가 현재 많은 나라에서 중등도-중증 아토피피부염의 장기 전신 치료제로 승인됐다고 명시됐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사이클로스포린도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로 승인됐지만, 캐나다에서는 사이클로스포린, 메토트렉세이트, 아자치오프린 모두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로 승인되지 않았다.”

- 생물학적 제제의 등장이 아토피피부염 치료 패턴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하나.

“건선 분야에 생물학적 제제가 등장하고, 많은 의료진이 발병 기전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됐다. 건선과 마찬가지로 생물학적 제제인 듀피젠트가 등장하며 많은 의료진이 아토피피부염의 발병 기전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건선 분야의 안전하고 좋은 치료 대안은 생물학적 제제에서 많이 출현했다. 그 동안 건선 치료에서 확인된 생물학적 제제의 성과는 듀피젠트를 통해 아토피피부염 치료에서도 확인하게 될 것이며, 듀피젠트의 등장으로 아토피피부염 치료의 획기적인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듀피젠트와 유사하거나 동일한 기전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제들의 개발을 위한 여러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생물학적 제제는 효과적인 표적을 근거로 승인된 전신치료제로써, 기존 치료제 대비 환자들에게 많은 치료 혜택과 예측 가능한 결과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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