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종(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라포르시안] 코오롱생명과학이 2017년 7월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허가를 받아 시판하고 있는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 관련 최근의 사태를 보고 있으면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는 한자성어가 떠오른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이 꼭 맞는 상황이다.

2개의 주성분 중 연골세포가 담긴 1액은 정상이다. 그런데 성장인자를 도입한 형질전환 연골세포가 담겨 있는 줄 알았던 2액에 15년 전부터 신장유래세포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올해 2월이 되어서야 미국 3상 임상시험 중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액의 바뀐 세포가 하필이면 종양 발생 가능성이 있어서 사람에게 쓰이는 약의 원료로 사용하지 않는 신장유래세포로 밝혀졌다.

인보사케이주는 코오롱생명과학이 2017년 7월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시판하고 있는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이다. 이미지 출처: 코오롱생명과학 홈페이지
인보사케이주는 코오롱생명과학이 2017년 7월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시판하고 있는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이다. 이미지 출처: 코오롱생명과학 홈페이지

코오롱생명과학은 아직은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 중에서 악성종양이 발생한 환자 관련 보고는 없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장기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한번에 600~800만원하는 고액의 비용을 주고 주사를 맞은 3,707명과 임상시험에 참여한 145명 등 모두 3,852명이 앞으로 15년간 장기 추적관찰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 식약처 허가를 받기 4개월 전인 2017년 3월 미국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이 STR 검사를 통해 2액이 형질전환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라는 사실을 확인한 위탁생산업체 ‘론자’로부터 통보받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나 통지받은 검사 결과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연구원이 상부에 보고하지 않아 그동안 몰랐다는 궁색한 변명의 공시를 지난 3일 코오롱생명과학이 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 또한 자발적 공시로 보기 힘들다. 코오롱생명과학과 기술 수출계약을 체결한 일본 제약사가 주성분 2액이 바뀐 정황을 알고 계약을 취소한 후 계약금을 반환하라는 국제소송을 진행하다가 관련 자료를 국제재판소에 제출하자 들통 날 것을 우려해 마지못해 공시를 했기 때문이다.

인보사 허가 심의과정에서도 식약처의 특혜 의혹이 제기되었다. 2017년 4월 4일 개최된 중앙약사심위위원회에서 다수 위원들이 연골재생 효과는 없고 통증 완화만을 위해 환자에게 유전자치료제라는 위험과 고액의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해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불과 2개월 만에 일부 위원들을 추가해 6월 14일 다시 회의를 열고 심의를 통과시켰다.

환자들이 의료기관에서 인보사케이주 주사를 맞을 때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시술동의서를 작성하면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작한 품질보증서를 받는다. 이미지 제공: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에 민원을 제기한 피해 환자
환자들이 의료기관에서 인보사케이주 주사를 맞을 때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시술동의서를 작성하면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작한 품질보증서를 받는다. 이미지 제공: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에 민원을 제기한 피해 환자

만일 코오롱생명과학이 일관되게 주장한 ‘우연한 실수’의 연속이 아닌 인보사의 주성분 2액이 바뀐 사실을 식약처 허가 이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고의적으로 은폐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약사법 위반죄뿐만 아니라 사기죄·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등의 형사책임이 추가될 것이다.

인보사 주성분 중 2액에 실제 담긴 신장유래세포는 식약처에서 허가받은 형질전환 연골세포가 아닌 다른 성분이다. 이를 원료로 의약품을 제조해 판매했기 때문에 코오롱생명과학은 약사법 제65조 제1항제2호 위반이 된다. 따라서 코오롱생명과학의 민법상 불법행위가 성립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피해 환자 3,852명의 재산상 피해와 정신적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제조물에 해당하는 의약품의 주성분이 바뀌는 결함이 있기 때문에 제조물책임법상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하다.  

인보사 사태는 피해 환자를 가장 우선에 두고 풀어야 한다. 미국에서 1상과 2상 임상시험에 참여한 114명의 환자들이 천문학적인 규모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제기할 경우 그 결과에 따라 코오롱생명과학이 파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피해 환자들은 15년간 주기적으로 병의원을 방문해 검사·진료 등을 받는 장기 추적조사 실시 비용을 코오롱생명과학이 부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피해 환자가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당국은 신속하게 코오롱생명과학한테서 장기 추적조사 관련 비용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인보사 피해 환자들은 식약처가 지난 3월 31일 인보사 사태를 처음 발표한 이후 최근까지도 치료받은 의료기관이나 제조사인 코오롱생명과학, 주무관서인 식약처로부터 인보사의 원료세포가 바뀐 사실과 15년간 장기추적 관찰이 진행될 계획이라는 사실을 통보받지 못했다. 거의 한 달이 지난 최근 들어서야 해당 환자들에게 장기추적 관찰 관련 안내문이 통지되고 있다. 환자의 알권리 증진 차원에서도 다수의 환자들에게 의약품 관련 안전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신속하고 확실하게 통지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양치기 소년이 늑대가 나타났다고 세 번 거짓말을 하니까 진짜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쳐도 마을 사람들이 믿지 않았던 이솝우화처럼 코오롱생명과학도 인보사의 주성분 2액이 바뀐 사실에 대해 허가 전에 알았는지 여부와 식약처 허가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는지 여부 등에서 한 번만 더 거짓말한 것이 들통 나면 코오롱생명과학의 말은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다. 인보사를 맞은 3,852명의 환자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코오롱생명과학의 발표만큼은 진실이기를 바랄 뿐이다.  

안기종은?

백혈병 환자를 둔 가족으로 글리벡 약가인하 투쟁에 참여하면서 환자운동에 뛰어들었다. 2010년 여러 환자단체를 중심으로 한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출범을 주도했고, 현재 연합회 대표를 맡고 있다. 환자운동에 있어서 '권한이 있는 참여'를 중요하게 여기며, 이를 위해서 적극적인 활동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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