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뷰] 복지부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마련...朴정부 정책 계승
건보법 규정대로 건강관리서비스는 공적보험 영역서 보장해야

[라포르시안] '이 법은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국민건강보험법 제1조(목적)의 내용이다. 건강보험제도가 추구하는 목적이 질병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과 국민의 건강증진에도 있음을 명확히 하고, 이를 위해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에서 급여를 적용하는 건 질병의 치료와 재활, 출산 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행위에 그치고 있다.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건 국가의 의무이고, 법에도 명시해 놓았다. 현행 보건의료기본법 제4조 제1항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국민건강의 보호·증진을 위하여 필요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국민의 건강증진과 질병 예방이 공적보험의 영역이며, 국가의 책임이란 점을 법률로 명시해 놓은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건강증진을 위한 건강관리서비스 제공 행위를 민간기업에 허용하고 사업화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다가 의료민영화 논란을 초래한 방안을 문재인 정부에서 그대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일 의료법 상 '의료행위'와 '비의료 건강관리 서비스'를 구분하는 판단기준과 사례를 담은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및 사례집(1차)'을 발표했다.

건강관리서비스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고 포괄적이어서 의료법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업계의 요구와 만성질환 증가 등에 따른 국민의 다양한 건강증진 및 질병예방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가이드라인은 작년 5월부터 민관합동법령해석위원회를 총 8회 개최해 업계에서 질의한 사례를 중심으로 해당 서비스가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논의해 마련했다.

표 출처: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표 출처: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건강관리서비스를 건강 유지·증진과 질병 사전예방·악화 방지를 목적으로 위해한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올바른 건강관리를 유도하기 위해 제공자의 판단이 개입(의료적 판단 제외)된 상담·교육·훈련·실천 프로그램 작성 및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로 정의했다.

제공방식은 이용자와 제공자 간 대면서비스, 앱(App) 등을 활용한 서비스, 앱의 자동화된 알고리즘에 기반한 서비스가 모두 가능하다고 규정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비의료기관은 의료법상 의료행위가 아닌 건강정보의 확인 및 점검, 비의료적 상담·조언과 같은 건강관리서비스는 모두 제공할 수 있다. 건강검진 결과 확인 및 개인 동의에 기반을 둔 자료수집행위나 개인용 건강관리 기기를 활용해 체성분 등 건강정보·지표를 자가 측정하거나 모니터링하는 행위 등을 건강관리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다.

의료기관서 건강관리서비스 제공하지 못한 이유는? 

복지부는 이 가이드라인을 통해 의료행위와 건강증진을 위한 건강관리서비스가 마치 별개인 것처럼 구분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건강증진을 위한 건강정보의 제공이나 상담 같은 서비스도 보건의료기관에서 의료인에 의해 제공돼야 하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못했을 뿐이다.

건강보험 재정 문제로 질병 치료에만 급여를 적용한 데다 '3분 진료' 방식의 의료공급체계 때문에 의료기관에서 건강증진과 예방을 위한 건강관리서비스를 환자에게 제공하기 힘든 의료환경이다. 

그러다 보니 민간보험사나 헬스케어 관련 기업 등에서 이런 틈을 노려 건강증진과 질병 예방, 악화 방지를 위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상품화하려는 시도가 끊이질 않았다.

이미지 출처: 지난 2016년 2월 17일 발표된 '9차 투자활성화 대책, 보도자료
이미지 출처: 지난 2016년 2월 17일 발표된 '9차 투자활성화 대책, 보도자료

앞서 이명박 정부에서는 민간기업이 건강관리서비스기관을 설립·운영하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건강관리서비스법' 제정을 추진했으나 의료민영화 논란이 제기되면서 입법이 무산됐다. 박근혜 정부 때는 규제완화를 명분으로 법 제정도 아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관련 산업 육성을 추진해 의료계와 시민단체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샀다.

실제로 이번에 복지부가 발표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2월 17일 발표한 '9차 투자활성화 대책의 내용을 구체화 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당시 복지부가 제시한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방안을 보면 '건강관리서비스란 건강의 유지·증진과 질병의 사전예방·악화방지 등을 목적으로 생활습관 개선 및 올바른 건강관리를 유도하는 적극적·예방적 서비스'를 의미한다.

허용 가능한 건강관리서비스의 범위는 ▲의료기관의 진단·처방을 토대로 한 사후관리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생활습관정보 축적 ·관리 및 이를 활용한 서비스 ▲맞춤형 영양·식단·운동 프로그램 등 설계 ▲금연·절주 등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상담 및 관련 용품 제공 등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 같은 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건강관리서비스업이 미래유망산업으로 대두되고 있으며, ICT와 웨어러블기기 등을 활용한 건강관리서비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새로운 의료서비스와 제품 개발을 활성화 하겠다"고 했다. 

국민의 건강증진과 질병 예방을 민간시장에 맡기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목적이었다. 

민간보험사·헬스케어 시장 창출...국가 책임을 민간에 떠넘겨 영리화 

복지부가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을 통해 추구하는 정책 방향도 크게 다를 바 없다.

복지부는 이번에 발표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건강관리서비스의 경우 비의료적인 행위만 허용된다고 했지만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에서 의료행위와 비의료적인 건강관리서비스의 경계는 불분명하다.

복지부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비의료적 상담·조언은 질환을 관리하는 목적으로 행해야 하고, 질환의 치료를 직접적 목적으로 하는 상담·조언은 의료인의 판단·지도·감독·의뢰에 의하는 경우만 비의료기관에도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하지만 만성질환자에게 있어서 질환 관리를 위한 비의료적인 상담·조언과 질환 치료를 위한 상담·조언이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의문이다.

특히 복지부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특정 질환의 치료를 목적으로 하더라도 비의료기관이 의료인의 판단·지도·감독·의뢰 아래 수행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한다고 해석했다. 

예외적 허용 사례를 보면 ▲의료적 판단이 전제된 공신력 있는 기준 등이 존재하는 경우 ▲질환보유자의 특성을 고려해 의료인이 특정 방법의 운동․영양 등의 프로그램을 의뢰한 경우(서면․전자적 방식 등 무관) ▲의사와 환자간 진료내용에 따른 처방(약 복용 등)이 존재하는 경우 해당 처방을 관리·점검하는 행위 등이다.

이를 근거로 하면 의료기관과 민간 건강관리서비스업체가 상호 연계해 환자에게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수행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복지부는 비의료 기관이 제공 가능한 건강관리서비스로 ▲스마트폰 앱, 웨어러블 기기 등을 활용한 개인의 건강정보 확인·수집 및 건강지표 등 산출행위 ▲건강활동에 대한 목표설정 및 인센티브 지급 행위(보험료 할인·경품 및 포인트 등) ▲영양·운동·금연·절주·수면·스트레스 관리 등 상담·조언 행위 ▲질병정보 안내 및 일반적인 예방 방법의 안내 행위 등을 제시했다.

결국 이 같은 정책은 국민의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을 민간기업에 맡기겠다는 것으로,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서 관련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문재인 정부가 계승한 꼴이 된다. 

건강관리서비스를 시장에 맡기는 게 아니라 건강보험법과 보건의료기본법 등에 명시된 것처럼 국가가 국민의 건강증진과 질병예방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 공적영역에서 보장하는 방안을 찾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박근혜 정부 때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 정책이 발표되자 대한의사협회는 "명백한 의료행위인 건강관리 분야를 산업적인 형태로 인식하는 등 의료를 경제적인 목적으로만 해석해 정책을 펼치는 것은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민사회단체도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는 건강증진과 질병예방 분야를 하나의 시장으로 활성화 시키겠다는 것"이라며 "건강관리서비스가 시장에 내맡겨진다면 민간보험사들의 새로운 이윤창출 시장이 열리고, 의료민영화로 가는 중요한 경로가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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