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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하는 행태를 보면...제2, 제3의 인보사 사태는 필연적

기사승인 2019.05.23  10: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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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오헬스 육성 위한 규제완화에만 몰두..."첨단바이오의약품법 제정되면 인보사 사태 반복될 가능성 높아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충북 오송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바이오헬스 산업을 3대 신산업으로 선정해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라포르시안] 정부가 지난 22일 충북 오송에서 관계부처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바이오헬스 산업을 비메모리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우리나라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중점 육성한다는 목표 아래 제약·바이오를 중심으로 한 바이오헬스 산업의 기술개발부터 인·허가, 생산, 시장출시 단계까지 전 주기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안을 담았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 지원 확대, 정책금융 및 세제지원, 인허가 규제 완화 등의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혁신 전략 내용에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인보사 사태'와 관련된 대목도 있다.

유전자치료제 등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전주기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인체세포등 관리업’ 제도를 신설해 인체세포·조직의 채취·수입·처리·보관에 관한 별도의 안전관리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바이오의약품의 허가·생산 과정에서 감염과 오염방지 대책, 세포의 동질성 확보(유전학적 계통검사(STR) 의무화) 등의 관리기준을 적용하고, 허가 이후 모든 투여환자 대상으로 장기간 추적관리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이런 내용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률'의 내용이거나 인보사 사태가 터진 이후 식약처가 급하게 재발방지 대책으로 마련해 발표한 내용을 짜깁기한 것이다.

인보사 사태가 터지고 난 뒤 드러나 여러 가지 사안을 들여다보면 가장 큰 문제는 식약처의 부실한 인허가 검증과 관리감독이었다.

인보사 개발 과정에서 적지 않은 정부 지원자금이 투입됐고, 식약처는 바이오업체의 개발을 지원하는 ‘마중물사업’을 통해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개발 과정을 지원했다. 이 때문에 식약처는 유전자치료제 개발이라는 성과에만 집착해 검증이나 관리감독은 부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바이오의약품의 안전관리보다는 지원책 마련에만 몰두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바이오의약품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며 추진하는 첨단바이오의약품법에는 바이오의약품 허가심사의 신속처리 규정도 들어 있다.

첨단바이오의약품법에 따르면 발병 후 수개월 내 사망이 예견되는 질병 등에 대해 안전성·유효성이 현저히 개선된 첨단바이오의약품과 희귀질환 또는 생물테러 감염병의 대유행을 예방 또는 치료하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을 신속처리 대상으로 지정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맞춤형 심사, 우선 심사, 조건부 허가 등 신속처리를 하도록 규정했다.

출처: 2017년 6월 14일 열린 인보사 품목허가 관련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록 중에서

첨단바이오의약품법이 제정될 경우 이 규정이 어떤 식으로 악용될지는 식약처가 인보사 허가 과정에서 보인 행태를 보면 알 수 있다.

유전자치료제 품목허가를 규정한 '생물학적제제 등의 품목허가·심사 규정(제3조2항2조)'을 보면 첨단바이오의약품법안 규정과 비슷한 내용이 있다. 

심사 규정 제3조2항2조에는 '유전자치료제는 현재 이용 가능한 치료법이 없거나, 유전자치료제가 현재 이용 가능한 다른 치료법과 비교해 안전성·유효성이 명백하게 개선된 경우에만 품목허가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인보사 시판허가 전에 열린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에서 관련 전문가들은 "인보사가 다른 치료법과 비교해 안전성·유효성이 명백하게 개선됐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품목허가를 내기에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관련 규정은 2000년에 도입됐으면 당시는 연구개발 초기로 경험이 부족한 유전자치료제의 무분별한 연구를 제한하려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된다"며 "기존 치료 대비 안전성·유효성 개선은 직접 비교임상만을 요구한 규정은 아니고 간접적인 비교를 통해서라도 개선을 증명한다면 인정할 수 있다"고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시민단체는 첨단바이오의약품법이 제정되면 인보사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과 참여연대, 건강과대안,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인보사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식약처는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 첨단재생바이오법을 제정해 세포관리업을 신설하겠다고 하지만 이 법은 재생바이오 분야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세포관리업이 필요하다면 약사법에 넣으면 그만인데 마치 이 법이 없어서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것인냥 문제의 해결점을 첨단재생바이오법 통과를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분명한 것은 세포관리업을 신설한다 하더라도 이 법이 제정되면 제2, 제3의 인보사 사태가 발생할 확률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지난 21일 검찰에 코오롱생명과학 및 식품의약품안전처를 고소.고발했다. 사진 출처: 전국보건의료노조 

애초부터 이 법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보호가 아니라 줄기세포, 유전자치료 등 재생의료업계의 이해관계만을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지난 21일 인보사 사태 관련 코오롱생명과학 및 식약처를 검찰에 고소·고발하면서 "식약처를 망가뜨리고, 별도의 관리체계를 통해 조건부허가 및 신속한 약품 시판으로 안전에 위협을 가져 올 첨단재생의료법은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첨단재생의료법은 제2의 인보사 사태를 불러일으킬 신속처리 등의 규제완화책이 들어있으며, 인보사를 허가한 허술했던 중악약심까지도 우회하는 시도가 법안에 반영되어 있다"며 "2005년 황우석 사태 이후 만들어진 생명윤리법, 연구윤리제도 등도 지난 10여 년간 계속 규제완화를 해 온 결과 인보사 같은 가짜 약이 허가 시판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첨단바이오의약품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외국사례로 꼽고 있는 유럽연합(EU)의 '첨단의료제품법(ATMP법)'은 규제완화가 아니라 엄격한 안전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23일 성명을 내고 "ATMP법은 바이오의약품의 제조·임상시험에 대한 기준, 평가 절차, 허가 후 효능 및 부작용에 대한 추적관리, 위험 관리 등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시행하고 있다"며 "첨단바이오의약품법안도 유럽 ATMP법을 모델로 했다고는 하지만 안전 관리가 아닌 산업 지원정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정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에서도 규제 완화 정책만을 나열했다"고 지적했다.

건약은 "인보사를 통해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그 어떤 안전 관리 방안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 아직도 산업 육성, 규제완화만을 외치고 있다"며 "진정 경제를 일으킬 혁신적 바이오의약품을 원한다면 인보사 같은 사기 약도 허가해주는 현재의 느슨한 허가 시스템을 환골탈태해 더욱 강력한 안전관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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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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