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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성평등, 군대와 비슷한 수준"...그나마 군대도 변화하는데

기사승인 2019.05.25  10:2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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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의사회·양성평등교육진흥원, 성평등 토론회 열어..."여성의 사회적 생명권 고민 해야"

[라포르시안] "의료계는 군대와 닮았다. 여성 구성원이 많으면 전투력이 저하된다고 여기는 것과 세가 약화한다고 여기는 게 닮았다. 다른 분야와 달리 여성 구성원에 대해 'skirt'라고 비하하는 미국 의대 내 여성의 위치 또한 군대 내 여성의 위치와 유사하다." (나윤경 한국양성평등진흥원 원장)

"전임의(펠로우) 지원과정에서 성차별을 경험했다. 5명을 뽑는 자리였는데 남자 지원자는 모두 뽑혔고 여자 의사만 탈락했다. 일이 힘들어서 여자 의사는 체력이 안 된다는 이유로 떨어뜨린 것이다." (신현영 한국여자의사회 법제이사)

의료계 양성평등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지난 24일 저녁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 7층 회의실에서 한국여자의사회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공동 주최로 열렸다. 

토론회에서 나윤경 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은 '의료계의 성평등 어디까지 왔나'라는 기조발제를 통해 의료계의 성평등 수준은 군대보다 못하다고 평가했다. 

나 원장은 "생물학적 생명을 우선시하는 의료계와 같은 곳에서는 사회적 생명을 무시하고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외과에 여자들이 너무 많이 끼면 수술이 불가능해'라는 인식이 대표적"이라며 "마치 군대와 같다. 하지만 의료계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은 육사가 '여성학'을 필수과목으로 채택했고 공사와 해사도 곧 도입할 계획이라는 점이다. 성평등 부문에서 의료계가 최하위의 위치에 놓일 위기"라고 말했다. 

나 원장은 "의료계도 이제 전체 직군의 30%를 넘게 차지하는 여성의 사회적 생명권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조발제를 하는 나윤경 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

신현영 여자의사회 법제이사는 지난해 11~12월 두달 간 남녀 의사 1,170명을 상대로 여자의사회가 진행한 '의료계의 성평등 현황'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남녀 응답자들은 성차별 경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전공의 지원, 취직, 전임의나 교수 임용 과정 순으로 성차별을 많이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자 응답자의 47%가 전공의 지원 과정에서 성차별을 겪었다고 응답한 반면 남자는 18.2%에 그쳐 큰 차이를 보였다. 교수 임용 과정에서 성차별 경험도 여자는 36.8%이고 남자는 8%에 그치는 등 큰 격차를 보였다. .

전공의 과정에서 성차별과 관련해 신현영 이사는 "여성 전공의는 결혼, 임신, 출산에 대한 압박을 많이 받는다"면서 "생물학적인 여성 고유의 역할과 업무를 연결시켜 차별과 배제를 합리화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의료계에서 일부 여성이 당하는 성차별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이유가 차별의 원인이 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전공의 저년차일 때 임신 불가를 통지받거나 결혼과 임신 계획을 선발기준에 포함하는 경우도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안서연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사(법무법인 강남)는 "현재도 의료계에 성차별이 만연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성차별 사례는 부당함을 넘어 현행법에 명백히 위반된다"면서 "성차별 피해자나 이해관계인은 '남여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관한 법률' 위반 행위를 검찰이나 지방노동행정기관에 고소 고발해 형사소추를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안 이사는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진정을 내는 방법도 있고 민사소송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페미니즘 중심엔 여의사가 있었다"

패널토의에서 이건정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국장은 의료계 내의 성차별 해법 모색을 위해 연구협력 사업을 하자고 여의사회에 제안했다. 

이 국장은 "전문 분야일수록 여성들이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승진 등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것에 무관심한 척하거나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미국의 페미니즘은 여의사들이 핵심이었다. 여자 의사로서 권리의식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호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여의사들이 협회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성 평등을 이루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장은 "여의사들이 대접받으려면 지역의사회를 포함한 의료단체에 적극 참여해 활동해야 한다. 후배를 기르고 꾸준한 피드백을 통해 기회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희철 한국의학교육협의회장은 "남자와 여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런 차이를 서로가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평등이 찾아올 것"이라며 "모든 교육기관에 성평등 문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성평등 인식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면 성평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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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규 기자 hope11@rapportian.com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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