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암 생존자 사회복귀 장려 간담회 열려...4명중 1명 암투병 경험 숨겨
제도개선 사항으로 직업복귀프로그램·치료 중 고용보장·산정특례기간 연장 등 꼽아

[라포르시안] 암 진단을 받고 현재 치료 중이거나 완치 후 생존하고 있는 암유병자가 170만명을 넘어서면서 이들이 일상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제도개선이 절실하다.

제도개선 과정에서 암 생존자 연령별로 생애주기적 특성과 종사 직종에 따른 사회복귀 어려움을 고려하는 게 필요하다.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 주최로 '암 생존자의 사회 복귀 장려를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대한암협회(회장 노동영)와 국립암센터(원장 이은숙)가 공동 주관한 이날 행사는 암 생존자의 건강한 일상 복귀를 응원하는 '리셋(Re-SET: Re-Start Energetic Time!) 캠페인’의 일환으로 열렸다.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 주최, 대한암협회와 국립암센터의 공동 주관으로 '암 생존자의 사회 복귀 장려를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노동영 대한암협회장, 황유진 씨(암 극복 후 사회 복귀 수기 공모전 수상자), 국립암센터 이은숙 원장, 조비룡 대한암협회 집행이사.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 주최, 대한암협회와 국립암센터의 공동 주관으로 '암 생존자의 사회 복귀 장려를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노동영 대한암협회장, 황유진 씨(암 극복 후 사회 복귀 수기 공모전 수상자), 국립암센터 이은숙 원장, 조비룡 대한암협회 집행이사.

올해 간담회에서는 암 치료 후 경제 활동에 복귀하거나 치료와 경제 활동을 병행하는 암 생존자가 일상에서 겪는 여러 어려움과 사회적 편견 및 차별 문제를 짚어보고 개선 방안을 찾는 데 집중했다.

특히 대한암협회가 지난 4~5월 두 달 동안 사회 복귀를 준비하거나 치료와 업무를 병행 중인 암 생존자 8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암 생존자들이 사회 복귀 중 겪는 어려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조사 결과를 보면 암 생존자는 일터에서 겪는 신체적 어려움으로 '불규칙한 몸상태'(69.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 때문에 지금의 몸 상태에서 무리가 안되는 업무량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관련 기사: "암 파인 땡큐"...암생존자 위한 통합지지체계 절실>

암 생존자 대다수는 재발 등 '건강 악화가 염려될 때'(81.5%) 사회 생활을 그만두고 싶다고 답변해 스스로 자신의 몸상태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이 필요해 보인다. 국립암센터가 지난 2017년 비 암경험자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암 생존자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77.5%가 암 생존자는 기초체력 저하로 업무에 지장을 줄 것이란 인식을 보인 바 있다.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는 암 생존자 스스로 자신의 건강에 대해 과대 또는 과소 평가하는 부분이 있고, 이 때문에 사회에 부적응하거나 우울을 느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병원에서 암 생존자의 신체적·정신적인 상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암 생존자 스스로 변화된 신체 상황을 올바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사회복귀를 하는 암 생존자가 자신의 신체 능력에 대한 합리적인 확신을 가질 수 있고, 암 생존자를 채용하거나 고용하는 회사 입장에서도 기본적 이해를 바탕으로 공정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직장 내에서 암 생존자에 대한 올바른 응원과 배려 문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 생존자 4명 중 1명(26.4%)은 암투병 경험을 일터에 알리지 않을 예정이거나 알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비공개 결정 이유로는 ‘편견을 우려’(63.7%)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다. 암 생존자의 69.5%은 '일터 내 암 생존자에 대한 차별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차별 내용으로는 '중요 업무 참여, 능력 발휘 기회 상실'(60.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암 생존자들은 일터 내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는 데 정책적·제도적인 개선보다 ‘동료의 응원과 배려’(62.8%)가 가장 크게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반면 비 암경험자의 이해부족에서 나온 말이나 태도 때문에 직장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답변도 많았다.

암 생존자의 심정을 상하게 하는 불편한 말로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암이 별거 아니죠”(59.6%)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암이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라는 함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암 생존자 입장에서는 암종을 막론하고 암 자체를 가벼이 여기지 말아달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연령대에 따라서는 20~30대의 젊은 암 생존자일수록 “암도 걸렸는데 술, 담배 끊어야지”라며 건강하지 않은 생활 습관에 대해 간섭 받는 것을 불편하게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대한암협회 집행이사)는 “내 옆에 동료가 암 생존자인데 어떻게 대해줘야 할지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암 생존자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소통을 할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 수 있어 암 생존자에 대한 입장을 이해하고 서로가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격려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지자체 또는 기업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암 생존자들에게 필요한 제도적 지원에 대한 답변은 생애주기적 특성과 종사 직종 등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이는 암 경험뿐만 아니라 암 생존자의 다양한 생활여건과 상황 요인을 함께 고려해 제도적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생애주기적 특성에 따라 필요로 하는 제도를 보면 경제 활동과 가정을 시작하는 시기인 2030대는 ‘교육 등 직업 복귀 준비 프로그램’(55.8%)과 ‘진로상담’(52.3%)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육아, 가사 등 도우미 지원’(38.4%)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다른 연령 대비 두드러졌다.

40대 암 생존자는 ‘치료 기간 동안 고용 보장’(75.8%)과 ‘산정특례 기간 연장, 생계비 등 경제적 지원’(78.5%)에 대한 응답률이 다른 연령보다 높았다. 50대 암 생존자는 우울과 무기력감이 많아져 ‘운동, 심리치료 등 재활프로그램’(53.2%)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60대 암 생존자는 ‘일터와 병원 간의 먼 거리’(49.4%)가 암 치료와 업무 병행 시 가장 부담이 된다고 응답했고, ‘지속적으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1차 의료기관의 제도 강화’(65.1%)가 생활에 가장 필요한 제도라고 응답했다.

전체적인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암 치료 후 사회 생활을 다시 시작하는데 도움이 되는 제도로는 교육 등 직업복귀프로그램(52.9%) ▲치료와 검진을 사회 생활과 병행하는데 도움이 되는 제도로는 유연근무제(64.1%) ▲암 생존자를 배려하는 일터 환경 제도로는 암 치료기간 동안 고용 보장(71.9%) ▲일터 밖 개인 생활의 질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는 제도로는 산정특례기간연장, 생계비 등 경제적 지원(74%)에 대한 응답률이 각각 1위를 차지했다.

간담회에서 노동영 대한암협회 회장(서울대 연구부총장)은 "암 생존자들과 더불어 사는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려면 가장 먼저 암 생존자의 상황과 입장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협회에서도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암 생존자에게 도움이 되는 지원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를 주최한 윤일규 의원은 "지금까지 암 생존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신들에게 필요한 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거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간담회가 정말 뜻 깊고 감사하다"며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반드시 정책으로 구현해야 암 생존자들의 사회 복귀가 활성화될 수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위원이자 의사로서 암 생존자들을 위한 정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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