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암 생존자 사회복귀 장려 간담회 열려...4명중 1명 암투병 경험 숨겨
제도개선 사항으로 직업복귀프로그램·치료 중 고용보장·산정특례기간 연장 등 꼽아
[라포르시안] 암 진단을 받고 현재 치료 중이거나 완치 후 생존하고 있는 암유병자가 170만명을 넘어서면서 이들이 일상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제도개선이 절실하다.
제도개선 과정에서 암 생존자 연령별로 생애주기적 특성과 종사 직종에 따른 사회복귀 어려움을 고려하는 게 필요하다.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 주최로 '암 생존자의 사회 복귀 장려를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대한암협회(회장 노동영)와 국립암센터(원장 이은숙)가 공동 주관한 이날 행사는 암 생존자의 건강한 일상 복귀를 응원하는 '리셋(Re-SET: Re-Start Energetic Time!) 캠페인’의 일환으로 열렸다.
올해 간담회에서는 암 치료 후 경제 활동에 복귀하거나 치료와 경제 활동을 병행하는 암 생존자가 일상에서 겪는 여러 어려움과 사회적 편견 및 차별 문제를 짚어보고 개선 방안을 찾는 데 집중했다.
특히 대한암협회가 지난 4~5월 두 달 동안 사회 복귀를 준비하거나 치료와 업무를 병행 중인 암 생존자 8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암 생존자들이 사회 복귀 중 겪는 어려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조사 결과를 보면 암 생존자는 일터에서 겪는 신체적 어려움으로 '불규칙한 몸상태'(69.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 때문에 지금의 몸 상태에서 무리가 안되는 업무량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관련 기사: "암 파인 땡큐"...암생존자 위한 통합지지체계 절실>
암 생존자 대다수는 재발 등 '건강 악화가 염려될 때'(81.5%) 사회 생활을 그만두고 싶다고 답변해 스스로 자신의 몸상태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이 필요해 보인다. 국립암센터가 지난 2017년 비 암경험자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암 생존자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77.5%가 암 생존자는 기초체력 저하로 업무에 지장을 줄 것이란 인식을 보인 바 있다.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는 암 생존자 스스로 자신의 건강에 대해 과대 또는 과소 평가하는 부분이 있고, 이 때문에 사회에 부적응하거나 우울을 느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병원에서 암 생존자의 신체적·정신적인 상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암 생존자 스스로 변화된 신체 상황을 올바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사회복귀를 하는 암 생존자가 자신의 신체 능력에 대한 합리적인 확신을 가질 수 있고, 암 생존자를 채용하거나 고용하는 회사 입장에서도 기본적 이해를 바탕으로 공정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직장 내에서 암 생존자에 대한 올바른 응원과 배려 문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 생존자 4명 중 1명(26.4%)은 암투병 경험을 일터에 알리지 않을 예정이거나 알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비공개 결정 이유로는 ‘편견을 우려’(63.7%)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다. 암 생존자의 69.5%은 '일터 내 암 생존자에 대한 차별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차별 내용으로는 '중요 업무 참여, 능력 발휘 기회 상실'(60.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암 생존자들은 일터 내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는 데 정책적·제도적인 개선보다 ‘동료의 응원과 배려’(62.8%)가 가장 크게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반면 비 암경험자의 이해부족에서 나온 말이나 태도 때문에 직장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답변도 많았다.
암 생존자의 심정을 상하게 하는 불편한 말로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암이 별거 아니죠”(59.6%)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암이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라는 함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암 생존자 입장에서는 암종을 막론하고 암 자체를 가벼이 여기지 말아달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연령대에 따라서는 20~30대의 젊은 암 생존자일수록 “암도 걸렸는데 술, 담배 끊어야지”라며 건강하지 않은 생활 습관에 대해 간섭 받는 것을 불편하게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대한암협회 집행이사)는 “내 옆에 동료가 암 생존자인데 어떻게 대해줘야 할지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암 생존자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소통을 할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 수 있어 암 생존자에 대한 입장을 이해하고 서로가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격려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지자체 또는 기업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암 생존자들에게 필요한 제도적 지원에 대한 답변은 생애주기적 특성과 종사 직종 등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이는 암 경험뿐만 아니라 암 생존자의 다양한 생활여건과 상황 요인을 함께 고려해 제도적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생애주기적 특성에 따라 필요로 하는 제도를 보면 경제 활동과 가정을 시작하는 시기인 2030대는 ‘교육 등 직업 복귀 준비 프로그램’(55.8%)과 ‘진로상담’(52.3%)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육아, 가사 등 도우미 지원’(38.4%)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다른 연령 대비 두드러졌다.
40대 암 생존자는 ‘치료 기간 동안 고용 보장’(75.8%)과 ‘산정특례 기간 연장, 생계비 등 경제적 지원’(78.5%)에 대한 응답률이 다른 연령보다 높았다. 50대 암 생존자는 우울과 무기력감이 많아져 ‘운동, 심리치료 등 재활프로그램’(53.2%)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60대 암 생존자는 ‘일터와 병원 간의 먼 거리’(49.4%)가 암 치료와 업무 병행 시 가장 부담이 된다고 응답했고, ‘지속적으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1차 의료기관의 제도 강화’(65.1%)가 생활에 가장 필요한 제도라고 응답했다.
전체적인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암 치료 후 사회 생활을 다시 시작하는데 도움이 되는 제도로는 교육 등 직업복귀프로그램(52.9%) ▲치료와 검진을 사회 생활과 병행하는데 도움이 되는 제도로는 유연근무제(64.1%) ▲암 생존자를 배려하는 일터 환경 제도로는 암 치료기간 동안 고용 보장(71.9%) ▲일터 밖 개인 생활의 질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는 제도로는 산정특례기간연장, 생계비 등 경제적 지원(74%)에 대한 응답률이 각각 1위를 차지했다.
간담회에서 노동영 대한암협회 회장(서울대 연구부총장)은 "암 생존자들과 더불어 사는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려면 가장 먼저 암 생존자의 상황과 입장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협회에서도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암 생존자에게 도움이 되는 지원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를 주최한 윤일규 의원은 "지금까지 암 생존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신들에게 필요한 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거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간담회가 정말 뜻 깊고 감사하다"며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반드시 정책으로 구현해야 암 생존자들의 사회 복귀가 활성화될 수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위원이자 의사로서 암 생존자들을 위한 정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 병원이 암 생존자의 일자리 문제에 관심 갖기 시작했다
- 암 생존자 146만명 시대…그들의 투병경험에 귀 기울이면 보이는 것들
- "암 생존자 100만명 시대, 재활·후유증 관리는 무관심"
- 간병에 골병드는 암환자 보호자…“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 암 생존자가 가장 원하는 정보는 ‘치료과정·예후 설명’
- 암생존자 170만명 시대...항암치료만큼 중요한 암 재활치료
- 저소득 암생존자 "돌아왔지만 황폐해진 일상의 삶"
- 암 경험자들의 유쾌발랄 암극복 수다와 뮤지컬 공연 펼쳐진다
- 2025년까지 위암·폐암 등 '예방 가능 암' 발생 20% 이상 줄인다
- 암 유병자 228만명, 국민 23명당 1명꼴...암관리정책 바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