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재(라이프시맨틱스 대표이사,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회장)

[라포르시안] 각종 정보 채널을 통해 건강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다. 정작 필요로 하는 정보를 찾기는 쉽지 않다는 게 문제이지만. 보건의료 분야는 일반인이나 환자의 정보 접근성도 제한적이다. 정보에 접근하더라도 전문적인 내용을 이해하기도 어렵다. 환자가 올바른 정보에 기초해 자신의 의료이용을 결정할 수 있을 때 의료시스템의 효율성도 향상된다. 그런 관점에서 정보 제공자나 수용자 모두 건강 정보에 대한 문해력인 '헬스 리터러시'(Health Literacy) 향상이 중요하다.

라이프시맨틱스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등 공공데이터와 개인건강데이터를 인공지능(AI) 기반 기술로 분석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접목해 개인별 맞춤 건강관리 정보와 각종 헬스케어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 회사는 진료기록부터 일상생활 속 라이프로그(lifelog)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개인건강기록(PHR) 데이터를 저장·분석하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인 '라이프레코드(LifeRecord)'를 개발했다.

여기에는 개인건강기록 데이터 분석 기술로 개발한 질병 발생 및 예후 예측 알고리즘을 탑재했다. 철학에서 그 개념을 끌어온 온톨로지(Ontology) 기술은 빅데이터 속의 무수한 정보 하나하나에 맞는 의미를 부여하고 다른 정보와 관계를 정립해 비로소 존재하게 한다. 라이프레코드는 이런 온톨로지 기술을 적용해 방대한 보건의료 빅데이터에서 정보를 분류하고 다른 정보와의 의미관계를 정립해 새로운 정보를 도출해낸다. 특정 질병의 발생 위험과 예후를 예측하는 알고리즘도 그렇게 개발됐다.

라이프시맨틱스는 이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에필(efil)' 시리즈라고 부르는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 선보인 '에필 케어' 서비스는 암경험자를 위한 건강관리 정보를 제공한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건강정보를 입력하면 암질환 종류와 병기, 상태에 따른 건광관리 정보를 케어플랜을 제공한다. 적절한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가 올바른 건강관리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라이프시맨틱스의 송승재 대표이사는 라이프레코드 기반의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환자를 위한 의료정보 큐레이션 역할’이라고 불렀다. 송 대표는 보건의료 빅데이터와 디지털 헬스 기술을 이용해 의사와 환자 사이 정보의 비대칭성과 정보격차의 간극을 메울 때 보건의료 분야에서 막대한 사회적 편익을 가져올 것으로 믿고 있다.

- 보건의료 빅데이터, 디지털 헬스 서비스 상용화에 대해서 의료영리화 우려가 계속 따라붙는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이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경제적 가치를 중심으로 중요성이 강조된 반면 빅데이터 정보의 주체이자 서비스 대상인 환자 중심의 가치, 공익적 가치에 대해선 논의가 미흡했다. 의료영리화 우려는 그런 측면에서 제기되는 게 아닐까.

“디지털헬스 서비스나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 논의를 너무 산업화 쪽에서 접근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동의한다. 그동안 전문가 집단에서도 산업화 관점에서만 이야기한 게 아닌가 아쉬움이 든다. 실제로 디지털헬스나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통해서 국민이 얻을 수 있는 편익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너무 없었다. 지금부터라도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왜 분석하려 하는지, 이를 통해 정보의 주체인 환자에게 주는 편익이 무엇인지, 그리고 의료서비스 사각지대 해소에 어떤 도움이 되고, 건강보험 지출 증가를 억제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디지털헬스나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통해서 국민이 얻을 수 있는 편익이나 공익적 가치는 어떤 건가.

“최근 건강보험공단에서 펴낸 ‘2018년 건강보험 주요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건강보험 총 진료비 중에서 65세 이상 노인의료비로 지출된 비중이 40%를 넘었다. 인구 고령화로 노인의료비 증가세를 상당히 가파른 수준이다. 이를 완만하게 증가하도록 꺾어주지 않으면 건강보험 체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힘들 것으로 우려된다.  IT기술은 제한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점에서 빅데이터나 디지털헬스 기술이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세를 꺾는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질병의 예후 관리를 잘 하면 진료비 총액이 줄어드는 건 그간의 많은 연구 통해 증명됐다. 지금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보장하지 못하는 의료서비스 분야를 보건의료 빅데이터나 디지털 헬스를 활용해 통해 커버할 수 있다. 환자와 가족이 감당해야 하는 직접의료비와 사회적비용을 줄이고 건강수명을 더 연장하는 역할을 보건의료 빅데이터와 디지털헬스를 활용해 실현할 수 있다.“

-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로 ‘시민참여·전문성에 기반한 논의구조’를 제시했다. 현재 그 같은 원칙에 입각한 거버넌스가 구축돼 있나.

“복지부에서도 상당히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보건의료빅데이터 관련 협의체가 만들어졌고, 거기에 시민단체와 환자단체 관계자도 참여한다. 또한 관련 분야의 전문가도 참여하고 있다. 오히려 협의체에 산업계가 빠져 있는 것 같다. 거버넌스 구조 차원에서 좀 더 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협의체에서 논의하는 안건이 국책과제에 한정돼 있다는 아쉬움이 든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 관련해 보다 근본적인 사안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있어서 정보의 활용과 정보보호가 상충하고 있다. 정보 활용을 높이면서 개인의 정보주권을 보장하는 것의 양립이 가능한가.

“건강데이터는 마이데이터와 의료기관 데이터, 보건의료빅데이터 등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의  사전동의(opt-in, 옵트인)를 전제로 활용 가능하며, 개방된 마이데이터에 대해서는 현행법 안에서 문제될 게 없어 전반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물론 권리행사에 따른 교육과 홍보 등 정보주권 행사를 위한 기본계획수립도 요구된다. 반면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공공기관이 환자 동의 없이 확보한 청구데이터를 근간으로 한다. 기관이 주도하고, 개인의 사전동의를 받기 어려우며, 데이터 이동에 있어 폐쇄적이다. 데이터 보유기관의 수집범위 적절성, 보유기관, 독립적 감독기구, 정보주체 거부권, 비식별화와 재식별 그리고 데이터 거버넌스 등 많은 쟁점을 안고 있다.

 폐쇄적인 의료기관 데이터도 임상시험 진행 시 피험자의 사전동의를 받아 활용하지만 정부기관이 보유한 방대한 규모의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대해 일일이 개인 동의를 구하기란 불가능하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 ‘보건의료 빅데이터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거버넌스 구성을 위한 쟁점 해소와 더불어 사후철회((opt-out, 옵트아웃)와 같은 동의권 확보 논의가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마이데이터와 보건의료 빅데이터가 뒤섞여 논의되지 않도록 잘 구분하고, 담론보다 쟁점 항목별로 세부주제를 논의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 보건의료기술의 혁신이 새로운 의료서비스 수요를 창출해 의료비 상승을 초래하고 디지털 의료소외계층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누구나 다 쓸 수 있고 정보 접근이 가능한 환경에서도 디지털기기 활용이 어렵거나, 핸디캡으로 정보접근이 어려운 정보소외계층이 있다. 정보소외계층이 사회·경제적 장벽으로 인해 정보접근에 제한을 받는 것을 해소하고, 이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 정보소외계층을 최소화하도록 하는 정책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동네병원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는 진입장벽이 거의 없다고 이야기 하지만 상급종합병원에 대해서는 진입장벽이 분명히 작동한다. 의료비용이나 시간적인 문제, 교통편의 등의 문제로 대형병원 접근성에 제한을 받는다. 그런 점에서 디지털헬스 기술은 비용이나 시간적인 문제, 교통편의 등으로 인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격차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오히려 취약계층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제공하는 미래가 SF영화 속 '엘리시움' 처럼 디스토피아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기술의 발전이 상업성을 촉진해 의료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걸 막고 보편적인 의료보장을 위한 수단이 되도록 하려면 규제가 필요한 거 아닌가.

“보건의료 분야는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하다. 규제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겠다고 하는 건 어폐가 있다고 본다. 정확히 말하면 규제가 아니라 정부에서 필요하다고 연구개발을 지원해놓고 시장진입 단계에서 허용을 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를 개발해도 건강보험 급여도, 비급여도 안 된다고 하면 국내에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건강보험 영역에서 안 되면 민간보험 부문의 수요라도 만들어줘야 하는 데 정부가 손놓고 빠져버리면 민간보험사에서도 받아들이기 부담스러워 한다. 정부가 연구개발을 지원해서 사업화 단계까지 갔는데 정작 시장진입 단계에서 정부가 외면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그러면서 나중에 정부가 산하기관을 통해서 공공부문에서 하려고 하니 민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은 규제가 아니라 행정의 문제, 정책의 문제이다.”

- 라이프시맨틱스는 보건의료 빅데이터와 개인건강 데이터를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해 각종 질병예측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일반인은 질병예측이라고 하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같은 상황을 생각한다. 엄밀히 말하면 질병예측이 아니라 질병 발생 위험도 계층화(Risk stratification)로 표현하는게 적절하지 않을까 싶은데.

“정확히는 질병 발생 위험도를 계산하는 것이다. 질병예측 알고리즘은 발생 위험도를 예측하는 것이 맞다. 다만 이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마케팅 언어로 짧게 표현하다보니 질병 예측이라는 용어를 쓰게 된 것이다. 최근 복지부에서 제시한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따르면 비의료기관이 질병예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데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다만 우리가 개발한 질병예측 알고리즘은 주요 대학병원의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된 서비스 요소를 바탕으로 수십만명의 임상데이터와 건강검진데이터, 코호트DB 분석으로 도출한 것이다.”

- 최근 딥러닝을 이용한 AI 기술로 산업보건통합관리서비스 사업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어떻게 개발했나.

“딥러닝을 이용한 AI 기술로 대한산업보건협회가 보유한 작업환경 분석 데이터 390여만건과 건강검진 데이터 2억7,000여만건을 분석해 노동자의 건강상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업장 발생 유해인자와 건강위험 지표를 발굴했다. 그 과정에서 소음, 분진, 유해화학물질 등의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특수건강검진 데이터와 질환 이력, 사업장의 유해인자를 교체 분석했다. 문진을 통해 확인한 흡연 여부, 음주량 등의 정보와 함께 벤젠이나 톨루엔, 석면 등의 유해물질 발생 여부 등 파편화한 데이터를 뭉치면서 완결성을 갖게 됐다. 인공지능 기반의 산업보건통합관리서비스가 상용화되면 전체 사업장 대비 개별 사업장과 노동자의 건강상태를 알 수 있는 도구로 활용돼 사업장 보건관리자의 업무 효율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 라이프시맨틱스는 한국형 왓슨인 닥터앤서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나.

“의사를 위한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S) 개발과 환자를 위한 의사결정지원시스템으로 구분해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의사 대상의 CDSS는 의료기기 인증을 목표로 하고, 환자 대상은 웰니스 버전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목표로 연구개발 중이다. 우리 회사는 라이프레코드 플랫폼을 이용해 닥터엔스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에서 진료를 받은 전립선암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국형 전립선암 병기 예측 모델 개발이 막바지 단계에 있다. 올 하반기에는 전립선압 예후(재발/사망) 예측 모델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 건강을 유지하거나 질환이 발병하는 데는 교육과 소득 수준, 주거형태, 노동, 지역적 특성, 환경적 요인, 보건의료체계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계를 맺고 영향을 주기 때문에 표준화하고 정형화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또한 이런 복잡한 요인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왜곡된 분석 결과를 제시하거나 실제로 그 유효성이 기대이하로 나타날 수도 있을 거 같다. 암치료 분야에서 IBM '왓슨'의 사례처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반의 디지털헬스 기술 개발에서 이런 부분을 고려하는지 궁금하다. 

“왓슨이 국내에서 높은 유효성을 가지려면 국내 환자 데이터를 충분히 반영했어야 한다. 디지털헬스에서 활용하는 다양한 질병 예측 알고리즘도 마찬가지다. 왜곡된 분석 결과가 제시되지 않도록 국내 다양한 건강데이터와 공공데이터의 활용을 강조하고, 제도권 편입을 통한 확산으로 기술과 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달라고 요구해온 것이다. 디지털헬스는 대표적인 데이터 기반 기술 산업이기 때문에 임상과정에서 결과의 유용성과 유효성, 만족도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 '라이프레코드'와 이를 기반으로 한 건강관리 서비스 개발 필요성은 어디에서 비롯됐나.   

"질병 확진을 받으면 관련 의료정보에 대한 궁금증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네이버에서 검색하거나 환우회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찾는 정도였다.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어머니가 질병 진단을 받고 투병을 하실 때 의사와 환자의 정보격차가 너무 크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 그 당시 어머니가 진단받은 질병과 관련된 정보를 얻기 위해 의학논문을 직접 찾아보기도 했다. 질병의 예후라든가 가정에서의 건강관리 등의 정보를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당시의 의료이용경험을 계기로 헬스 리터러시(health literacy) 관점에서 환자에게 올바른 질병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라이프레코드’ 기반으로 개발한 에필 서비스의 맞춤형 건강관리란 어떤 의미인가. 

“라이프레코드에 데이터가 쌓이면서 지금은 1~2개월에 하나씩 새로운 질병 관련 알고리즘이 나올 만큼 속도가 붙었다.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에 대한 알고리즘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 고객들이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실제로 암환자나 주요 질환자가 기대하는 바는 약으로 커버되지 않는 지점을 ‘에필(efil)' 서비스가 보완해주기를 바란다. 최근 만난 암환자 커뮤니티 관계자들은 ‘에필 케어’를 ‘암 치료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병원에서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나 약으로 할 수 있는 건 정형화돼 있다. 그런데 암경험자들은 집에서 스스로 건강관리하는 게 어렵다는 걸 잘 안다. 에필 케어는 비슷한 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질병 추이가 어떻고, 완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꾸준히 질병관리 정보를 제공한다. 그런 면에서 라이프레코드 기반의 에필 서비스는 질환별로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모아서 제공하는 ‘정보 큐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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