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주목 받으며 승승장구...성분 논란으로 순식간에 무너져

[라포르시안]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처방율이 급성장하고 있다. 블록버스터 품목 성장을 자신한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사장은 작년 8월 인보사를 국내 출시한 이후 1년여 만에 시술사례가 1,500건을 돌파하면서 내심 블록버스터 품목 성장을 자신했다. 

이런 기대와 달리 1년여가 지난 현재, 인보사가 처한 상황은 참담하다.  국내개발 신약 29번째로 허가 받은 인보사가 결국 품목허가 취소라는 ‘불명예’를 통보받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3일 인보사 제조, 품목허가 취소를 최종 확정했다. 인보사를 상대로 허가 취소 관련 마지막 청문회 절차에 돌입한지 16일 만에 최종 입장을 내놨다.

식약처는 취소 이유로 인보사 주성분 2액이 연골유래세포가 아님에도 2액을 연골유래세포로 품목허가 신청 받았다고 설명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즉각 반발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식약처 청문회 결과 발표 직후 공식입장을 통해 “식약처 결정에 유감이다.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라포르시안은 인보사의 허가(2017년 7월)부터 최종 품목취소(2019년 7월)까지의 지난 2년여의 과정을 재정리해봤다.

인보사는 2017년 7월 국내 개발 유전자치료제로 처음 허가 받았다. 국내개발 신약 29번째로 기록됐다. 항염증 작용을 나타내는 'TGF-β1 유전자'가 도입된 동종연골유래골세포 주성분으로 무릎관절강내 1회 주사하는 방식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7년 9월에 대한의료관광진흥협회와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MOU을 체결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7년 9월에 대한의료관광진흥협회와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MOU을 체결했다.

시장 반응은 뜨거웠다. 국내 출시 6개월여 만에 월별 100건 이상의 시술 건수를 기록하면서 총 시술 1,000건을 돌파했다.

이 분위기에 힘 얻어 2018년 7월 인보사 미국 임상3상에 착수한다. 임상 3상은 약 1,02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50여개 이상 병원에서 진행됐다.

인보사에 이상신호가 감지된 것은 2019년 3월부터다. 식약처가 지난 3월 31일 전격적으로 인보사 주성분 가운데 하나가 허가 당시와 다르다며 제조 판매 중지결정을 내린 것이다.

2018년 7월 10일, 이우석 코오롱티슈진 대표가 마곡 코오롱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내 임상 3상 시료사용 승인에 따른 ‘인보사’ 임상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2018년 7월 10일, 이우석 코오롱티슈진 대표가 마곡 코오롱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내 임상 3상 시료사용 승인에 따른 ‘인보사’ 임상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식약처는 당시 인보사 주성분 중 1개 성분(2액)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세포와 다른 세포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인보사 미국 임상을 담당하고 있던 코오롱티슈진은 식약처 발표 하루 만에 임상 3상을 중단한다. 

당시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는 연골세포(HC)와 TGF-β1을 발현하는 형질전환세포(TC)를 3대 1로 혼합해 무릎 관절강에 투약하는 주사제"라며 "형질전환세포는 TGF-β1이 일정기간 발현되도록 하는 전달체 역할을 수행하는데, 이 형질전환세포가 연골유래세포가 아니라 293유래세포인 것으로 새롭게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사장은 성분 변경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공식 사과했고, 회사는 인보사 투여 환자 상대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성분 논란과 관련해 “STR(Short Tandem Repeat)시험 결과 국내에 유통되는 인보사의 형질전환세포(TC)의 성분이 비임상단계부터 지금까지 ‘293유래세포’가 계속 사용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즉 인보사의 형질전환세포(TC)가 개발과정 중에 바뀌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사실 인보사 성분 논란 초기만 해도 검사 방법이 달랐다는 코오롱생명과학의 해명이 어느 정도 설득력 있게 보였다. STR시험 결과 인보사 2액인 형질전환세포가 비임상단계부터 상업화 제품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세포를 사용했다는 주장이었다. 다만 세포 이름을 잘못 게재했다는 해명이었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는 지난 4월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인보사'의 자발적 유통·판매 중단 관련 간담회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는 지난 4월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인보사'의 자발적 유통·판매 중단 관련 간담회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이 거짓말로 드러나면서 인보사는 최대 위기에 봉착한다. 

인보사의 2액 성분이 동종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유래세포(293유래세포)라는 사실이 이미 2년 전인 2017년 3월 코오롱티슈진이 위탁생산업체를 통해 STR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확인한 것이 드러난 것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 같은 내용을 끝까지 숨겼다.

결국 식약처는 2019년 5월 28일 인보사 허가 취소 결정을 내린다. 더불어 코오롱생명과학을 검찰에 형사고발 조치했다.

식약처는 인보사의 2액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됐고,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했던 자료가 허위로 밝혀졌다며 형사고발조치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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