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신설 추진 대학마다 눈독…복지부 '공공의사' 양성기관 신설로 이어질 수도
교육부, '의대 평가 → 학과 폐지' 법개정 추진…관동대·울산대의대도 타깃

마침내 부실 의학교육의 온상으로 불려온 서남대 의과대학에 대한 페과 추진 결정이 내려졌다. 

교육부가 서남대학교는 정상화하되 임상실습을 부당하게 운영해 온 의대에 대해서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다.

의대에 한해서라도 폐지키로 결정한 배경에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서남대의대의 문제를 제기했던 의료계의 목소리가 주효해던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서남의대생, 학부모 뿐 아니라 의사협회를 비롯해 의료계 관련 단체장으로 구성된 의학교육협의회까지 나서 의대 부실교육을 문제삼으며 서남의대 폐지를 교육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의료계에서 의대에 한해서라도 폐교해야 한다는 얘기가 계속 있었고 또 이러한 요구에 따라 서남대에 대한 감사가 진행된 부분도 있다"며 "그동안 쌓여왔던 지적들이 이번 결정의 바탕이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소송 패소해도 의대 폐지 강행…의대 재학생은 특별편입학 조치

교육부가 서남의대 폐지 결정을 내렸지만 실제 조치가 취해지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서남대 학교법인인 서남학원이 지난 3월 18일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감사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본소송인 감사처분통보 취소 소송 1심 판결이 내려져야 비로소 의대 폐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소송에서 패소하면 의대 폐지 조치는 힘들게 된다.

대신 교육부는 '고등교육법 시행령'과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는 부속병원을 갖추지 못한 의대에 대해서는 교육부장관의 평가를 거쳐 부실한 의대 임상실습 운영 등 법령 위반에 대해 제재조치를 내릴 수 있는 법적근거와 기준이 담기게 된다. 평가 결과에 따라 학과 폐지도 가능하다.

따라서 서남학원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교육부가 패소하더라도 법령 개정 이후 정식 평가절차를 거쳐 서남의대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소송 결과에 따라 시간상 지연될 뿐 서남의대 폐지는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얘기다.

다만 부실한 수련교육 환경이 문제가 됐던 서남대 남광병원 수련병원 지정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도 2심까지 서남대 측이 패소한 만큼 이번 소송도 교육부가 승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교육부는 연내 법령 개정과 시행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대학학사평가과 관계자는 "지금 관련 법령이 개정 중이라 당장 시행은 못하지만 연내 개정을 완료하고 되도록 빨리 시행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소송에서 패소하면 이러한 개정법령을 통해 평가를 진행하고 서남의대가 부실하다는 평가를 거쳐 의대를 폐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가 폐지되면 서남의대생들은 후속절차로 특별편입학 조치가 취해진다.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다른 의대로 나뉘어 편입된다. 아직 폐지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만큼 편입학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된 상태는 아니다. 남광병원 수련병원 지정 취소에 따른 전공의 이동수련 때처럼 편입 가능한 의대 신청과 분배 등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남의대 졸업생 '의학사 학위 취소-면허취소' 논란은 일단락

의대 폐지 결정에 따라 서남대 특별감사에서 내려진 의학사 학위 취소 등 의대생 및 졸업생에 대한 피해 논란은 일단락 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지난 1월 특별감사보고서에서 서남대측에 ▲‘임상실습 교육과정 이수가능 시간’이 학점취득 최소요건에 미달한 148명에게 부여한 학점취소 ▲학점취소에 따라 졸업요건을 갖추지 못한 134명의 의학사 학위 취소 ▲부속병원에서 운영된 교육과정을 통해 부여한 42명의 680학점 취소 ▲외래교수 위촉 없이 부여한 파견 실습과목의 학점취소 등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감사 처분대로 의학사 학위가 취소될 경우 의사면허 취득의 원인무효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미 의사면허를 취득한 서남의대 졸업생의 경우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서남학원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교육부가 승소하면 이 감사처분이 되살아나게 된다. 하지만 서남의대가 폐지되면 사실상 의학사 학위 취소 등 감사처분은 사실상 무효화 될 것으로 관측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행정소송에서 (교육부가)승소하게 되면 집행정지됐던 감사처분은 다시 유효하게 된다"면서 "다만 당시 감사 처분 중 의학사 학위 취소 등은 학교측에 내린 처분인데, 의대를 폐지하게 되면 처분을 할 당사자가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처분은 없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49명에 달하는 서남의대 정원은 어디로?

서남대의대 폐과 방침이 결정됨에 따라 자연히 또 다른 의대 신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서남대의대 폐과 조치가 내려지면 이 의대의 입학정원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가 하는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듯싶다.

현재 서남대의대 입학정원은 49명에 달한다. 성균관대, 울산대, 충북대, 단국대 등의 의대보다 더 많다.

이에 따라 의대 유치를 추진해 왔던 목포대학교와 창원대학교 등은 서남대의대 폐지를 의대신설의 기점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인천대와 순천대, 중앙의료재단 등도 의대 신설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치열한 의대 유치전이 예상되는 것은 소수 정원이 아니라 하나의 의대가 그대로 공석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의대 신설 명분을 자연스럽게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 대학은 서남대의대 정원 회수가 거론될 때도 의대 유치 반응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의료계 일각에서는 서남의대 폐지 결정이 알려지면서 공공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의대 신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 복지부는 공중보건의사 수 감소와 공공의료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의대 졸업 후 공공의료기관 근무를 전제로 하는 '의대 정원 외 입학' 카드를 꺼낸 바 있다. 또한 학계에서는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국공립의대 및 의학사관학교 신설 주장도 있었다.

물론 의대 신설은 교육부가 결정하게 될 사항이지만 현재로서는 모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법령 개정 통한 의대평가 대상은 '서남대-관동대-울산대의대'

서남의대 폐지와 함께 부실의대 정리를 위해 추진되는 법령개정의 여파가 다른 의대로도 확산될 조짐이다.

명지병원에서 다른 부속병원을 물색중인 것으로 익히 알려진 관동의대 뿐 아니라 울산의대도 평가대상에 놓이게 된다.

이는 교육부가 현재 41개 의과대학 중 부속병원이 없는 의대로 서남의대, 관동의대, 울산의대를 꼽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마련 중인 '고등교육법 시행령'과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안에 담긴 교육부장관 평가는 부속병원을 갖추지 못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 규정개정을 하는 부분이 부속병원이 없는 의대에 대한 평가"라면서 "따라서 기존에 부속병원이 있는 의대는 평가대상이 아니고 현재 부속병원이 없는 의대는 서남의대, 관동의대, 울산의대 등 총 세 곳"이라고 말했다.

즉, 교육부의 개정안이 부실 의대 임상실습 운영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강도 높은 제재기준을 갖는 만큼 이들 의대들도 의대 폐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관동대의대의 경우 현재 프리즘병원의 부속병원 개원이 차질을 빚으면서 제대로 된 임상실습 교육이 어려운 만큼 서남대의대와 마찬가지로 폐과 대상으로 지목돼 왔다. 

물론 교육부는 현재 부속병원이 없더라도 개정안이 공포·시행되고 평가가 이뤄질 때까지 부속병원을 갖춰 제대로된 교육을 실시한다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개정 규정이 시행되기 전까지만 부속병원을 만들면 되기는 하다"면서도 "하지만 부속병원을 갖추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느냐. 부속병원을 만들어서 이미 운영하고 있고 부속병원에 문제가 없으면 해당사항이 아니지만 지금 부속병원이 없는 상황에서는 그럴(단기간에 갖출) 가능성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울산의대도 부속병원이 없어 현재로서는 평가 대상이지만 관동의대와 상황이 다르다.

울산의대의 경우 부속병원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의대교육 측면에서는 잘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울산의대 관계자는 "우리 의대의 경우 울산대병원을 포함해 서울아산병원, 강릉아산병원 등의 의료진들이 교육부의 인정을 받은 울산의대 교수인데다 임상실습이나 의학교육 등은 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부속병원이 없는 의대가 평가대상이기는 하지만 임상실습이나 협력병원의 교육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면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개정되는 법령이 부속병원이 없는 의대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부속병원이 없다고 의대가 폐지되거나 제재조치가 취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부속병원이 없어도 협력병원에서 충실히 교육이 이뤄지면 되는데 그게 안될 경우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2월 14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서남의대 학생 교육권 보호를 위한 정책간담회'.

의평원, 애매한 부속병원 개념 재정립부속병원이 의대 교육시스템에 대한 평가 기준으로 작용하고 정부가 평가 주체로 나서자 한국의학교육평가원도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애매한 부속병원 개념의 재정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의평원 안덕선 원장은 "의대마다 부속병원이 아닌 협력병원 체제를 가진 재단도 있고 학교법인이 아닌 사회복지법인 등 부속병원 형태를 취하지 않는 곳들도 있다"고 전제한 뒤 "실제로 의대생들이 실습을 어디로 많이 나오는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부속병원에 대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또 "(부속병원이)다른 나라에서도 문제가 되기도 했고, 결국 학생을 가르치는 대학병원이라고 하면 어떻게 규명을 해야 하는지 기준을 만든 필요가 있다"며 "올해 안으로 의평원에서 부속병원에 대한 기준을 개발 완료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법령 개정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한 후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안 원장은 "교육부는 저부가 직접 의대에 대해 평가하겠다는 건데 의대 평가를 많이 해본 나라들은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국가의 간섭은 받지 말라'고 정면으로 권고하고 있고 정부가 아닌 공공기관에서 평가를 주도한다"며 "교육부가 서남의대를 계기로 추진하는 법 개정 내용이 합당하다면 찬성하겠지만 맞지 않는다면 반대의견을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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