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사상 첫 ‘마이너스’...비급여 전면 급여화로 의료비 가계직접부담 크게 감소
"교육·의료 등 복지정책 강화하면 공공서비스 물가 하락"

[라포르시안] 공식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 마이너스로 집계되면서 일각에서는 경기침체와 맞물린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정책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물가 하락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의 저물가 상황은 국제유가 및 농축산물 가격 하락과 함께 정부의 복지정책 확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크다.

특히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에 따라 가계의 의료비 지출 부담이 감소한 것도 사상 첫 마이너스 물가 시대를 여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통계청이 지난 1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2(2015년=100)로 1년 전보다 0.4% 하락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도 대비 하락한 것은 1965년 전도시 소비자물가지수 통계 작성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통계청은 "농축수산물의 가격하락 및 기저효과, 석유류 가격 안정세 및 고교 3학년 무상교육 실시로 전년동월비 0.4% 하락했고, 올해 9월부터 고등학교 무상교육 확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의 정부정책이 추가 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전기·수도·가스 및 서비스 물가지수. 자료 출처: 통계청
전기·수도·가스 및 서비스 물가지수. 자료 출처: 통계청

실제로 소비자물가지수 조사품목에 포함되는 치과 보철료의 경우 임플란트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연령층을 확대하고, 본인부담률을 낮추면서 가계지출 부담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해 2017년에 노인 틀니의 본인부담률을 50%에서 30%로 낮췄고, 2018년에는  임플란트 본인부담률도 50%에서 30%로 인하했다.

비급여 부담이 컸던 영상진단검사의 경우 2018년 10월부터 뇌·뇌혈관·특수검사 MRI에 건강보험을 적용한 데 이어 올해 5월부터는 두경부 MRI 검사에도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했다. 올해 11월부터는 흉부·복부 MRI 검사에도 건강보험이 적용이 확대될 예정이다.

초음파의 경우 2018년 4월부터 상복부 검사를 급여로 전환한 데 이어 올해 2월부터는 신장, 방광, 항문 등 하복부와 비뇨기 검사가 비급여에서 급여로 전환했다.

여기에 상급병원·종합병원의 2·3인실 건강보험 적용, 선택진료비 완전 폐지, 병원·한방병원 2·3인실 건강보험 적용 등으로 기존에 가계 부담이 컸던 비급여 항목이 대폭 급여로 전환하면서 가계의 의료비 지출부담이 크게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치과보철료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임플란트 가격 인하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2015년 대비 4.7% 떨어졌다. 병원검사료의 소비자물가지수는 2018년부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 케어)이 본격 추진되면서 각종 영상검사가 급여로 전환해 2015년 대비 13.6%나 떨어졌다.

특히 지출목적별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보건 부문의 경우 2018년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소비자물가지수 추이. 자료 출처: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
소비자물가지수 추이. 자료 출처: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

이 같은 수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모든 의학적 비급여의 급여화를 골자로 한 보장성 확대가 본격적으로 추진된 2018년 하반기부터 실질적인 가계의 의료비 지출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공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공공서비스물가는 교육·의료·통신 등과 관련한 복지정책 강화의 영향으로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며 "정부정책 측면에서 교육·의료·통신 관련 복지정책 강화, 일부 간접세 인하 조치 등이 물가 하락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여전히 의료비 가계직접부담 비중 높아...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확대해야  

한편 우리나라는 여전히 경상의료비(보건의료서비스와 재화의 소비를 위해 국민 전체가 1년간 지출한 총액) 중 가계직접부담 비중이 큰 편이다. 

보건복지부의 `OECD 보건의료통계 2019`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17년 기준으로 경상의료비 중 가계직접부담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20.5%이지만 한국은 33.7%에 달했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라트비아(41.8%), 멕시코(41.3%), 그리스(34.8%) 등에 이어 네 번째로 의료비에서 가계직접부담 비중이 컸다.

경상의료비에서 차지하는 가계직접부담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공공재원 비중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7년 기준으로 경상의료비 중 공공재원 지출 비중은 2017년 기준으로 60.6%로 OECD 평균(73.6%)보다 13%p 낮았다. OECD 회원국 중 경상의료비에서 차지하는 공공재원 비중이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멕시코(51.5%), 라트비아(57.3%) 뿐이었다.

시민단체는 "정부는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을 확대해 상병수당 도입과 전면 의료비상한제 도입 등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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