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월 1만원이 안 되는 건강보험료를 12개월 이상 내지 못해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생계형 장기체납세대가 무려 7만가구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생계형 장기체납세대 7만가구 구성원 8만 9,184명 중 한 해 동안 병원을 방문한 사람은 7만732명(79.3%)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만8,452명은 1년 동안 단 한 번도 병원에 가지 않은 셈이다. 

건강보험 전체 가입자는 94%가 병원을 방문했고, 의료급여 대상자는 97%가 병원을 방문했다. 

건강보험은 100명 중 94명, 의료급여는 100명 중 97명, 생계형 장기체납자는 100명 중 79명꼴로 병원을 방문, 생계형 장기체납자의 병원 방문 비율이 눈에 띄게 낮았다.

그나마 병원을 방문한 환자의 이용횟수를 보면 생계형 장기체납세대는 1인당 연평균 13.5회 병원을 방문한 데 그친 반면 건강보험 가입자는 21회, 의료급여 대상자는 55회 방문했다. 

생계형 장기체납자 K(53세)씨의 경우를 보면 보험료를 체납하기 이전 1년간 외래진료를 받기 위해 총 130회 병원을 방문했다. 하지만 체납 이후 올해 8월까지 총 38개월간 병원 방문 횟수는 총 31회로 연평균 9.8회 불과했다. 

체납 전 3일에 한 번 꼴로 병원을 방문하던 K씨가 체납 후에는 한 달에 한 번도 병원에 가지 못한 것이다. 그 사이 K씨의 건강상태는 악화됐다. 보험료 체납 이전 고혈압, 얼굴 신경장애, 망막혈관 폐쇄를 앓고 있었다.  실제로 체납 이후 병원 진료현황을 보면 기존 질병에 추가로 역류성 식도장애, 각막염, 관절 탈구, 편두통, 염좌, 치주질환 등의 질병이 추가됐다. 

김상희 의원은 "건보료 장기체납세대는 연체보험료 고지, 보험료 독촉, 납부 독려를 끊임없이 받게된다. 이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돼 아파도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의원은 "건보공단은 2016년 이후로 국민권익위원회의 제도개선 권고에 따라 생계형 체납자의 통장을 압류하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생계형 장기체납자에게 병원은 먼 곳"이라고 지적했다. 

답변에 나선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익 이사장은 "현재 빈곤전문가에게 의뢰해 정확한 실태 등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연구결과가 나오면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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