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위 국감서 저출산·고령화 따른 혈액수급난 문제 제기돼..."수혈 적정성평가 바람직"

[라포르시안] 저출산 고령화 추세에 따른 헌혈인구 감소와 추석 명절 후 혈액보유량 감소 등으로 혈액수급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전문가들은 국내 수혈정책을 '최소수혈'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종훈(사진, 오른쪽) 고려대 안암병원장은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수혈정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을 통해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를 맞아 헌혈을 늘리는 것보다는 수혈을 줄이는 쪽으로 가는 것이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헌혈량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혈을 줄이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국내 혈액수급이 악화된 가장 큰 요인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헌혈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10∼20대 연령층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10대와 20대는 전체 헌혈자의 70% 이상을 차지해왔지만 최근 들어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다. 반면 수혈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50대 이상 인구와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늘어나고 있다.

박 원장은 "이미 미국은 헌혈을 40% 줄였고 지금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또 미국의 유수 병원들은 적정수혈과 최소수혈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동양권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수혈 적정성 평가를 하겠다고 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케어로 인한 쏠림현상도 증언했다. 

'문재인 케어를 두고 논란이 많다. 현장에서는 어떻게 보느냐'는 유재중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박종훈 원장은 "취지는 나쁘지 않고 가야 할 길이다.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아 상급종합병원 쏠림을 억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박 원장은 "상급종합병원 원장으로써 쏠림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당연히 의료비 부담이 적어지니 의료 이용이 늘어난 것인데, 주목할 점은 의료전달체계 붕괴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전달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의료비가 줄어드는 문재인 케어를 시행했다. 그로 인한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은 예측 가능한 일이다. 데이터상으로는 늘어난 환자가 1~2%일 수 있지만, 상급병원은 이미 포화상태기 때문에 그 데이터가 쏠림으로 와 닿을 수 있다. 다만 쏠림의 이유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적정수혈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박 장관은 "혈액 관리를 체계적으로 해서 수혈량을 줄여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헌혈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연휴나 명절 앞두고는 항상 긴장한다"며 "헌혈이 줄어들고 있지만, 국민건강을 위해서도 그쪽(적정수혈)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문재인 케어로 인한 환자 쏠림 현상에 대해서는 "문재인 케어 전에도 이미 포화상태였다. 쏠림의 요인을 하나씩 제거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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