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3년제 수련과정 밟은 내과 전문의 첫 배출...전문의 시험준비로 내과 인력공백 우려 커져

[라포르시안] 지난 2017년부터 내과 전공의 수련기간이 4년에서 3년으로 단축된 이후 첫 3년제 수련과정을 내과 전문의을 배출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일선 수련병원에서는 내과 인력난으로 인한 업무공백과 이로 인한 환자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오는 12월부터 기존 4년제 수련과정을 밟은 내과 레지던트 4년차와 3년제 과정을 밟은 3년차 레지던트가 한꺼번에 전문의 시험준비에 들어가면 전국 수련병원 내과의 인력난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박지현)는 지난 19일 서울시의사회관 5층 강당에서 제23기 정기대의원총회를 열고 내과 전공의 공백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대전협에 따르면 내년 2월 3일 전문의 자격시험을 앞두고 오는 12월부터 전국 수련병원의 내과 3, 4년차 레지던트가 한꺼번에 시험준비에 들어가면 내과 인력 공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과 3~4년차는 수석 전공의로 저년차 전공의 백업 및 협진, 응급실 및 중환자실, 일반 외래에 이르기까지 병원 입원환자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업무공백의 영향이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선 수련병원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뾰족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충분한 입원전담전문의 고용을 통해 업무공백을 메우는 것이다. 입원전담전문의 인력을 확충해 내과 전공의의 병동 주치의 업무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그나마 남은 인력이 유동적으로 외래 혹은 시술에 투입될 수 있다. 하지만 일선 수련병원의 입원전담전문의 인력 확보는 아직 부진한 편이다.

입원전담전문의 인력 확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3~4년차 인력 공백이 발생할 경우 입원환자 수를 줄이거나 펠로우와 교수진이 당직근무를 설 수밖에 없다.

대전협 서연주 부회장은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활성화가 유일한 대응방안인데 실질적인 고용으로 잘 연결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만약 대체인력이 없다면 환자 수를 줄이고 교수도 당직을 서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건 내과 전공의 인력공백이 환자안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서 부회장은 “인력 공백이 생겨도 병원은 어떻게든 굴러가지만 환자안전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면서 “환자 안전사고가 생기면 그 책임은 어떻게 할 것인가? 병원은 정신차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과와의 협진환자가 많은 내과 특성상 전공의 인력공백은 단순히 내과의 문제로 그치는 게 아니라 병원 전체 협진체계에도 영향을 끼친다.

내과 전공의 3~4년차가 주로 응급실과 중환자실 주치의를 맡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한꺼번에 빠지면 각 수련병원의 중환자실과 응급실 진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전협 이성민 대의원(연세대세브란스병원)은 “내과 1, 2년차 레지던트로 커버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런데 내과 협진 환자가 많으니 이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면서 “지난 내과 춘계학회 때도 이틀 동안 일방적으로 협진 불가능을 통보받았다. 이는 내과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전협 박지현 회장은 “내과만이 아닌 병원 전체의 문제고, 의료계 전반의 문제다. 제도를 시작하기 전에 대안과 이런 상황에 대한 대비가 없었고, 이제서야 남은 1,2년차를 쥐어짜서 만들려고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내과 전공의 공백과 관련해 이번 주 안에 인력 공백에 따른 병원별 실태조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를 근거로 정부 차원에서 병원의 입원전담전문의 등 인력충원을 위한 재정 지원 대책 마련을 요구할 방침이다.

박지현 회장은 “응급상황과 중환자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이번이 의료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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