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AI 기반 의료기기 4개 제품 식약처 허가
의사 10명 중 8명 "인공지능 의료분야서 유용"

[라포르시안] 의료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의 활용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의료진의 진단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보조적인 수단으로써 활용되고 있지만 기술개발이 진전되면 훨씬 더 넓은 영역에서 의료용 인공지능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18년 의료기기 허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령 판단을 지원하는 X-ray 영상분석 소프트웨어 등 의료영상분석을 보조·지원하는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 4개 품목이 국내 최초로 허가를 받았다.

허가받은 제품을 보면 ▲의료영상검출 보조 소프트웨어 ▲의료영상 분석장치 소프트웨어 ▲의료영상 진단보조 소프트웨어  ▲의료영상 전송장치 소프트웨어 등이다.

식약처 허가를 받은 의료영상검출 보조SW는 흉부 X-ray 영상에서 폐 결절 부위를 검출해 의료진의 판독을 보조하는 소프트웨어이고, 의료영상 분석장치SW는 환자의 손 X-ray 영상을 분석해 의료진의 환자 골연령 판단을 지원하는 기능이 구현된다.

환자의 뇌 MR 영상자료를 분석해 의료진의 뇌경색 진단 결정을 보조하는 의료영상 진단보조SW와 CT 영상을 전송 받아 딥러닝 방식으로 잡음이 제거된 이미지를 전송하는 의료영상 전송장치SW도 허가를 획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8년에 허가한 인공지능 의료기기. 자료 출처: 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8년에 허가한 인공지능 의료기기. 자료 출처: 식약처

앞으로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 상용화는 더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의 경우 후향적 임상시험으로 유효성 검증, 기계학습을 통한 허가변경 면제 등 허가심사를 간소화할 수 있는데, 그동안 이를 적용받는 의료기기는 11개 품목에 그쳤다.

식약처는 최근 인공지능 기반의 의료기기 적용 범위를 11개 품목에서 범용초음파영상진단장치, X-ray 등을 포함해 153개 품목으로 대폭 확대했다.

식약처는 또 ▲인공지능(AI) 의료기기 인허가 절차 간소화 ▲의료용 소프트웨어 임상시험자료 인정 범위 확대 ▲신개발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심사 간소화 등의 규제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 앱 등 일반 의료용 소프트웨어도 임상시험자료 인정 범위를 확대해 전향적 임상시험 자료뿐만 아니라 후향적 임상시험 자료까지 인정하도록 했다.

영상의학 분야서 의사보다 높은 진단 정확도

한편 의료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유효성을 검증한 연구결과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이 흉부 X선 영상에서 의사보다 높은 진단 정확도를 보였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서울대병원은 영상의학과 박창민, 황의진 교수 연구팀이 2017년 1월부터 3월까지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 1,135명을 대상으로 AI진단시스템의 흉부X선영상 판독능력을 검증한 결과에 따르면 당직 영상의학과 의사의 판독 민감도는 66%에 그쳤지만 인공지능 진단시스템으로 판독했을 때 판독 민감도는 82~89%로 당직의사보다 더 높았다.

당직 의사가 인공지능 진단시스템 분석결과를 참고해 진단했을 때도 판독 민감도가 향상됐다.

정형외과 분야에서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모델이 골절 진단과 골절유형 분류에 있어서 정형외과 전문의보다 뛰어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건국대병원은 정형외과 정석원 교수팀이 환자 1,891명의 근위상완골 X-ray 필름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모델을 사용해 골절 진단을 실시한 결과 96%의 정확도를 보였다. 특히 골절 타입을 분류하는 데 있어서는 일반 정형외과 의사보다 뛰어난 정확도를 보여줬다.

인공지능 기반의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진단 알고리즘도 개발됐다.

서울대병원과 카이스트, 가톨릭대 연구팀은 AI를 기반으로 ADHD와 정상발달 아동을 구분할 수 있복합 뇌 영상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그 유효성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복합뇌영상 자료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은 47명의 ADHD군과 47명의 정상군의 fMRI, DTI, aMRI 등 다양한 뇌 영상으로부터 데이터를 획득해 두드러지게 차이나는 요소(features)를 확인하고, 이후 기계학습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로부터 반복 학습된 모델이 해당 뇌가 ADHD 환자의 뇌인지 정상인의 뇌인지 가려내도록 했다.

연구를 통해 개발된 모델은 복합 뇌영상 자료만으로 85% 정도 정확도로 정상 아동과 ADHD 아동을 구분해 냈다.

임상 현장의 의료진도 인공지능이 질병진단 등의 분야에서 상당히 유용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내과 오송희·권순효 교수팀이 의대 교수와 전공의 등  6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공지능에 대한 의사들의 자신감 : 온라인 모바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558명(83.4%)은 인공지능이 의료분야에 유용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인공지능 활용의 장점으로 ‘대량의 고품질 임상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 가능하다’는 것을 꼽은 응답자(417명, 62.3%)가 많았다. 건강관리 효율을 높일 수 있다(128명, 19.1%)거나 의료 오류를 줄일 수 있다(64명. 9.6 %)는 응답도 있었다.

인공지능이 가장 유용한 분야는 ‘질병진단’이라는 응답이 (83.4%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치료 계획 수립'(360명, 53.8%), '의약품 연구개발'(84명, 12.6%) 등의 순이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법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절반(330명, 49.3%)은 '의사 책임'이라고 답했다. 나머지 209명(31.2%)은 '인공지능 판단에 동의한 환자' 책임이라고 답했고, 130명(19.4%)은 '인공지능을 개발한 회사' 책임이라고 했다.

이 조사를 실시한 순천향대서울병원 권순효 교수는 “의료계 전반에서 인공지능의 이용에 대한 광범위한 토의를 통해 상호보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미래의학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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