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학회, 반대입장 표명..."세부적인 분류체계 확립 선행돼야"

[라포르시안]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적용 병상을 민간병원을 포함해 5만 병상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임상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포괄수가제는 입원기간 동안 발생한 입원료·처치 등 진료에 필요한 기본적인 서비스의 경우 포괄수가로 묶고, 의사의 수술·시술 등은 행위별수가로 별도 보상하는 제도이다.  

기존 포괄수가제가 백내장수술 등 7개 외과수술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 달리 신포괄수가제는 암, 뇌, 심장, 희귀난치성질환 등 4대 중증질환과 복잡한 질환으로까지 확대해 실시된다.

이와 관련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회장 김진국, 이사장 김웅한)는 21일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에 대한 입장을 내고 "시범사업의 전면적인 중단과 DRG(포괄수가제) 전제조건을 철저히 재검토 할 것"을 촉구했다.

학회는 "DRG의 전제 조건은 동일 질환 환자간의 편차가 매우 적고 이를 치료하는 병원 및 의사간의 치료방법과 병원의 설비 그리고 의사들 간의 수기의 차이가 거의 없어야 한다는 전제를 필요로 한다"며 "그러나 흉부외과 영역은 같은 병기의 폐암 환자를 같은 의사가 수술해도 환자의 나이, 다른 장기의 상태, 늑막의 유착 여부, 암조직의 주위 침범 상태, 수술 후 폐기능 상태에 따라 수술 수기 및 시간 그리고 예후가 크게 다른데 이런 환자 간의 난이도의 차이는 현재 질병 분류표에는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흉부외과 수술은 수술에 필요한 장비는 물론 수술 전 진단 및 수술 후 처치를 위해서도 많은 장비를 필요로 하는데 이 또한 병원간의 차이가 적지 않다"며 "따라서 DRG의 전제조건을 전혀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신포괄수가제로 처치 항목에 따라 포괄 부분과 비포괄 부분을 혼재시키는 것은 오히려 행정적인 복잡함만 가중시킬 뿐 처치의 표준화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따라서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을 하기 전 먼저 각 질환의 분류 및 환자 상태 파악의 기준은 물론 치료 과정의 난이도에 대한 객관적이며 세부적인 분류체계의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이렇게 적절한 표준화 작업이 완성된 다음에 가장 보편적인 위치에 있는 병원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행해 혹시 오류나 미비한 점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정상적인 순서"라며 "지금처럼 분류체계가 미비해 표준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범사업이 강행된다면 분류체계의 부적절함으로 인해 중증환자나 희귀질환 환자가 적정 진료를 받지 못해 많은 환자들에게 매우 심각한 불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학회는 "이런 이유로 시범사업은 즉시 중단되어야만 할 것"이라며 "어떤 정책도 소중한 생명의 희생 가능성을 전제로 시행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시범사업의 전면적인 중단과 DRG 전제조건의 철저한 재검토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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