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 시위대에 응급의료 지원하던 의료진 체포...시위 중 다쳐도 신분노출 두려움으로 공공병원서 진료받기 거부해
세계의사회 "홍콩 당국, 인권 존중하고 제네바 협약 정신 침해해선 안돼"

이미지 출처: 란싯(THE LANCET)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이미지 출처: 란싯(THE LANCET)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라포르시안] 세계적인 의학 저널인 '란싯'(Lancet)에 홍콩 시위 현장에서 발생한 경찰의 반인권적인 행위를 비난하는 글이 실렸다. 

란싯은 지난 21일자로 온라인판 서신(CORRESPONDENCE) 코너에 홍콩의 한 외과의사인 다렌 만(Darren Mann)이 기고한 '홍콩에서 짓밟힌 국제인도주의 규범'(International humanitarian norms are violated in Hong Kong)이라는 제목의 글을 수록했다. <란싯(THE LANCET) 웹사이트 링크 바로 가기>  

이 서신은 지난 17일 밤 홍콜 경찰이 폴리테크닉대학에서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으로 다친 시위대에게 응급의료를 제공하던 의료팀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지난 17일 오전에 폴리테크닉대학 내 진입에 성공하면서 최루탄과 몰대포를 쏘며 시위대 해산 작업을 벌였다. 해산 작업은 밤늦은 시간까지 계속 이어지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당시 폴리테크닉대학에서 응급구호 활동을 벌였던 외과의사인 다렌 만은 란싯에 기고한 서신을 통해 "이날 밤 8시 30분경 경찰은 10시까지 항의 시위가 계속되면 그 이후 대학 건물 내에 있는 모든 사람은 폭통 혐의로 체포될 것이라고 발표했다"며 "또한 경찰은 필요한 경우 치명적인 수단을 사용해 강제로 대학 구내에 진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유효한 언론인 검증 서류를 제시하는 일부 기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을 체포할 것이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의료진을 나타내는 표시가 적힌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홍콩 경찰에게 체포돼 뒤로 손을 묶인채 길바닥에 앉아 있다. 이미지 출처: Copyright &copy; 2019 Darren Mann
의료진을 나타내는 표시가 적힌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홍콩 경찰에게 체포돼 뒤로 손을 묶인채 길바닥에 앉아 있다. 이미지 출처: Copyright &copy; 2019 Darren Mann

문제는 이날 경찰의 시위대 진압과 해산 작업 중에 시위대를 대상으로 응급의료를 제공하던 의료진 여러 명이 체포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날 진압 이후 시위 현장에서 의료진으로 표시하는 조끼를 착용한 사람들이 경찰에 체포돼 손을 등 뒤로 묶인채 길바닥에 앉아있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 SNS를 통해 공유됐다.

만은 "당시 다친 시위대에게 응급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몇몇 의료팀이 파견됐고, 모든 응급 의료진은 눈에 잘 띄는 적십자 휘장과 적십자 표시가 된 헬멧과 방독면을 착용하고, 눈에 잘 띄는 조끼를 입고 있었다"며 "그러나 그날 저녁 홍콩 경찰은 일부 의사와 간호사, 응급의료 구급대원 등을 모두 폭동에 참여한 것으로 간주하고 체포했다"고 했다.

그는 "온라인으로 유포 된 사진을 보면 손을 등 뒤로 묶인 채로 길바닥에 앉아있는 여러 명 가운데 의사, 간호사 및 응급구조사 등의 신분임을 알 수 있는 조끼를 입고 있다"며 "이 사람들은 모두 폭동에 참여했다는 혐의로 체포됐다"고 했다.

시위 도중 부상당한 학생들은 경찰의 신원 확인과 체포에 따른 두려움으로 공공병원을 통해 응급치료를 받기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은 "홍콩 경찰이 벌인 행동은 자발적으로 인도적인 응급의료 구호 활동에 나선 의료인을 대하는 국제규범에 있어서 허용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응급의료 구호에 나선 의료인을)체포하는 건 문명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인도주의협정에도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세계의사회(World Medical Association, WMA)는 지난 19일자로 낸 성명을 통해 홍콩 경찰이 응급의료 구호에 나선 의료인을 체포하고, 다친 시위대에게 응급처치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WMA 홈페이지에 게재된 성명 바로 가기 >

WMA는 "의사와 간호사 등의 의료진이 체포되고 부상당한 학생과 시위대가 의료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보고 우리는 홍콩 당국이 인권을 존중하고 제네바 협약의 정신을 침해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MA 회장인 미겔 호르헤 박사(Dr. Miguel Jorge)는 "의료인은 어떤 상황에서도 보호받아야 한다"며 "홍콩 당국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회복하고 의사, 간호사, 구급대원이 경찰의 제재없이 폭력에 노출된 모든 사람을 돌 볼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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