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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급여 미지급금 1781억 달해...돌려막기 추경예산마저 한국당이 '싹둑'

기사승인 2019.12.06  08:5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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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 지자체서 예탁금잔액 부족으로 미지급 발생...연말이면 의료취약층 건강권 위협
의료계 "의료급여 적정 예산 편성 등 근본대책 마련해야"

[라포르시안] #. 인천시 동구에서 B의원을 운영하고 D원장은 월말만 되면 건물임대료와 직원들 월급 마련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D원장이 개원한 곳은 다른 지역에 비해 의료급여 환자가 많은 편으로, B의원도 전체 내원환자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의료급여 환자일 정도다. 그런데 매년 하반기에 접어들면 의료급여 환자 진료분을 청구해도 제때 지급이 이뤄지지 않을 때가 많아 운영자금 부족으로 곤란을 겪게 된다. 어쩔 때는 임대료와 직원들 월급마저 지급하기 어려워 카드 단기대출까지 받아야 할 정도다. 이 때문에 K원장은 매년 가을철이면 까맣게 속이 타들어 간다. 

의료급여는 기초생활수급자와 국가유공자, 탈북자 등의 진료비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조세)을 통해 지원하고 있지만 매년 예탁금이 부족해 의료급여 미지급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2018 의료급여 미지급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지급금이 사상 최대 규모인 8,695억원에 달했다. 연도별 미지급금 규모는 2015년 290억원, 2016년 2,941억원, 2017년 4,386억원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대한의원협회가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6년부터 2018년까지 23년 동안 2008년과 2009년 단 2회를 제외한 21개 연도에서 의료급여 진료비 체불이 발생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의료급여 미지급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의 '2019년 의료급여비용 예탁잔액 및 미지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12월 5일 현재 기준으로 전국 지자체의 의료급여 미지급금은 총 1,781억5,800만원에 달한다.

지자체별로 보면 경기도가 414억원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인천 295억원, 대구 273억원, 전북 208억원, 광주 193억원, 경북 186억원 순이다.

건강보험공단 '2019년 의료급여비용 예탁잔액 및 미지급 현황'(단위 천원).

건보공단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의료급여비용에 충당(진료비지급)하기 위한 의료급여기금을 예탁 받아 급여비용을 지급하고 있지만 최근 서울과 부산 등을 제외한 일부 시·도의 경우 당초 예산책정범위를 초과하는 급여비용이 청구돼 불가피하게 의료급여비용 지급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공단은 "현재 지연되고 있는 미지급금은 정부·지자체에서 추가로 확보한 예산이 12월 중 공단에 예탁되는 대로 지급할 예정"이라며 "그러나 12월 내에 지급되지 못하는 의료급여비용은 내년도 국고금 조기집행을 통해 1월 중에 전액 지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회에서 올해 의료급여 미지급금을 해소하기 위한 추경예산 전액을 삭감했다. 

앞서 복지부는 올해 의료급여 미지급금을 해소하기 추경 예산안으로 1,221억원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459억원으로 감액된 데 이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전액 삭감됐다.

표 출처: 대한의원협회

이런 가운데 올 하반기부터 의료급여 미지급이 증가하면서 의료급여 수급자 비율이 높은 지역의 의료기관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의료급여 수급자 진료 비중이 높은 요양병원이나 정신의료기관의 경우 경영자금 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다.

서울의 한 개원의는 “몇 달씩 의료급여 지급이 지연될 경우 통장에 여유가 있거나 한달에 몇 백만원씩 융통할 수 있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개원가는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며 “카드대출이라도 되면 그나마 직원들 월급이라도 지급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월급을 아예 못주는 상황도 벌어진다”고 하소연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의료급여 미지급 사태가 되풀이되면서 의료기관들이 연말에 불가피하게 의료급여 환자 진료를 기피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 개원의는 “몇 개월 이상 의료급여가 입금이 안돼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급여 환자가 내원하면 의사는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의료급여 환자때문이라는 생각에 소극적 진료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심지어 의료급여 환자가 스스로 미안해서 내원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의료계는 정부를 향해 의료급여비용 지급 지연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료비 추계를 바탕으로 적정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런 요구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의료급여에 대한 정확한 추계가 힘든  현실이 있다"는 이유로 매년 의료급여 예산을 과소 추계하면서 예산 소진으로 미지급금이 발생하면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땜질식 처방을 되풀이 하고 있다.

대한의원협회는 "지난 수십 년간 의료급여 진료비 체불 사태가 매년 연례적으로 발생했고, 갈수록 체불액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복지부의 심각한 직무유기"라며 "적정 예산 편성 및 체불액에 대한 이자지급 의무화 등을 포함한 진료비 체불 방지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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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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