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간호사 교대근무 개선방안 논의...적정 간호인력 확충 전제돼야

[라포르시안] 간호사 교대근무 개선의 가장 이상적인 모형으로 '4조 3교대에 야간 고정근무제'가 제시됐다. 하지만 이 방안에 대해서 의견이 나뉘면서 당분간 간호사 교대근무 개선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근본적으로는 적정 간호인력 확충이 전제되지 않으면 어떠한 교대근무제 방식도 효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지난 1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기동민·남인순·한정애·정춘숙 의원과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의료노련)이 공동으로 주최한 '간호사 교대근무 실태와 대안은?'이란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간호사 교대근무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김진현 교수는 이날 발제에서 의료노련이 전국 간호사 5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간호사 교대근무 실태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간호사의 평균 근속연수는 7.7년이었고, 10년을 초과한 간호사는 25.8%에 그쳤다. 이직을 경험한 간호사는 23.9%, 이직할 생각이 있다는 응답자도 76.8%에 달했다. <관련 기사: "병원에 남는건 '생계형 간호사'뿐이다" 서글픈 자조> 

‘이직 이유’로는 응답자의 30.9%가 ‘낮은 연봉 등 근로조건’ 을 꼽았다. ‘교대근무’(15.5%)와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문화’(13.7%)를 꼽은 비율도 높았다.  교대근무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응답자의 47.2%가 ‘불규칙한 생활패턴’이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교대근무로 인한 수면장애(23.3%), ‘신체적, 정신적, 건강상의 해로움’(14.7%), ‘병가와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제약’(13.7%) 등을 지적했다.

교대근무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절반 이상이 '간호인력 확충'(55.0%)을 꼽았다.

김진현 교수는 "'4조 3교대에 야간 고정근무제' 개선방안이 가장 이상적인 교대근무제로 판단된다"면서 "이를 위해 인력 충원과 충분한 휴가가 보전되어야 하며, 정부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신규 간호사의 비율이 높으면 사실상 4교대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신규 간호사 비율을 일정 이하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조 2교대에 야간고정근무'나 '5조 3교대' 방안도 대안으로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시했다. 

김 교수는 "최근 신규간호사의 성향은 워라벨을 강조하는 분위기이므로 향후 2교대의 선호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2교대는 연속적인 휴가를 원하는 간호사의 입장에서 매력적인 방안이지만 집중력 저하로 환자의 안전사고가 증가할 우려가 있어 다각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입사 후 경력 2~3년차, 4~5년차에 각각 무급휴직 1개월을 줘 재충전의 기회를 갖도록 하고, 이직률을 감소시키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간호사가 희망하는 근무형태는 '고정근무> 3교대> 2교대' 順 

병원계는 '4조 3교대' 근무방식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영호 대한병원협회 부회장은 "개선 방안 중 특히 현장에서는 4조 3교대가 반응이 좋다. 야간전담간호사제도 찬성한다"면서 "하지만 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교대근무제 개선 이외의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간호사 부족 현상은 단순한 간호사 처우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간호사 수요가 대폭 확대된 이유도 있다"면서 근무제 개선 이외의 방안 마련 필요성도 강조했다. 

하지만 4조 3교대 방식은 대한간호협회에서 조사한 희망 근무 형태와는 거리가 있다. 

간협이 지난 2013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간호사 근무 형태는 3교대가 89.4%로 가장 많았고, 고정근무가 8.7%, 2교대가 1.8%로 나타났다. 

특히 희망하는 근무 형태는 고정근무가 68.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3교대(32.9%), 2교대(2.5%) 순이었다.

박영우 간협 부회장은 "교대 근무 간호사의 효율적인 업무 형태 개발 연구결과와 병원의 운영 개선사례를 보면, 야간전담간호사 제도 장점으로 3교대 근무자의 밤번 근무 감소, 자녀 양육, 자율적 시간 관리, 높은 보수, 개인적 목표 달성을 위해 원하는 근무 형태 선택 가능, 근무 조별 업무의 전문성 향상 등의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반대로 수면장애와 수면 패턴의 혼란, 생리불순, 위장장애, 우울 등 정신건강 유지의 어려움, 관리자와의 접촉 시간 부족으로 인한 지도편달의 어려움, 인력 결원 때 대체의 어려움 등 단점도 있다고 소개했다. 

2교대 근무제의 경우 간호 연속성 증가, 환자 파악 용이, 주치의와 의사소통 원활, 인계시간 감소, 오버타임 감소, 휴일 증가 등의 장점이 있는 반면 체력적 부담과 일정 신청의 제한, 전체교육 참여 어려움 등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박 부회장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소통의 통로를 마련하고 야간전담 간호사의 수면시간 관리, 병원 자체 중재 프로그램 개발, 적정한 급여 보장 등 각 근무 형태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간호인력 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재규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겸임교수는 5조 3교대 방안에 높은 점수를 줬다. 

장 교수는 "발제에서 제시한 개선방안 중 5조 3교대 모델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면서 "5조 3교대 모델은 현행 교대제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장시간 노동과 야간근무 등을 상당 부분 해소할 방안"이라며 "인력충원을 전제로 간호인력 배치 기준의 강화와 적정한 수의 조별 인원수 확보를 통한 실질적인 5조 3교대 모델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간호사 교대근무 개선 방향에 대해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눈치다. 

홍승령 복지부 간호정책 TF팀장은 "양질의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충분한 간호 인력이 확보되어야 하며, 질적으로도 수준 높은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교대근무제는 결국 근무 환경과 직결된다. 교대제 개선을 통해 근무시간이 줄어들도록 모두가 중지를 모아가자"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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