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인턴 110명 필수과목 미이수로 추가수련 위기..."인력 보충 목적으로 인턴 배치하기도"

2018년 6월 7일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전공의 집담회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 제공: 대한전공의협의회
2018년 6월 7일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전공의 집담회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 제공: 대한전공의협의회

[라포르시안] 오래 전부터 논의해온 '인턴제 폐지'는 흐지부지 되고 있는 가운데 수련병원에서 인턴은 여전히 값싼 노동력으로 취급받고 있다. 관련 법규로 규정된 인턴이 수료해야 할 필수과목조차 제대로 밟지 못하고 병원내 노동력이 부족한 곳에서 잡무를 하는 경우도 흔하다. 

실제로 지난해 이대목동병원에서 필수과목을 미이수한 채 인턴 과정을 마친 전공의들에게 수료증을 발급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해당 전공의들은 인턴 필수과정 미이수로 레지던트 임용이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이 문제로 논란이 커지자 보건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해당 전공의들의 인턴 수련을 취소하는 대신 이수하지 못한 과목을 추가로 수료하게끔 하는 선에서 정리했다.

현행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고시인 연차별 수련 교과과정에 의해 인턴 수련은 ▲내과(4주 이상) ▲외과(4주 이상) ▲산부인과(4주 이상) ▲소아청소년과(2주 이상)을 필수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잔여기간의 과목은 자유선택으로 하되 적어도 2개과 이상을 추가로 이수해야 하며, 규정에 따라 수련병원 또는 수련기관의 장은 인턴이 필수 수련과정을 이수한 경우 수료증을 발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어기면 인턴은 수료 취소 및 레지던트 임용 무효 처리가 될 수 있다. 수련 병원은 과태료 및 시정명령의 행정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1년 만에 동일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서울대병원에서다.

13일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2018년 수련환경평가에서 서울대병원 인턴 180명 중 110명이 필수과목을 이수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련환경평가위는 전공의법에 따라 수련규칙 위반 사안을 어떻게 처분할 지 논의 중이며, ▲전공의법 위반으로 인한 과태료 부과 ▲인턴 정원 축소(2021년부터) 등의 처분이 내려질 예정이다. 다만 필수과목 미이수 인턴의 추가 수련 여부는 최종적으로 결정이 나지 않았다.

대전협(회장 박지현)은 지난 12일 "복지부가 수련환경평가위에서 아직 의결되지 않은 서울대병원 처분 결과를 공개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수련환경평가위의 모든 회의내용은 철저히 비공개로 부쳐야 한다. 만일 복지부는 수평위 회의내용을 공개하려면 일관성 있게 공개하고 원칙을 정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인턴의 필수과목 미이수 문제는 수련병원에서 편의적으로 수련 일정을 짜면서 벌어진 사안으로, 근본적으로 인턴을 수련의보다는 값싼 의사인력으로 바라보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의료인의 노동력과 삶을 '갈아 넣어' 돌아가는 병원>

인턴의 역량 강화를 위한 수련보다는 노동력이 부족한 곳에 인턴을 집중적으로 배치시키는 방식으로 근무 일정을 짜기도 한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주어진 수련 일정에 따라 인턴 과정을 밟았음에도 필수 수료과목이 누락되는 경우도 있다.

대전협은 "수련병원이 공지하는 인턴 수련표를 살펴보면, 규정에 따른 필수과목 수련이 누락된다는 제보도 적지 않다"며 "일부 수련병원에서는 수련이 아닌 인력을 보충하는 목적으로 인턴을 배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추가 수련이든 징계든 인턴 정원 감축이든 결국 전공의에게 피해가 돌아온다. 수련병원의 잘못으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전공의가 피해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련병원을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는 보건당국과 수련환경평가위에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박 회장은 “과거 이대목동병원의 비슷한 사례로 적발된 바 있다. 수련병원에 대한 복지부의 관리감독이 얼마나 허술했으면 불과 1년 만에 서울대병원에서 이런 일이 재발했는지 의문”이라며 “수련환경평가위는 전공의법의 준수 여부를 판단하고 전공의를 보호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잘못이 반복되고, 법을 위반한 수련병원의 교수가 위원으로 있는 상태에서 서로서로 눈 감아주며 문제를 더 키우게 된다”고 꼬집었다.

병원 내 교육수련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박 회장은 “지금도 전국의 수많은 교육수련부가 연차휴가와 전공의 휴게시간, 임금 등으로 전공의들을 협박하고 있다"며 "전공의의 수련을 돕고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부서인지 전공의를 탄압하고, 감시하기 위한 부서인지 정체성이 의심스럽다. 서울대병원 사태에서도, 교육수련부의 잘못이 명백하며 그 책임은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했다.

대전협은 추가수련을 밟아야 할 처지에 놓인 서울대병원 전공의 회원을 위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박 회장은 “서울대병원 전공의들은 지난 1년간 인턴 수련을 올바르게 마쳤다. 이들이 수련병원의 무책임함과 보건복지부의 관리감독 능력 부재로 인해 불합리한 처분을 받지 않도록 대처할 예정”이라며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와 긴밀하게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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