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주최한 권역별 병원장 간담회서 인력난·저수가 불만 쏟아내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은 상급종합병원 중심 정책...수용 못해"

[라포르시안] "현행 의료질평가지원금은 중소병원이 도저히 맞출 수 없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원금의 대부분을 상급종합병원이 가져간다. (상급종합병원은) 돈도, 환자도, 인력도 다 가져갔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이 대책은 상급종합병원 중심의 대책이다. 절대로 수용 못 한다." (이송 서울성심병원장, 중소병원협회 회장)

"환자쏠림은 의료접근성이 너무 좋아져서 발생한 일이다. 특진비가 폐지되고 보장성이 강화돼 진료비가 인하되는 것은 국민 입장에서는 얼마나 좋으냐. 하지만 환자들이 몰리는 상급병원도 전공의 정원 감축, 내과와 외과 전공의 수련기간 단축 등의 여파로 너무 힘들다. 시설과 인력을 보완하고 매년 평가받는 것도 고역이다."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

"우리는 전공의 문제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병원이다. 아예 전공의가 없다. 전공의법을 적용받는 전공의라도 있으면 좋겠다. 전공의만을 위한 법을 만들어놓으니 그 부담은 모두 교수들의 몫이다. 서울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하다가 부산으로 당직 서러 가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편욱범 이대서울병원장)

지난 14일 오후 세브란스병원 종합관 6층 교수회의실에서는 보건복지부 공무원들과 서울권역 병원장들이 참석하는 간담회가 열렸다.

복지부는 지난해 말부터 전국을 돌며 '의료현장 소통을 위한 권역별 병원장 간담회'를 열고 있다. 이날은 6번째 간담회이자 마지막 일정의 간담회였다. 간담회 좌장은 노홍인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맡아 진행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서울지역 병원장들은 복지부를 향해 의료인력 부족, 의료전달체계의 문제, 전공의 특별법 시행 이후 나타난 문제들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무엇보다 복지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의료전달체계 단기대책에 관한 의견이 주를 이뤘다.  

가장 먼저 발언을 한 이송 서울성심병원장은 "복지부가 지난해 말 내놓은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은 상급종합병원 중심의 대책"이라며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원장은 "단기대책이 시행되면 권역에서 전쟁이 난다. 단기대책에서 지역 단위 필수의료 협력·연계의 구심점으로 지역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한다고 하는데, 거기에 못 들어가는 병원은 문 닫으라는 얘기"라며 "기준도 분명하지 않다. 결국 몇몇 병원에 환자를 몰아주는 제도에 불과하다. 줄세우기식 제도는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인력 부족을 겪는 중소병원들이 더 버틸 수 없는 한계상황에 직면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라기혁 홍익병원장은 "중소병원이 힘들다 힘들다 하는데, 지난 한 해 서울에서도 간호인력 부족으로 병상을 폐쇄하는 곳이 속출했다"며 "300병상에서 200병상으로 줄이고 중환자실도 폐쇄했고, 심지어 정부의 정책을 따라가보려고 세팅한 인력까지 이탈했다. 야간전담 인력도 거의 없어졌고. 인력충원을 하려고 해도 목표의 10%도 채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라 원장은 "경영적인 부분에서도 올해 수가가 1.8% 인상됐지만, 매출은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반면 다른 부분은 빼더라도 인건비만 4% 증가해 결국 마이너스 운영을 했다. 지금 상황이라면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다"고 호소했다.

차명섭 삼육서울병원장은 "전문의 급여 문제를 알아야 중소병원의 현실을 알 수 있다"면서 "내시경이 가능한 내과 전문의가 월급으로 얼마를 요구하는지 알고 있느냐. 인력을 확보하는 일은 결국 인건비 싸움인데, 수가에 그런 부분은 반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어렵게 확보한 인력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차 원장은 "응급실에서 자정 넘어 콜을 하면 나오지 않는다. 리스크가 높은 환자는 받지 않는다"며 "수술하지 않으려는 풍토까지 조성됐다. 이건 정책이 잘못됐다는 의미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형병원은 입원전담전문의 양성·PA 문제 해결 촉구 

상급종합병원에서도 할 말이 많았다.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은 입원전담전문의 양성체계 구축을 주문했다. 

이 원장은 "입원전담전문의에게 전공의 TO를 줘서 제대로 된 입원전담전문의 양성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종인 이대목동병원장은 "이국종 교수에게 폭언한 일을 두고 논란이 있는데, 결국 나라에서 해야 할 정책을 민간병원이 책임지다 보니 촉발된 사태"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PA(진료보조인력)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편욱범 이대서울병원장은 "PA는 실제로는 존재하지만,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직종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것은 복지부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쏟아지는 지적에 대해 복지부는 현재 고민하는 문제들이라며 차근차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홍인 실장은 특히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관련해 환자들의 의료이용에 제한을 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관심을 끌었다. 

노 실장은 "의료이용과 관련해 환자에 대한 제한 기전은 부족했다. 그래서 현재 의료이용 합리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인력과 관련해서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갑자기 바꿀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력에 대한 적정보상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노 실장은 "그간 사람의 행위에 대한 가치가 과소평가된 반면에 장비나 기계는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었다"면서 "행위에 대한 적정한 보상체계를 고민하고 있다. 저수가 지적도 인정한다. 하지만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파급력을 고려해 차근차근 문제들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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