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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터뷰] "비용 문제로 암환자에게 다음 선택지 없다고 설명해야 할 때는..."

기사승인 2020.01.21  08: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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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호영(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라포르시안] 최근 들어 간세포성암 치료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1차 치료에서 10년 만에 등장한 ‘렌바티닙(상품명 렌비마)’가 지난해 10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2차 치료에서는 ‘레고라페닙(상품명 스티바가)’에 이어 ‘카보잔티닙(상품명 카보메틱스)’ 등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해 환자의 선택 폭이 확대됐다.  

그러나 1차 치료 옵션인 렌바티닙 사용 후 질환이 진행된 환자들은 후속 치료약제에 대한 급여가 인정되지 않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렌바티닙 사용 후 후속치료를 받은 환자의 경우 생명연장에 긍정적이라는 ‘REFLECT’ 연구 사후분석 결과가 나왔다. 임호영 삼성서울병원 종양내과 교수를 만나 REFLECT 사후분석 연구결과의 자세한 내용과 그 의미를 짚어봤다.

- 지난해 10월부터 렌비마가 간세포암의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시작됐다. 그런데 렌비마 이후 2차 치료 옵션이 부재해 임상현장에서 처방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렌비마는 2018년에 간세포성암 1차 치료 사용 및 급여 허가를 받았는데, 문제는 신약이기 때문에 렌비마 이후 2차 치료 옵션에 대한 임상연구가 없다는 점이다. 간암에 스티바가, 카보메틱스 등의 현존하는 2차 치료 옵션은 2016년 이후 나왔으며, 출시 예정인 신약도 당연히 기존에 존재하던 유일한 치료제인 '소라페닙'(제품명 넥사바)에 실패한 환자 대상으로 임상연구가 진행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그 동안의 심사기준을 고려해 렌비마 치료 실패 환자를 대상으로 2차 치료제 효과를 입증한 연구가 있으면 허가를 해준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렌비마가 간암에 효과가 있다는 임상이 이미 진행된 상황에서 이러한 연구를 새로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자원 낭비라고 본다. 

의료계나 전 세계의 누구도 그런 연구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렌비마는 3상 임상연구인 REFLECT를 통해 몇 가지 평가 지표에서 기존 치료제 대비 나은 치료 효과를 보였는데도 2차 치료에 있어서 제한을 두는 것은 임상의사로서 안타까운 일이며 의료진과 환자가 1차 치료에서 렌비마를 선택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의료진은 국내에서도 렌비마 후속치료가 가능하도록 근거가 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를 희망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 최근 렌비마 3상 임상인 ‘REFLECT’ 연구 사후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렌비마는 이미 REFLECT 연구를 통해 1차에서 치료 효과를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사후분석 결과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처음부터 렌비마의 후속치료 효과 확인을 목적으로 설계된 연구는 아니지만 3상 임상연구 참여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했고 앞으로 렌비마 후속치료에 대해 의학적, 과학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연구라 의미가 크다. 개인적으로 향후에 이 데이터보다 더 나은 과학적 근거 수준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 결과는 나오기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로 과거에는 간암 치료를 위해 위암이나 대장암, 폐암 등에 사용되는 항암화학요법이 시도됐으나 간암 환자들은 간 기능이 저하된 상태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항암화학요법에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 이후 2007년에 넥사바가 등장하면서 간암 환자들의 생존기간이 연장됐다. 넥사바의 반응률은 2~3%에 불과했지만 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확인했기 때문에 국내 허가 승인 및 급여를 받고 사용돼 왔다. 

그 이후 많은 치료제가 넥사바와 유사한 생존기간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으나 약 10년 만에 처음으로 렌비마가 넥사바와 비슷한 정도의 생존기간(OS) 연장 효과를 보인 1차 치료제로 등장했다. 이 때 근거가 된 연구가 REFLECT이다. 반응률(ORR)이 약 24%로 렌비마가 기존 치료제 대비 훨씬 높은 수치를 보였고 무진행 생존기간(PFS)도 더 나은 결과를 확인했다. 1차 목표인 생존기간은 유사하면서 2차 목표인 반응률과 무진행 생존기간은 렌비마가 더 우수한 결과를 확인한 것이다. 현재 일본은 렌비마 실패 후 다양한 2차 치료제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 REFLECT 사후분석 임상 데이터에 대해 좀 더 설명해 달라.

“연구 결과 1차 치료 약제 종류와 상관없이 후속치료를 받은 환자의 OS가 후속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들 대비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REFLECT 참여 환자 중 렌비마로 1차 치료를 받은 후 연속해서 다음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에서 약 21개월의 생존기간(OS)을 확인했다. 대조군인 소라페닙(넥사바) 1차 치료 후 연속해서 다음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의 OS는 17개월이었다. 렌비마 1차 치료 후 후속 치료를 진행하면 생존기간 연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 있는 결과로 기존에 간암 환자의 생존기간이 8개월 정도였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좋은 결과다.”

- 렌비마 1차 치료를 받은 환자가 2차 역시 렌비마로 후속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사후 분석 연구 결과가 향후 렌비마 후속 치료 허용에 대한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지금 나와 있는 1,2차 치료제처럼 렌비마도 이번 사후 분석 연구를 통해 렌비마 1차 치료 후 후속 치료를 했을 때 생존기간 연장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1,2차의 연속성 있는 치료가 가능하면 이로 인해 생존기간 연장이 가능해 지고 있는 상황이다. 렌비마의 효과를 확인해 1차 치료제로 허가했다면 렌비마 이후 2차 치료옵션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치료 환경을 개선해줬으면 한다. 물론 재정과 무분별한 처방 방지를 위해 제한을 둘 수밖에 없는 심평원의 입장도 이해가 되며, REFLECT 사후 분석 데이터가 나오기 전까지는 렌비마 후속치료에 대한 의학적 근거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현재 국내에서 허가 및 급여가 되는 간암 1차 치료제에 렌비마, 넥사바 이렇게 두 가지가 있고 머지않아 새로운 약제가 추가로 허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치료옵션이 다양해지는 것은 의사와 환자 입장에서 모두 희소식이다. 문제는 1차 치료제가 새로 나올 때마다 각각 가능한 모든 조합의 2차 치료제에 대한 임상연구를 새롭게 시도할 것이냐 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러한 연구 진행은 간암 환자들의 치료 시급성 및 시간, 비용적 측면에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약제들의 작용 기전이 모두 다르겠지만 연구를 통해 이미 효과를 확인한 치료제는 환자들의 생존기간 연장을 위해 선택의 폭을 넓혀주었으면 한다.”

- 그간 1차 치료제를 사용한 후 후속치료를 받은 환자들에 대한 임상 연구는 없었는지. 다른 암종에서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과거 대장암도 치료옵션이 한 개밖에 없어 치료 예후가 매우 좋지 않았으나, 그 후 치료옵션이 생기면서 생존기간이 2년 이상으로 늘어났다. 간암도 대장암과 유사한 상황이라 앞으로 치료 예후가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따라서 허가상 문구에 집착해 환자들의 치료제 사용을 제한하지 말고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치료옵션이 나왔으니 선택의 폭을 조금 더 넓혀줬으면 한다. 일각에서는 치료제를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 제한을 둬야 한다고 하는데, 전문가들은 의학적 근거 및 경험에 기반한 판단에 따라서 적절한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제를 처방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걱정은 크게 필요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 해외에서 렌비마 후속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어떠한가.

“미국 가이드라인에서는 렌비마 실패 후 넥사바 투여를 권고한다. 호주는 렌비마와 넥사바 1차 치료 후 2차 치료 시 스티바가 사용을 허용한다. 캐나다는 렌비마 이후 스티바가, 카보잔티닙 등 2차 치료제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일본은 임상의의 의견을 존중해 여러 약제들을 차수 상관없이 간암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1차 치료의 80%에서 렌비마가 사용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재정을 엄격하게 따지는 편이라 사용 허가가 조금 늦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유럽은 간암 환자가 많지 않고 우리나라는 간암 환자가 많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국가별로 상황이 다르지만 우리나라는 연구 결과의 문구에 집착해서 제한적으로 허가하거나 임상연구 결과를 유독 좁게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렌비마 치료 후 2차 치료에 급여 적용되는 약이 없다는 것은 환자나 의사들이 1차 치료제로 렌비마를 선택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재정적 압박으로 인한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만 의료현장에서 꼭 필요한 치료제라면 보다 유연한 사용을 보장해주었으면 한다. 현재 일부 간담도 분과 전문의들이 렌비마 후속 치료옵션으로 넥사바를 포함한 여러 치료제를 사용하게 해달라는 의견을 개진할 계획을 갖고 있다.”

- 국내 간암 치료 환경에서 개선돼야 할 점이 있다면.

“앞서 계속 설명한 것과 같이 새로 등장한 1차 신약에 대해 보험급여가 되는 후속 치료제가 없다는 점이다. 환자를 진료하면서 가장 답답한 상황은 항암치료 중 간암이 진행된 환자에게 다음에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다고 말해야 할 때다. 물론 암환자들 중 상태가 아주 나쁜 환자들도 많지만 반대로 일상생활을 잘 영위하는 건강한 환자도 있다. 잘 치료받고 있는 환자에게 다음 선택지가 없고 치료를 하면 비용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할 때마다 매우 안타깝고 난감하다. 의학적 근거가 없다면 당연히 허가가 어렵겠지만 렌비마의 경우 최근 새로운 의학적 근거가 나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용을 허가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간암 치료제 접근성 확대를 위해 정부에 요청하고 싶은 의견이 있다면.

“정부에서 약의 허가, 약가 결정 과정에서 나름대로의 프로세스가 있기 때문에 이를 다 생략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치료제 개발이 어려웠던 간암에 치료 효과가 높은 신약이 개발되고 있으며, 이제 환자들도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서 국내에 이러한 치료제가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고 의료진에게 역으로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 간암은 치료 예후가 좋지 않은 질환이기 때문에 환자에게 1년은 정말 긴 기간이다. 간암 환자들에게 치료제 급여가 될 때까지 1년을 기다리라고 말할 수 없다. 

간암과 같이 치료제 확보가 시급한 질환은 치료제 사용 및 급여 허가 프로세스를 좀 더 단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정적 부담으로 어려움이 많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연구 결과에 기반해 치료제 선택의 다양성을 허용해줬으면 한다. 과거 간암 첫 치료제의 급여 신청을 심사할 때도 재정 부담이 많을 것으로 예상해 급여 적용에 오랜 시간이 소요됐는데, 막상 급여가 적용되고 나니 실제 재정적 부담은 그리 크지 않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렌비마와 같이 효과를 입증한 치료옵션은 환자들이 더 빨리 사용할 수 있도록 치료환경을 개선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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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필현 기자 chop23@rapportian.com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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