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도 진료수당·급여 삭감 등 비상경영..."모든 병원이 다 코로나19 영향받는데 정부는 선별 지원"

[라포르시안]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의료기관 노동자와 의료진이 때아닌 한파를 맞고 있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환자가 줄면서 병원 경영이 어려워지자 임금을 삭감하는 곳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비교적 경영 환경이 나은 대형병원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면서 의료기관이 처한 어려움을 방증하고 있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지난 11일 기자와 만나 "요즘 병원들이 매우 어렵다. 매출이 줄어들자 의료진의 월급까지 삭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A대학병원은 최근 의사들에게 지급하던 진료수당을 삭감했다. 내원환자 감소로 경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B대학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의료진에게 별도로 지급하던 진료수당을 최근에 중단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병원들이 많이 어려워졌다. 임금을 삭감하고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의료기관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앞서 대한병원협회가 상급종합병원 20곳과 종합병원 96곳, 병원급 의료기관 26곳 등 142곳을 대상으로 환자 수와 수익 변동 상황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3월 이후 급격한 환자 감소 추세가 4월에도 계속 이어졌다.

작년 3월과 비교한 외래환자는 상급종합병원이 15.7% 줄어들었다. 또 종합병원 19.3%, 병원급 29.6%의 감소폭을 보였으며 입원환자의 경우도 종별로 각각 14.5%(상급종합병원), 19.6%(종합병원), 25.2%(병원) 감소세를 기록했다.

4월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져 작년 4월과 비교해 외래환자는 상급종합병원 16.2%, 종합병원 23.8%, 병원급 30.5%가 줄어들었다. 입원도 상급종합병원 12.7%, 종합병원 21.4%, 병원급 32.3% 감소율을 보였다.

이들 병원의 진료수입도 큰 폭의 감소율을 보였으며 3월보다 4월의 감소폭이 더 컸다. 3월에 병원 종별로 진료수입 감소폭은 각각 7.5%(상급종합병원), 11.1%(종합병원)로 조사됐다. 4월에는 9.5%(상급종합병원), 15.5%(종합병원)로 확대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이 소규모 의료기관에서 대형병원으로 확산되는 분위기이다.  

중소병원들은 내원 환자가 급감하면서 일찌감치 직원들의 급여를 삭감하는 '조치'를 취했다.

실제로 서울에 있는 한 중소병원은 3월 의료진을 포함한 전직원 급여를 일괄 20% 삭감했다. 척추·관절 전문병원을 표방하고 있는 이 병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술건수가 60% 이상 줄어 급여 삭감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정부도 어려운 의료기관들의 사정을 고려해 요양급여비용선지급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이라는 지적이다. 

전북에서 재할의학과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L원장은 "정부가 지원을 한다고 하지만 대부분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거나 다녀간 병원에 집중되면서 그렇지 않은 곳은 소외되고 있다"면서 "환자가 없어 어렵기는 매한가지인데,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노무법인 상상과 함께 지난달 '코로나19에 따른 간호조무사 임금 및 근로조건 실태조사'를 시행한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 4,258명 중 66%가 '환자수가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와 관련해 집단 감염이 발생한 대구는 10명 중 8명(79%)이 환자수 감소를 경험했다. 

반대로 코로나19 환자가 적었던 전북은 51%만 환자수가 감소했다고 응답해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근무기관별로는 종합병원이 87% 감소했다고 응답했으며, 한의원 83%, 의원 80%, 상급종합병원 79%, 병원 75%, 치과의원 68% 순으로 조사됐다. 이는 병원의 외래진료 환자의 급감에 따른 현상으로 추측된다고 간무협은 분석했다. 

특히 응답자 중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46%가 '근무기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 때문에 인사노무관련 대응책을 시행했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연차소진 강요(15%), 무급휴업 시행(14%), 임금 삭감(2%), 해고 및 권고사직(2%) 등 노동법 상 문제가 될 만한 대책을 시행하는 기관이 약 3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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