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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근거기반 도입 논의 부재...감염병 대응 차원서 우선순위 낮아"

기사승인 2020.06.17  16: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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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서 원격의료 도입 관련 토론회 열려...김창엽 교수 "효과는 불확실하고 건강불평등 가속화"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라포르시안] 정부가 이른바 '한국판 뉴딜'을 표방하며 원격의료 등 비대면 산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 재유행과 감염병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비대면 진료체계(원격의료) 구축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가 주장하는 논리이다. 

그러나 원격의료 도입은 보건의료적인 측면은 물론 경제적 측면과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응 전략 측면에서도 우선순위가 낮은 정책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오늘(17일) 오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정의당 배진교 의원 주최로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원격의료 도입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창엽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원격의료 도입 정책이 보건의료 차원이나 경제적 관점에서 필요하다는 어떤 근거도 찾아볼 수 없으며, 오로지 정치적인 영역에서 이 사안이 다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엽 교수는 "환자 건강과 삶의 편의성이 커지면 당연히 원격의료를 활용해야 한다. 문제는 전체적인 정책 우선순위에서 (원격의료 도입이) 어디에 해당하는가를 따져봐야 한다"며 "만약 코로나19 재유행이 온다면 대구 사태와 비슷한 상황이 안 생긴다는 보장이 없다. 정부가 말하는 비대면 진료가 그런 상황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논리적으로 전혀 연결이 안된다"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 관련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원격의료 도입은 시급성이나 중요도가 높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 사태를 무사히 넘어가서 보건의료 문제,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접근하는 데 있어서 가장 우선 순위가 무엇인가 하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국가적 우선순위에서, 보건의료 서비스 측면에서 무엇이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냐를 따져보고 그런 관점에서 원격의료가 도움이 되는지, 원격의료 가치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무엇인지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근거에 기반한 원격의료 접근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창엽 교수는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실시한 원격의료 관련 연구에서 원격의료가 (효과적이라고) 할만하다는 사례는 만성질환자 원격모니터링, 만성질환자 상담과 교육, 인지행동치료 방법 중 정신요법 뿐이다. 이런 사례는 기존 전화로도 다 가능하다"며 "(원격의료 도입은)보건의료정책 시각에서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 노력과 비용을 들인 것에 비해 실제로 도움이 되는게 없다고 하는 걸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어떤 (원격의료) 모델인지 말을 안하고 있지만 일단 시작하자는 분위기이다. 어떤 원격의료 모델인지 말하지 않은면 우리가 어떤 정책인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하며 명확한 원격의료 도입 모델을 제시해 공론화하고 정책을 검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보건의료체계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살펴 볼 때 정책 우선순위는 의료접근성과 비용, 형평성 등의 문제인데 원격의료는 이를 개선하는 수단으로써 우선순위가 낮다고 판단했다.

김 교수는 "주민과 시민, 국민 관점에서 국가적으로 정책의 대상이 되는 가장 큰 요구와 필요 충족 순위는 의료접근성, 비용, 질, 형평성이며,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서 주민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의료이용 어려음은 믿을 만한 의료인에 대한 정보를 얻고 찾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한국 보건의료체계에서 잠재된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접근성 개선을 위해 의료인력과 시설을 확충하고 다시 배치하는 것 등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다. 원격의료가 그 중 하나의 선택지일 수도 있다"며 "그러나 (원격의료가) 가장 우선순위라는 증거가 없다. 현재 (원격의료는) 효과와 효율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설령 입증되더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의료인력과 시설, 시스템 등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원격의료를 가지고 이러한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 건 보건의료 속성을 전혀 모르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감염병 관련해 무엇을 먼저 해결해야 하는지를 정의하고, 거기에 원격의료가 무슨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불필요한 의료기관 방문을 줄일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다양한 대안이 있을 수 있다. 여기에도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며 "현재까지 드러나 가장 중요한 의료이용 문제는 의료체계 과부하로 인한 기능부전 때문에 (응급의료 등) 필수의료 이용에 어려움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감염병이 아닌) 다른 병으로 더 많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체 의료이용 시스템을 튼튼하고 건강하게 잘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느라 다른 환자에게 나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며 "지금 거론되는 원격의료가 과연 이런 문제에 있어서 어떤 도움이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포스트 코로나 대책에서 원격의료는 우선순위가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원격의료 활성화가 어떤  산업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인지, 얼마나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부에서도 원격의료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원격의료 활성화 정책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신성장동력으로서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앞선 정부에서부터 4차 산업혁명을 앞세우며 추진해온 새로운 시장 경제체제로 전환을 목적으로 한 정치의 영역에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원격의료 등) 과학기술 활용이 건강과 삶의 질과는 다른 사회적 가치를 성취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제적 부가가치가 엄청나고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면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며 "그러나 원격의료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하지 못 하겠다. 아무리 (정부가 하는) 설명을 들어봐도 잘 모르겠다. 원격의료는 신성장동력 정책이 아니라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 영역의 공공성 강화 전략 틀 속에서 하나의 수단으로 원격의료 도입 논의가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재로서는 건강과 보건의료 영역의 결과로 볼 때 효과는 매우 불확실한 반면 그에 따른 부담이나 여러 부작용으로 불평등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게 원격의료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이라며 "사람 중심의 관점에서 건강체제와 보건의료체계 문제를 다시 정의하고, 과학기술이 어디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를 다시 강조하는 것이 우리가 지금 원격의료에 대해서 할 수 있는, 해야하는 가장 중요한 작업"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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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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