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유명순 서울대 교수팀 조사 결과...확진자 "주변의 비난" 두려움 높아
[라포르시안]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확진자와 일반인사이에 큰 인식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은 지난 3일부터 17일까지 경기도 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자 1,498명(확진자 110명, 접촉자 1,388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관련 인식조사 결과를 실시하고 1일 공개했다.
조사영역은 확진 경험 신체 증상, 코로나19 감염책임의 귀인(歸因)과 낙인에 대한 두려움, 코로나19 뉴스를 접하고 경험하는 감정, 코로나19 트라우마 스트레스 정도, 코로나19 극복 요소, 코로나19 확진자·접촉자 처우, 대응 개선 요구 사항 등이었다.
조사결과를 보면 먼저 조사팀이 3개 문항을 활용해 코로나19 감염의 책임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뜻하는 '귀인'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일반인 30.7%는 '코로나19 환자의 감염에 대한 책임은 환자 자신에게 있다'고 보는 반면 확진자의 9.1%, 접촉자의 18.1%만이 '그렇다'고 답해 차이를 보였다.
같은 맥락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감염된 것은 환자 자신의 잘못이 아니다'는 문항에는 확진자의 60%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일반인은 절반 수준인 34.6%만 동의했다.
'환자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스스로 막을 수 있었다'는 질문도 확진자의 13.6%와 접촉자의 29.2%가 동의한 것에 비해 일반인은 41.2%가 동의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의 두려움 정도를 5점 척도로 살펴본 결과 '주변으로부터 받을 비난과 피해를 더 두려워한다'가 3.87점으로 '완치되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2.75점), '완치 후 다시 감염될 수 있다는 두려움'(3.46점)보다 더 높았다.
확진자와 달리 접촉자들은 '감염 확진 두려움'이 3.77점으로 가장 높았다. '접촉자란 이유로 주변으로부터 비난과 피해를 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 3.53점, '무증상 감염자로 판명날 것에 대한 두려움' 3.38점 순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문항으로 경기도민 2,58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와 비교해 보면, 주변의 비난과 피해에 대한 확진자의 두려움(3.87점)이 일반인(3.65점)이나 접촉자(3.53)점보다 높았다.
코로나19 뉴스를 접하고 경험하는 감정 또한 확진자·접촉자와 일반인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코로나19 뉴스에 '불안'을 가장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다음 순위가 일반인의 경우는 '분노'(25.7%)인 것과 달리 확진자는 '슬픔'(22.7%)이었다.
확진자의 스트레스 정도를 측정한 결과, 전체의 27.3%는 '즉각 도움이 필요한 고도의 스트레스 상태'(28점 이상)로 나타나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확진자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정도는 같은 질문을 던져 응답한 전 국민(16.0%) 이나 경기도민(19.3%)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후속 모니터링이 필요 없는 7점 이하 집단은 10.9%였으며 재모니터링이 필요한 집단(7점~28점)은 61.8%였다.
확진자에게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무엇이 도움이 됐는가'를 물은 후 응답한 104건을 워드 클라우드 방식으로 도식화한 결과 응원(12건), 주변(11건), 의료진 및 친구(각 10건), 위로(9건), 격려 및 전화(7건), 도움 및 정부(6건), 종교(5건) 순으로 나타났다.
접촉자 1,227명을 같은 방식으로 조사했더니 출현 빈도 단어 상위 10개는 가족(257건), 정부(75건), 친구(68건), 위로(67건), 격려(56건), 지원(55건), 주변(53건), 지인(51건) 순이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자에 대한 개선 요구 사항을 보면 확진자는 '확진자 인권보호' 84.6%, '심리 정신적 지원' 80%, '경제적 지원' 71.8% 순으로 응답했다.
같은 질문에 대해 접촉자들은 '경제적 지원' 78.5%, '격리 대상자 조기발견' 78.3%, '격리자 인권 보호에 대한 개선' 73.7%의 응답률을 보였다.
증상 경험을 조사(복수응답)한 결과 발열이 72.9%로 가장 많았다. 이어 근육통 61.4%, 인후통 60%, 두통 58.6%, 냄새 못 맡음 52.9%, 기침 50%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34.3%는 '설사'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유명순 교수는 "확진자들이 완치나 재감염 여부보다도 자신이 끼칠 사회적 피해, 즉 민폐를 많이 두려워한다"면서 "감염 발생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면 가해자-피해자 구도로 확진자를 향한 낙인이 생길 수 있다. 그런 낙인은 감염병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은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와 공동으로 대상을 세분화해 후속 조사를 계속하고, 경기도는 최종 종합결과를 토대로 현실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