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참석·필수 환자수 등 수련교과과정 미충족 위기
"사실상 수련 불가능한 상황서 전문의시험 응시자격 비상"

[라포르시안]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전공의 수련에도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상당수 수련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운영되거나 외래와 입원환자가 급감하면서 전공의 연차별 교과과정에서 규정한 환자 취급범위를 충족하기 힘들어졌다. 학술대회도 취소되면서 수련교과과정에서 정해 놓은 참석 횟수 기준을 채우기 힘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전문의자격시험 응시자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황이 심각하지만 보건복지부와 전문학회에서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아 전공의들이 애만 태우고 있다. 

현행 ‘전공의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 고시에 따르면 인턴과 레지던트는 3년 또는 4년 수련 기간에 연차에 따라 달성해야 하는 교육 목표가 정해져 있다. 교육 목표에 따라 논문제출이나 타과 파견 등을 제외하고도 연차별로 일정 규모 이상 퇴원환자, 학술회의 참석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내과 레지던트는 수련기간 3년 동안 퇴원환자 600명 이상, 외래환자 300명 이상 등 환자 취급범위를 채워야 한다. 외부 20회 이상(내과학회 학술대회 5회 이상 참석 포함), 원내 300회 이상, 윤리집담회 4회 이상(전체 수련 기간 동안 내과학회 주관의 춘추계 학술대회에 2회 이상 참석, 수련병원 원내 윤리집담회 연간 최소한 2회 이상 참석) 등의 학술회의 참석 횟수를 충족하도록 정해 놓았다. 

2일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박지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6개월 정도 전문과목학회 학술대회가 열리지 못한 탓에 전공의들이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에서 정해놓은 기준을 충족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수련병원에서는 일반 병동을 폐쇄하고 신규 입원과 일부 외래 진료를 축소 운영하면서 전공의가 충족해야 할 수술 건수와 입원, 외래환자 수가 기준에 미치지 못해 수련교과과정 미충족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 수련 중인 A 전공의는 “입원 가능한 일반 환자 수가 평소 대비 10% 수준으로 떨어져 사실상 수련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어떻게든 외부 파견을 시행하고는 있으나 파견 신청이 반려되는 경우도 많아 원내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전공의도 많다. 앞서 파견 다녀온 전공의들 의견을 종합해보면 파견 전공의 자격으로는 뒤에서 구경만 하다 오기 일쑤이며, 내실 있는 수련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수련의 대체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공통 의견”이라고 전했다.

B 전공의는 “사상 초유의 사태라면서 어떠한 답도 주지 않고 있어서 전공의로서는 답답하다. 벌써 하반기인데 이동 수련 사유가 되는지, 전문의시험은 칠 수 있는지, 사직서를 내고 내년에 다른 곳에서 수련을 시작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며 "학회에서는 논의 중이라고 답하기만 하고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자칫 이대런 상황이 이어지면 수련교과과정 미충족으로 전문의시험 응시 자격이 박탈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커지고 있다. 

전공의 수련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보건당국은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대전협의 지적이다.  

대전협은 지난달 18일 26개 전문과목학회에 '전공의 수첩'에 기록할 필수 환자 수 및 증례에 대한 기준 검토 및 대체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대전협의 대책 마련 촉구에 전문과목학회는 온라인 학회 참석도 인정하는 등의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마취통증의학회는 온라인 집담회 등 온라인 학술 활동을 무료로 제공해 전공의가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재활의학회는 임시상임이사회를 열어 학술대회 참여요건에서 온라인 참석도 인정하기로 정했다. 일부전문과목학회는 대한의학회와 복지부의 결정에 따를 예정이란 입장을 전했다. 

대전협 박지현 회장은 “코로나19 초기에 몇몇 병원은 임시 폐쇄를 겪고 전공의들을 급하게 파견 보내 수련을 이어나가기도 했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전담병원으로 전환된 수련병원 전공의들은 몇 개월 동안 코로나 환자 진료에서도 배제되고 일반 환자까지도 만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였다"며 "다른 병원들도 마찬가지로 환자 수가 급감하면서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박 회장은 “수련교육의 본질적인 취지를 생각해 이 상황에서 의학회가 전공의들을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고민해줬으면 한다”며 “대전협은 의학회 및 각 전문과목학회의 현명한 조치를 기다리며, 전공의들이 전문의시험 응시자격을 갖추고 제대로 수련을 하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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