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연세암병원은 간암센터가 수술 등의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진행성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방사선 치료와 함께 간에 항암약물을 직접 투여한 결과, 생존율을 높이고 일부 환자는 병기가 낮아져 간 절제나 간 이식까지도 가능해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14일 밝혔다. 

또 방사선·항암 병행 치료 후 표적치료제를 사용한 경우 환자 절반 이상이 암세포가 30% 이상 줄어드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연세암병원에 따르면, 진행성 간암의 표준치료법은 근본적 치료가 아닌, 증상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완화적 치료'이다. 진료 현장에서는 이들 환자에게 표적치료제인 '소라페닙(sorafenib)'이 주로 권고되고 있으나, 생존 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2~3개월에 그친다.

이는 표적치료제의 특성상 종양이 치료제에 반응해 종양 크기가 줄어드는 것을 유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라페닙의 경우 종양 크기가 줄어드는 정도가 약 3% 정도다.

종양 자체가 줄어들지 않으면 이후 완치를 목표로 하는 치료 자체가 불가능하며, 생존 기간을 추가로 늘리기 어렵다. 

종양 크기가 줄어야 수술로 절제하거나, 간 이식을 통해 장기간 생존을 기대할 수 있다.

간암센터 연구진은 47명의 진행성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방사선-간동맥항암화학 병용요법(LD-CCRT)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이들 환자는 진행성 간암 중에서도 종양의 크기가 크거나, 간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인 간문맥 침범이 있거나, 높은 종양표지자 수치로 인해 항암치료만으로는 좋지 않은 예후를 보일 것으로 생각되는 환자들이다. 

방사선-간동맥항암화학 병용요법(LD-CCRT)은 간동맥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병행한다. 방사선 효과를 증진해 종양축소 효과를 높이고, 동시에 간 내 전이를 억제한다. 

또 간동맥으로 항암제를 주입해 오심, 구토, 식은땀, 어지럼, 호흡곤란 등 항암제 전신독성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방사선-간동맥항암화학 병용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하고 한 달이 지난 후, 종양 크기가 30% 이상 감소한 환자, 즉 종양 반응을 보인 환자는 44.7%였다.

이후 47명 중 34명은 표적치료제인 소라페닙으로 유지 치료를 받았다. 종양 크기가 30% 이상 감소한 환자는 53.2%로 약 8.5%의 환자가 추가로 호전됐다.
 
특히 전체 47명 중 9명(19.1%)은 치료 후 병기가 낮아져 완치를 위한 간 절제술이나 간 이식을 시행할 수 있게 됐다.

또 진행성 간암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이 약 12개월인 것에 비해, 실험군 47명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24.6개월로 생존율이 향상됐다.

특히 간문맥에 암세포 침범이 있는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13개월로 높게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이 환자들의 생존 기간은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보존적 치료를 받았을 때 2~4개월 ▲소라페닙으로 치료를 받은 경우 6~8개월이다.

전체 47명 환자 중 부작용은 설사(36.2%), 항암치료 후 손과 발이 붓고 저리거나, 감각이 이상해지면서 붉어지고 가려운 수족증후군(34%)이었다. 증상 개선을 위한 대증적 치료로 부작용은 효과적으로 관리됐다.

김범경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진행성 간암 환자들의 생존 기간이 두 배 이상 늘어나는 우수한 치료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소라페닙 단독 요법은 종양이 줄어드는 비율이 3% 정도로 보고되지만, 이번 연구에서 방사선-간동맥항암화학 병용요법을 받은 후 표적치료제인 소라페닙으로 유지 치료를 받은 경우 절반이 넘는 53.2%의 환자가 종양 크기가 30% 이상 감소해, 이 방법이 진행성 간암 환자에서 우수한 생존율을 얻을 수 있는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법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진행성 간암에서 간 대상 동시항암화학방사선요법과 소라페닙의 효용성과 안정성: 전향적 2상 임상연구'라는 제목으로 방사선종양학 분야 국제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Radiation Oncology, Biology, Physics'(IF 6.203) 최근호에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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