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사협의회, 근무실태 조사 결과...10명 중 9명 "근무환경 안전하지 않다"

고신대복음병원이 2019년 3월 실시한 병동 내 소란과 난동행위 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훈련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고신대복음병원이 2019년 3월 실시한 병동 내 소란과 난동행위 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훈련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라포르시안] 고 임세원 교수 피습 사망사건을 계기로 의료진의 안전한 근무환경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정부도 보안요원 배치 의무화 등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 의사는 아직도 폭력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봉직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무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15일 공개했다. 

응답자 803명의 전문과목을 보면 내과계가 57.8%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외과계 33.7%. 서비스파트 8.0%, 기타 0.5% 순이었다. 의료기관 형태로는 종합병원 27%, 병원급 26.7%, 의원급 22.4%. 상급종합병원 14.2% 순이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봉직의 가운데 67.5%가 '근무하는 동안 환자나 보호자에게 신체적, 정신적인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환자나 보호자에게 신체적, 정신적인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률은 내과계가 71,7%로 외과계(68.3%)나 서비스파트(34.4%)보다 높았다. 

하지만 병원의 대처는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나 보호자에게 위협을 받는 경우 병원이 어떻게 대처하는냐'는 질문에 50.9%가 '병원에서 의료진을 보호하기 위해서 노력한다'고 했으나 34.6%는 '수수방관한다'고 답했다. 

특히 '무조건 사과하고 참기를 강요한다'고 대답한 경우도 13.6%에 달했다. 

실제로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자신의 근무 환경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봉직의는 6.5%에 불과했다. 

'안전하지 않다'는 응답자가 47.9%로 가장 많았고 '안전하지 않지만 나아지고 있다'는 응답이 29.2%로 뒤를 이었다. 심지어 '안전하지 않으며, 더 악화되고 있다'는 응답자도 16.2%를 차지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봉직의가 위협을 당했을 때 병원에서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는 경우가 절반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충격적인 결과"라면서 "안전한 근무 환경을 만들 책임이 있는 의료기관들의 직무유기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의료 현장을 만들려면 의료진에 대한 신체적·정신적 폭력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안전한 근무 환경 확립을 위한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관들의 의료진 안전에 대한 직무유기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협의회는 "의료진이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들은 합당한 보호 시스템을 운영하고, 보안 관련 시설과 인력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