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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강보험 급여 형평성과 면역항암제 급여화 사이의 고민

기사승인 2020.12.30  11: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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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종(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라포르시안] 우리나라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의 1차 치료 관련 신약 접근권은 외국에 비해 취약하다. 현재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으로 2차 이상 치료와 함께 1차 치료까지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50여국이 넘지만 우리나라처럼 2차 이상 치료에만 건강보험 적용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면역항암제인 PD-L1 발현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현재 2차 이상 치료에서 1차 치료로 확대하기 위한 논의는 이미 3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진척이 거의 없다.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제약사인 MSD와 정부가 ‘재정분담 방안’을 놓고 공방만 3년째 계속하면서 또 해를 넘길 모양이다. 

환자단체연합회와 소속 환자단체들은 지난 5월 14일 고가약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제약사들을 방문해 면역항암제의 신속한 건강보험 급여기준 확대를 위해 합리적인 재정분담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수천 명의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을 위해 매년 수천 억 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제약사의 재정분담이 담보되지 않으면 건강보험료 납부에 불만이 많은 국민이나 제약사에 건강보험 재정을 퍼주는 것은 아닌지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하는 국회의원이나 기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20년 한 해 동안 폐암 치료제 ‘임핀지, 티센트릭, 비짐프로’, 유방암 치료제 ‘버제니오, 입랜스, 키스칼리’, 백혈병 치료제 ‘벤클락스타, 블린사이토’ 등 23개 신약에 건강보험 적용이 이뤄졌다. 이 중 신규 등재가 18개 신약이고, 급여기준 확대가 5개 신약이다. 정부는 23개 신약으로 치료받는 환자 27만737명을 위해 매년 1,838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한다.

이러한 통계자료를 보면 2차 이상 치료제에서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 3년 이상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 투입이 예견되는 ‘키트루다’가 뜨거운 감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생명이 경각에 달려 있는 환자들에게 '건강보험 재정 분배의 질환 간 형평성'은 정의(justice)의 중요한 잣대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고가 신약에 대한 접근권 보장을 위해서는 건강보험 급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생명이 경각에 달린 환자에게 있어서 건강보험 급여 전제 조건인 보험재정은 생명수와도 같다. 그래서 '건강보험 재정 분배의 질환 간 형평성'을 과도하게 무너뜨리는 건강보험 급여 요구를 하는 어떤 질환 환자들에 대해 동일하게 급여를 요구하는 다른 질환 환자들은 예민하게 반응한다.

“어떤 질환은 신약을 건강보험 적용시켜 주면서 왜 우리 질환은 건강보험 적용을 시켜주지 않나?”, “똑같이 건강보험 꼬박꼬박 내는 대한민국 국민인데, 왜 어떤 질환과 우리 질환을 건강보험 적용에 있어서 차별 하냐?”, “다른 어떤 질환처럼 우리 질환의 환자들도 살고 싶다!” 등등.

한번 상상해 보자. 매년 1,838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추가로 투입해야 상황에서 당신은 27만737명의 환자들을 위해 23개 신약을 건강보험 적용하는 것에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약 4,000명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을 위해 1개 신약 ‘키트루다’를 1차 치료부터 건강보험 적용하는 것에 사용할 것인가? 이러한 선택에 있어서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현재 2차 이상 치료제인 ‘키트루다’를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확대하려면 방법은 딱 한가지뿐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약값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국민을 잘 설득해 고가 신약의 신속한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걷거나 제약사가 합리적인 재정분담 방안을 마련해 건강보험 재정이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제약사 로슈는 면역항암제 ‘티센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의 건강보험 급여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재정분담 방안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신속하게 급여가 이루어진 전례가 있다. 결국, 정부와 MSD 모두가 한발씩 양보해 정부는 내년에 건강보험 재정을 추가로 더 확보하고, MSD는 파격적인 재정분담 방안을 마련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최대한 줄이는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2021년에는 ‘키트루다’의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급여기준 확대 논란의 종지부를 반드시 찍어야 한다.

안기종은?

백혈병 환자를 둔 가족으로 글리벡 약가인하 투쟁에 참여하면서 환자운동에 뛰어들었다. 2010년 여러 환자단체를 중심으로 한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출범을 주도했고, 현재 연합회 대표를 맡고 있다. 환자운동에 있어서 '권한이 있는 참여'를 중요하게 여기며, 이를 위해서 적극적인 활동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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