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2월부터 코로나19 백신 도입 본격화
정부 "고위험 의료기관 종사자·집단시설 입소자부터 접종 시작"
최선의 방역 전략 위한 분배 원칙과 접종순위 결정해야

[라포르시안] 미국과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백신 공급 물량 부족과 유통 및 접종시스템 미비로 인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접종 우선순위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빠르면 오는 2월부터 코로나19 백신 도입이 실시될 것으로 예정돼 있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이 공급되기 전에 접종 우선순위 등 백신 접종체계 준비를 완료해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관련해 가장 관심이 높은 대목은 바로 누가 가장 먼저 백신을 맞아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다.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에서 접종 1순위는 요양원 거주자와 직원이었다. 이어 2순위로 80세 이상과 방역 최일선 의료진, 3순위는 75세 이상, 4순위는 70세 이상 등 연령별로 우선순위를 가렸다. 미국은 백신 접종 우선순위에서 의료 종사자와 요양시설 거주자를 1순위로 뒀다.

국내에서도 외국의 이런 사례를 참고해 백신 접종 우선순위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작년 12월 중 예방접종 관련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고, 접종기관 및 접종인력 확보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4일 코로나19 중앙재난대책본부 정례브리핑을 통해 "총 1억 600만회분(5,600만명분) 백신에 대해 선구매 계약 체결이 완료됨에 따라 구체적인 접종 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고 밝혔다.

조만간 중대본에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을 출범시켜 범부처 협업을 통한 신속 대응체계를 가동할 계획이다. 예방접종은 올해 1분기 우선 접종권장대상자를 시작으로 순차적 접종을 진행하고,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11월) 이전까지 마무리할 계획을 세웠다.

접종 대상자, 접종기관, 실시기준, 이상반응 관리체계 등 세부적인 접종 계획(안)은 예방접종전문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쳐 마련할 예정이다.

접종 대상자와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마련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계획(안)'에 대략적인 윤곽이 나와 있다.

계획(안)에 따르면 접종 대상자는 ▲연령(고령) ▲집단시설 거주 ▲만성질환 ▲의료 등 사회필수서비스 인력 등을 고려해 우선접종 권장 대상 중심으로 선정한다. 우선접종 권장 대상은 의료기관 종사자, 집단시설 생활자 및 종사자, 노인, 성인 만성 질환자(19∼64세, 중등도 이상 위험), 소아청소년 교육·보육시설 종사자 및 직원,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 경찰·소방 공무원·군인 등을 검토 중이다.

정은경 중대부 본부장은 지난 4일 정례브리핑에서 "2월 말부터 아마 고위험 의료기관 종사자와 요양병원, 요양시설 등 집단시설에 계시는 어르신부터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며, 이에 대해 명단 파악과 사전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의료기관 종사자와 고위험집단이 밀집해 있는 시설 입소 노인을 대상으로 먼저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도 여러 가지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있다.

한국의료윤리학회는 최근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의료자원 분배에 관한 윤리원칙 수립과 사회적 합의'를 호소하는 성명을 냈다.

윤리학회는 이 성명에서 백신 분배를 위한 기본 원칙은 코로나19 위험(감염 위험, 사망위험, 사회적 영향, 감염 전파 위험)은 최소화하고 공중보건학적, 사회경제적 이득은 극대화 하는 것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백신 분배를 위한 윤리 원칙(동등한 치료 기회, 건강불평등의 완화, 공정성, 투명성 등)이 고려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백신 접종 관련한 윤리적 문제와 갈등이 제기될 수 있는 사례도 제시했다.

▲개인의 선택에 따라 백신접종을 거부하는 성인 또는 부모가 백신접종을 거부하는 어린이들의 경우 사회는 백신 접종을 강제할 수 있는가
▲국외의 경우 교도소 재소자의 경우 일반 건강한 성인보다 접종 우선순위가 높은 데 한국 사회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가
▲연명의료 유보중단을 선택한 말기 또는 임종기 환자는 백신 접종에서 제외되어야 하는가
▲장애인, 빈민, 노숙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우선순위로 배려해야 한다면, 사회적 취약계층의 기준과 범위는 무엇이며 현재의 방역 인력으로 가능한 백신접종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감염과 사망의 위험이 높은 만성질환은 그 종류와 범위가 넓다. 위험도가 높고 낮은 만성질환을 구분할 수 있는가? 이를 구분하여 접종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은 있는가
▲COVID-19 노출 위험이 높아 일선 의료진 보호를 위해 최우선 순위로 접종해야 한다면, 일선 의료진의 범위와 의료기관은 어디까지인가
▲사회 유지를 위한 필수 직업군에게 우선순위가 주어진다면, 우리 사회 필수직업군은 무엇인가
▲국내 집단 유행이 발생한 물류센터, 콜센터, 종교시설, 유흥시설과 종사자에게 우선 배분되어야 하는가
▲건강 불평등이 심하고 의료자원 접근성이 좋지 않은 지방 주민들에게 백신이 우선 배분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사회적 이동성이 높은 수도권 주민들에게 백신이 우선 배분되어야 하는가

예를 들어 정부 예방접종 계획안에 만성질환자를 우선접종 대상에 포함하고 있지만 그 대상자와 범위가 너무 모호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작년 11월 발간한 '2019년건강보험통계연보'를 보면 2019년 기준 고혈압 등 12개 만성질환 환자수는 1,880만명에 달한다. 고혈압 환자는 653만명, 당뇨병 환자가 322만명, 악성신생물 환자가 169만명이다.

이렇게 많은 만성질환 가운데 위험도를 구분해 접종 우선순위를 가르는 일은 쉽지 않을 수밖에 없고, 우선순위가 결정되더라도 해당 질환자들 사이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여지가 충분하다.

접종 우선순위에 둬야 하는 보건의료 인력의 경우에도 코로나19 전담병원, 선별진료소나 격리병동 등 근무지에 따라서 감염 노출 위험이 상대적인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의약계에서는 1차 의료기관 의료진과 약사도 우선접종대상자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의료윤리학회는 "국민 모두에게 돌아갈 백신을 확보하더라도 접종을 완료하기까지는 수주의 시간이 소요되고, 백신 접종의 우선순위에 따라 사회적 피해 정도가 달라질 수 있어 최선의 방역 전략을 위해서도 분배의 원칙과 순위를 결정해야 한다"며 "사회와 방역당국이 이를 미리 대비하고 투명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야 자원분배의 공정성과 상호 신뢰를 높이고 사회적 혼란은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반 국민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우선순위에서 1순위 대상으로 의료진을 꼽은 비율이 높았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지난달 전국 성인남녀 21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우선 접종해야 하는 1순위는 누가 돼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코로나19 치료기관에 종사하거나 방역 업무를 담당하는 의료진이라고 답한 비율이 66.6%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고령자나 장기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노약자' 17.5%, 영유아·임신부가 7.7%, 버스나 택배 등 필수서비스 제공자 5.5%, 장애인 등 사회 취약층 2.7%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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