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협 등 참여 여부 의견수렴 과정 거쳐 최종 결정
"참여하더라도 의정협 논의 안건은 별개로 해야"

[라포르시안]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다른 논의 구조를 통해 의료인력 확충,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안 등의 의제를 논의할 수 있겠지만, 협의하거나 확정한다면 의정 관계는 9.4 의정합의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 이정근 상근부회장과 박수현 대변인은 10일 오후 회관 7층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협회가 보건의료발전협의체(이하 보발협)에 참여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하는 내용이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면서 "국민건강을 담당하고 있는 13만 회원들의 미래를 위한 의사결정은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중요한 안건은 상임이사회를 통해 심도 있는 토의와 의결을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입장문에서 9.4의정합의문에 명시한 지역수가 등 지역의료지원책 개발,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전공의 수련환경의 실질적인 개선,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 구조 개선,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의 의제는 보발협의나 이용자중심의료혁신협의체에서 논의하면 안 된다고 분명히 했다. 

먼저 보발협과 관련해 의협은 "의정협의체와 보발협에서 논의할 수 있는 의제는 동일할 수 없다"며 "보발협 구성에 합당한 공통의 의제는 보발협에서 논의할 수 있지만 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할 의제를 보발협에서 논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의정협의체, 보발협 등 협의체 참여 여부는 심도 있는 내부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최종 결정할 예정으로, 만약 참여하는 것으로 결정하더라도 9.4 의정합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의정협의체와 보발협 논의사항은 엄격하게 구분해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의협 새 집행부, 보건의료발전협의체 참여 검토> 

이용자중심의료혁신협의체 관련해서는 "정부와 다양한 논의를 할 수 있은 것"이라면서 "그러나 의료계 종주단체이자 국민건강 수호의 핵심 업무를 맡고 있는 의협이 참여하지 않는 협의체에서 공급자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논의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면 그 내용이 현장에서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의협 김수현 대변인, 이정근 부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당장에 12일 보발협 회의가 열린다. 불참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인가.

이정근(이하 이)= 내일(11일) 국장급 회의가 있고, 모레 상임이사회가 있다. 상임이사회에서 결정할 것. 아직 최종결정한 바 없다. 

박수현(이하 박)=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이 잘못됐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보발협에 협조해서 국민 건강을 위해 더 노력하려는 부분이 이전의 의정합의안을 다시 논의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어 이 자리를 마련했다. 보발협에 참여하더라도 의정협의체 논의 안건은 별개로 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 

- 의협이 빠진 상태서 복지부와 공급자단체 간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이용자중심 의료혁신협의체가 돌아가고 있다. 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하는 의제가 모두 포함돼 있다. 두 개 협의체에서 논의하는 부분을 다 부정하는 건가.

이= 의정협의체는 지난해 전공의, 의대생들의 희생 속에 얻어낸 어려운 결정이었다. 당시 논의했던 의제는 의정협의체에서만 논의할 수 있다. 다른 곳에서는 절대 논의할 수 없고, 어떤 협의나 합의도 있을 수 없다. 

박= 의정협의체와 보발협에서 논의할 사안을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린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에 논의할 의제들을 종식 이전에 협의한다면 의정 협상이 결렬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 보발협에서 의협의 의도와 다르게 의료인력, 전달체계 문제를 계속 논의한다면 회의에 참여했더라도 다시 불참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나.

이= 그렇게 받아들여도 좋다.

박= 의정합의 원칙에 훼손된다면 다시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받아들여도 될 것이다.

- 정부가 9.4 의정합의 정신을 훼손했다고 판단되면 다시 파업에 나설 것인가.

이= 그건 최악의 경우다. 모든 게 결렬이 되고, 의정합의가 훼손된다면 합의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박= 그런 상황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정부에 기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런 의정합의 원칙이 지켜진다면 다른 안건과 국민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참여해서 충분하게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9.4 의정합의 원칙이 깨진다면 그때는 의협이 적극적으로 들어가서 소통하고 합의를 하기에는 어려울 거 같다

- 의정협의체 재개 여부는.

이= 지금 새 집행부가 출범한지 2주 됐다. 실무 일정이나 내용을 조율을 해서 잡아야 할 것이다. 민감한 사안과 코로나19 종식 이후에 논의할 것들을 제외하고 시작할 것으로 준비하고 있다.

- 정부는 상반기 중 보건의료종합계획 확정 발표하겠다고 했다. 이용자, 공급자단체와 논의해온 의제들을 담을 것으로 보이는데, 의협의 대응 방향은.

이= 논의와 협의와 합의는 다 다른 말이다. 정부가 어떤 협의체를 만들어 논의는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해 당사자가 빠진 상태에서 협의와 합의는 있을 수 없다. 만약에 정부가 의정합의 사항을 우리와 협의하지 않고 발표한다면, 정부 스스로가 9.4 의정합의를 깬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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