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

[라포르시안] 박성민 대한의사협회 제30대 대의원회 의장이 "진영 간 반목과 갈등으로 분열과 혼란이 가중되고, 그로 인해 역대 회장에 대한 탄핵안 발의가 연례행사처럼 열렸다"면서 "매우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탄식했다. 

박성민 대의원회 의장은 최근 의협 출입기자단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화합'을 강조했다. 박 의장은 지난달 25일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의사협회 제73차 정기대의원총회 의장 선거에서 당선됐다. 

박 의장은 의료행위·의약품·치료재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여부와 급여기준·수가, 건강보험요율 등 주요 건강보험정책을 심의·의결하는 기구인 건정심에 의협의 출석율이 낮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불리한 안건이 있다고 분위기가 불리하게 흐른다고 뛰쳐나오는 일은 이제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다음은 박성민 의장과 일문일답. 

- 지난달 총회에서 제30대 대의원회 의장으로 선출됐다. 소감을 말해달라.

"대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부족한 저를 의장으로 선택한 의미는 대의원회와 나아가 의료계의 화합을 위한 열망과 의료계의 균형 발전을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

- 지난 73차 정기대의원총회에 대해서 총평을 한다면. 

"새로운 집행부 출범과 함께 많은 내빈이 참석했다. 이제야 의협 총회가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아 큰 의미를 둔다. 의장, 부의장, 감사의 선거로 자칫 많이 지연될 뻔한 본회의가 대의원 모두의 협조로 빨리 진행됐다. 그러나 아직 정관 개정 등 중요 현안을 논의하는 순간에 정족수가 발목을 잡는 경우가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대의원들은 회원을 대표해 민심을 전달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 정총에서 대의원회 개혁 TF의 정관 개정안이 다수 반영됐고, 이를 통해 대의원의 책임이 강화됐다는 평이 있다. 정관 개정도 중요하지만 개정된 정관을 이행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대의원들의 책임을 강화해야 할 것 같다. 

"대의원의 임무는 당연히 총회 참석과 모든 의안 표결에 참여하는 것이다. 표결에 참여해 회원들의 뜻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를 대비해서 총회에 참석한 대의원, 또 표결에 참여한 대의원의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다. 과거부터 해왔던 방법이다. 또한 교체대의원의 존폐 문제를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비례대의원은 반드시 총회에 참석하고, 비례대의원 유고시 즉시 보궐선거를 해서 충원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 총회에서 산하 단체로  여자의사회 편입 관련 논의가 불발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가.

"이번에는 논의하지 않고 다음 정개특위로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대한병원의사협의회도 마찬가지다. 특히 여자의사 회원 수가 26%가 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대우가 있어야 한다. 물론 여의사들의 참여 의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다른 지역이나 직역을 통해 충분히 대의원으로서 활동이 가능한데 이중으로 대의원을 배정하게 된다는 부정적 여론도 있다. 이번 정개특위에서 여의사회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여의사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어 내겠다."

- 긴급발의로 이필수 집행부가 시작되기 전부터 정관개정으로 부회장과 상임이사 수를 늘렸다. 정관개정분과위도 거치지 않고 바로 안건을 올려 이를 통과시켜준 예외사례를 만들어준 것인데,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법정관을 거치지 않고 바로 안건을 본회의에 긴급안건으로 올려 통과시키는 방법은 정관상 그 규정을 지켰다고는 하나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라는 지적에 동의한다. 하지만 새로운 집행부가 72차 정기대의원 총회에서 개정된 부회장 임면을 따르다가 보니 의학회, 여의사회, 서울시의사회 회장을 당연직 부회장(정관상 존재하지는 않지만 관례상)이 되니 실제로 책임부회장을 할 인원이 모자라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감사 지적사항도 있다. 거버넌스 개선 위원회에서도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알고 있다. 새 집행부가 회원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라는 의미로 힘을 실어준 것으로 이해한다."

- 집행부 정원을 늘려준 개정안이 정기총회에서 이상운 부회장이 설명한 '전문성 강화'라는 명분과 달리 '보은인사'나 '자리 만들어주기'로 악용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그런 일을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 대의원회가 있고 또 감사가 있는 것이다. 인사는 회장 고유의 권한이라 간섭할 수 없다. 하지만 어려운 정관 개정까지 하면서 늘려준 임원 자리를 그렇게 사용한다는 것은 대의원회와 회원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지금 대의원회와 회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이필수 회장이 그렇게 하지 않을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집행부 정원을 늘린 것을 보은인사로 악용한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후원하겠다는 약속도 지키기 어려울 것이다."

- 지난 대의원총회에 원격의료 관련해 '의협 주도 시범사업'과 '원격의료 저지'라는 상반된 안이 상정됐다. 분과에서 논의한 끝에 '원격의료에 대해 시대적 상황에 맞게 대응하도록 집행부에 위임'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시대적 상황'이란 표현의 의미와 대의원회가 집행부에 요구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원격의료가 처음 언급된 것이 10여 년 전이다. 당시는 원격의료라는 말 자체를 입에 올리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인공지능, 빅 데이트 분석, 사물인터넷, 무인 운송수단의 개발 등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으로 이루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이미 원격의료에 대한 모든 기술과 장비가 갖추어진 상황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곧 정부의 압박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 회원들을 위한 방향으로, 또한 진정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논의하고, 연구해 협회가 정부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나갔으면 한다."

- 최근 대의원총회에 회장 불신임안이 계속 상정됐고 추무진, 최대집 회장이 각각 두 차례 불신임 위기에 몰렸다. 불신임안이 통과하지는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회원들은 분열하고 집행부는 뒷수습하느라 애를 먹었다. 회장 불신임안이 반복해서 상정되고 있다.

"사실 부끄러운 현실이다. 진영 간의 반목과 갈등으로 분열과 혼란이 가중돼 역대 회장의 탄핵안이 연례행사처럼 발의됐으나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 대의원회가 회장을 불신임하는 곳이 아닌 회원을 위해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가겠다. 회장과 정기적으로 만나겠다. 대화와 소통으로 의료계의 힘을 빼는 불필요한 소모전은 사라지도록 노력하겠다."

- 이필수 회장은 취임사에서 의정협의체를 다시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의정협의체에서 다룰 중요한 의제가 많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건의료 주요 정책과 수가 조정 등을 최종 논의하고 결정하는 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라는 지적이 있다. 3년간 불참률 67%로 의협의 건정심 불참률이 매우 높다. 

"의정협의체는 물론 건정심에도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정부와의 대화 채널을 이어가야 한다. 우리에게 불리한 안건이 있다고, 분위기가 불리하게 흐른다고 뛰쳐나오는 일을 반복하면 안 된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 자리에서 밤을 새우더라도 끈질기게 부당함을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 회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했는데 많은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린다. 대의원회도 새로운 출발을 한다. 관심과 격려와 채찍을 부탁드린다. 특히 이제 더 이상 진영을 가르지 마시기 바란다. 우리 모두 동료이자 한 배를 탄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소통과 화합으로 하나 되는 의사협회를 만들어 보자. 우리의 이익만을 챙기는 이기주의 단체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생각하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협회가 되도록 다 같이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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