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80세 환자 성공률 96%…조기 사망률 1% 기록
[라포르시안] 지난 6일 서울아산병원 동관 3층 심장병원 하이브리드 수술실.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앓고 있는 90세 할머니의 망가진 대동맥판막을 대체하기 위해 인공판막을 넣는 시술이 진행됐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에서 시행된 1,000번째 대동맥판막 스텐트 시술이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심장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혈액을 내보낼 때 대문 역할을 하는 대동맥판막의 노화로 인해 판막이 석회화되면서 굳어지고 좁아져 혈액 이동에 장애가 생기는 질환.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으로 진단 받으면 2년 내 사망률이 50% 달한다.
과거에는 가슴을 열어 수술로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치료했지만 최근에는 수술이 어렵거나 고령의 중증 대동맥 판막질환 환자에게 전신마취 없이 대동맥판막 스텐트 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심장내과 박승정·박덕우·안정민·강도윤·김대희, 흉부외과 주석중·김준범·김호진)이 최근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앓고 있는 90세 할머니를 대동맥판막 스텐트 시술로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아시아 의료기관 최초 1,000번째 대동맥판막 스텐트 시술이었으며 환자 1,000명의 평균 나이가 80세 이상 고령인 고위험군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성공률 96%를 기록했다.
대동맥판막 스텐트 시술(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TAVI)은 허벅지 동맥혈관을 따라 풍선을 심장판막에 도달시킨 후 좁아져 있는 판막 사이에서 풍선을 부풀리고 그물망 형태 인공판막 스텐트를 넣어 기존 판막을 대체하는 시술이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은 2010년 국내 첫 TAVI 시술을 시행해 2017년부터는 수면내시경과 같은 수면마취를 통해 대부분의 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전신마취에 비해 회복이 월등히 빠르기 때문에 고령 환자 및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의 수술 부담을 덜어줄 수 있으며, TAVI 시술 후 3일째 퇴원이 가능해 바로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심장내과에서 시행하는 심뇌혈관 중재시술 중 TAVI 시술은 시술 시 대동맥 및 혈관 손상, 떨어져 나온 혈전으로 인한 뇌졸중 합병증 가능성, 심전도계 이상 등 위험성이 높아 가장 난이도가 높은 시술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이 시행한 TAVI 시술 1,000례 성공률은 96%에 달했고, 최근 5년간 성공률 또한 99%를 웃돌았다.
중증 뇌졸중 발생률 1%, 조기(30일 이내) 사망률 1% 등 현저히 낮은 합병증 발생률을 보이며 미국과 유럽의 최고 선두 그룹과 대등한 수준의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특히 이번 1,000번째 시술은 올해 시행된 100번째 TAVI 시술이기도 해 의미를 더했다.
2010년 국내 처음으로 TAVI 시술을 도입한 이래 최단 기간 동안 100례를 달성한 것으로 올 연말까지 약 300례 시술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00례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평균 연령은 80세였으며 32.8%는 당뇨를, 79.5%는 고혈압을, 12.2%는 뇌졸중을 앓고 있었고, 21.6%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이라는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등 고위험 환자가 대다수였다.
이처럼 최근 고령화에 따라 최소 침습 시술인 TAVI 시술의 대상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지만 현재 TAVI 시술은 건강보험급여가 20% 밖에 적용되지 않아 환자 부담이 크다. 이번 1,000례 달성은 국내 TAVI 시술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보여준 만큼 TAVI 시술의 보험급여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은 4개월 만에 TAVI 시술 100례를 시행해 연말까지 300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1년에 200례 이상 TAVI 시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은 미국에서도 10여 곳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해외 유수 심장센터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세계적인 TAVI 시술센터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석좌교수는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이 현저히 낮은 사망률과 합병증 발생률을 기록하며 TAVI 시술 1,000례를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직원들의 팀워크 덕분”이라며 “짧은 시간 동안 이만큼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해 준 모든 팀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