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본인 감정과 상관없이 웃거나 즐거운 표정...87% 소진현상 겪어

병원 노동자의 감정노동과 소진 정도가 타 산업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보건의료노조가 지난 3월 10일부터 5월 10일까지 조합원 2만2,2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건의료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중 ‘본인의 기분과 상관없이 웃거나 즐거운 표정을 지어야 하는 일’을 수행하는 비율은 91.7%로 파악됐고 ‘업무수행을 위해 감정적으로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는 비율은 90.2%로 나타났다. 

또 ‘환자 및 보호자를 응대할 때 실제 기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비율 역시 89.4%를 보였다. 

보건노조는 “병원에서 이 같은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오히려 환자 또는 보호자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나타나는 감정노동 문제를 인사평가에 반영하거나 내부 규범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병원에서 감정노동으로 인한 부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응방안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병원 노동자의 업무로 인한 소진(탈진) 현상도 높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본인의 업무가 환자-보호자를 대상으로 하기에 매우 힘든 상황’이라는 의견이 87.5%에 달했고 ‘환자나 보호자를 상대하는 일을 하다 보니 힘이 빠진다’는 의견은 83.2%나 됐다.

‘현재의 일을 얼마나 오래할까’라는 생각을 해본 경험을 갖고 있는 노동자도 72.1%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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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 및 불규칙한 교대근무로 인한 수면장애도 심각했다. 

설문조사 결과, 수면 과정에서 잠이 들기까지 평균 소요시간은 31.7분, 수면시간은 6.2시간 가량으로 나타났고 수면 중 3회 이상 잠에서 깨는 근로자는 21.8%, 잠들지 못하는 횟수가 2회 이상이라는 응답자도 33.2%에 달했다. 

인력부족으로 인해 재해 및 질병에 노출되고 있다는 응답은 65%, 건강상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응답은 63.2%로 나타났다.

보건노조는 “보건의료노동자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수해하고 있음에도 정작 본인들의 건강은 돌보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보건의료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정도가 매우 높은데 반해 이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제도적 장치가 매우 부족한 현실이다”고 말했다.

보건노조는 “국내 보건의료산업 종사자 인력은 OECD 국가 평균 1/3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인력부족이 건강에 심각한 유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스스로 보호하지 못하는 보건의료산업 종사자를 구조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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