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 필요성 커져
환자단체 "수술실 CCTV, 대리수술 등 방지 위한 최소한의 확보 수단"
의협 "명확한 필요성 검증 없이 CCTV 설치 강제화 반대"

이미지 출처: 인천 한 척추전문병원에서 발생한 불법 대리수술 사건을 보도한 MBC 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이미지 출처: 인천 한 척추전문병원에서 발생한 불법 대리수술 사건을 보도한 MBC 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라포르시안] 2013년, 경남 김해의 한 종합병원에서 의료장비를 납품하는 업체의 영업사원이 의사를 대신해 대리수술을 하다가 적발됐다. 당시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적발된 병원에서는 의사 대신 의료기기 판매직원과 간호조무사가 1,000여 차례에 걸쳐 불법으로 맹장, 무릎 관절, 허리 디스크 수술 등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경남 김해의 한 병원장이 남자 간호조무사에게 관절염 환자 등을 상대로 무릎절개, 수술부위 봉합 등의 수술을 하도록 지시하다가 적발됐다. 이 병원에서 남자 간호조무사가 실시한 불법 수술 횟수는 800회가 넘는 것으로 경찰 조사로 파악됐다.

2015년, 부산의 한 정형외과 원장이 의료기기 납품업체 직원과 간호조무사, 간호조무사 실습생을 수술에 참여시켰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2016년에는 서울 강남의 한 정형외과에서 의료기기 판매업체 직원들이 의사를 대신해 불법 무면허 수술을 하다가 적발됐다

2018년, 부산 영도구의 한 정형외과에서 원장의 지시로 환자의 어깨부위 수술을 한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과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이 경찰에 적발됐다. 대리수술을 받은 환자는 이후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뇌사판정까지 받았다.

2021년 5월, 인천에 있는 한 척추전문병원에서는 비의료인인 행정직원이 수술실에서 절개와 봉합 등 의료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병원에서 발생한 불법 대리수술은 내부자 제보로 드러났다.

무자격자에 의한 불법 대리수술 사건은 정형외과, 성형외과 등을 중심으로이 끊이질 않았다. 정형외과 등 일부 진료과에서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병원내 수술 과정에 참여하는 일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사건들은 의료사고가 발생해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나거나 내부자 고발로 드러난 사례다. 그렇지 않으면 밀폐된 수술실 공간에서 벌어지는 불법 대리수술을 확인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뒤늦게 문제가 터졌을 때라도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건 병원내 설치된 CCTV 영상 자료다. 경찰이 불법 대리수술 수사 과정에서 병원에 설치된 CCTV 영상을 분석해 위법혐의를 확인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처음 보도한 MBC 뉴스에 따르면 관할 보건소가 확인한 결과 이 척추전문병원 수술실 입구에 설치된 CCTV에 녹화된 영상이 하나도 없었다. 수술실 입구에 CCTV를 설치했지만 녹화를 하지 않았거나 문제가 생기자 촬영된 영상을 삭제했을 수도 있다.

인천 척추전문병원에서 생긴 불법 대리수술 건으로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 추진이 주목받고 있다. 지금 국회에는 수술실 CCTV 설치·운영 관련 의료법 개정안 3건이 제출돼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4월 28일 제1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수술실 CCTV 설치·운영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심사 안건에 올렸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법안소위 심의에서 CCTV 설치 장소, 촬영 의무화 여부를 놓고 위원간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환자안전 위한 '수술실 CCTV 설치법' 처리 또 보류>

복지위는 오늘(26일) 법안소위 차원에서 수술실 CCTV 의무화 입법 공청회를 열고 환자단체, 의료계 등의 의견을 수렴한 후 법안 심사에 대한 결론을 낼 방침이다. 

환자단체는 수술실 CCTV 설치 관련해 수술실 입구가 아닌 내부에 설치, 의료기관 자율이 아닌 의무적으로, 촬영 대상은 모든 의료행위로, 환자로부터 요구가 있으면 의료인 동의가 없어도 촬영 허용 등이 반드시 법개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국환제단체연합회는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국회는 무자격자 대리수술을 근절하기 위해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심의 중인 수술실 CCTV 의무 설치 및 촬영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며 "수술실 CCTV법이 유령수술과 무자격자 대리수술, 성범죄, 의료사고 은폐 등을 완전히 방지할 수 없지만 최소한의 확보 수단이기 때문에 신속한 입법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불법 대리수술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강력한 내부자정에 나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관련 기사: [편집국에서] 끊이질 않는 대리수술...'의료전문주의'가 있긴 한 건가>

이번에도 대검찰청에 불법 대리수술 의혹을 사고 있는 척추전문병원 대표원장 등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비윤리 행위 회원에 철저하게 무관용으로 법적인 조치를 받게 함으로써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환자가 의료인간 불신을 조장하고 사생활 침해 등 다양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의협은 수술실 CCTV 설치 관련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의료사고 예방에 대한 효과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정상적인 진료를 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의료진을 위법행위의 가능성이 있는 감시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규제하게 된다"며 "실태조사 등의 명확한 필요성 검증 없이 CCTV 설치 강제화를 통한 감시체계보다는 외과계 의사 부족 해소를 위한 정책적 지원과 안정성 보장, 수술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재정적 지원 등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불합리성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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