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약평위 문턱 넘어...건보공단과 약가 협상 남아
"재발율 높은 난소암 특성상 1차 유지요법 중요”

[라포르시안] 한국다케다제약의 난소암 치료제 ‘제줄라’(성분명 니라파립)가 빠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1차 유지요법에서 건강보험 급여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럴 경우 BRCA 등 특이 유전자 변이 전체 환자군에서 '올 커머(All Comer)'가 가능해진다.

제줄라는 올해 2월부터 2차 이상 백금기반요법에 반응한 백금민감성 재발성 BRCA 변이 유지요법 및 4차 이상 BRCA 변이 치료요법에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그러나 1차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에 반응(부분 또는 완전반응)한 난소암(난관암 또는 일차 복막암 포함) 성인 환자의 단독 유지요법에서는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본인부담 100%로 처방받아야 했다.

난소암은 전 세계 부인암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특별한 증세가 없다가 암이 전이된 이후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흔한 질환이다.

특히 난소암 첫 번째 치료 이후 약 85%가 재발을 경험할 정도로 재발률이 높고, 재발할 때마다 생존기간이 줄어 초기 치료 단계부터 효과적 약제를 사용해 재발 시기를 늦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1차 유지요법에서의 급여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앞서 김영태 대한부인종양학회장은 “2차 및 4차 이상에서 급여 확대가 된 만큼 1차 치료에서도 약제 접근성이 강화돼 제줄라가 필요한 환자들이 적절한 시기에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제줄라의 1차 유지요법 급여 적용이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약평위) 문턱을 넘은 것으로 확인돼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난소암 환자들의 초기 치료비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줄라의 1차 유지요법 건보 급여 적용 건이 약평위를 통과했으며,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 결과도 나왔다”며 “정부에서 평가하는 기준으로 볼 때 이미 급여 적용 관문을 통과한 것으로, 현재 약가 협상에 들어간 단계”라고 말했다.

한국다케다제약은 이번 1차 유지요법 급여 적용과 관련한 근거로 1차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에 완전 또는 부분반응을 보인 난소암 성인 환자 73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PRIMA 임상 연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 결과, 제줄라는 위약 대비 2배 이상 긴 21.9개월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을 나타냈고, 질환 진행 및 사망에 대한 위험률을 57% 감소시켰다.

전체 환자군에서 확인한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제줄라 13.8개월로, 위약 대비 약 1.5배 이상 연장된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을 보이면서 질환 진행 및 사망에 대한 위험률이 38% 감소핶다.

임상 현장 의료진은 제줄라의 1차 유지요법 관련한 효과와 안전성이 확보된 만큼 급여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대한부인종양학회 허수영 보험위원장(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난소암은 재발율이 높은 질환 특성상 항암화학요법의 성공적인 종료 후 1차 유지요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위원장은 “제줄라는 BRCA 변이 관계없이 모든 환자에게 사용 가능한 PARP 억제제로 1일 1회 투약으로 질환 관리가 가능해 환자들의 복약 편의성도 개선한 약제”라며 “1차 유지요법에서 급여 확대가 이뤄진다면 더 많은 난소암 환자가 치료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줄라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

제줄라는 지난 2017년 3월 BRCA 변이 여부와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최초의 PARP 억제제로 미국 FDA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2차 이상 유지요법과 4차 이상 치료요법에서 급여가 적용되지만 BRCA 양성에 한정돼 있다. BRCA 음성 환자는 산정특례를 받지 못하고 본인부담 100%로 약을 쓰고 있다.

이런 이유로 BRCA 변이 여부와 상관없이 보험적용을 해달라는 환자들의 촉구가 이어져 왔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엄마가 난소암을 앓고 있다는 딸이 'BRCA 유전자 변이가 없는 91%의 난소암 환자들도 신약을 복용하게 해주세요’라는 청원을 올려 수만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당시 청원인은 “보건복지부가 왜 BRCA 유전자 변이를 가진 9%의 환자들에게만 급여를 제공키로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비급여로 복용하면 약값은 한달에 약 450만원이다. 이렇게 비싼 약을 1년 이상 아무 부담없이 복용할 수 있는 환자는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제한적인 건강보험 재정을 감안할 때 BRCA 음성까지 급여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의료진은 “BRCA 양성에 비해 음성 환자가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을 생각하면 보건당국이 쉽게 고가의 항암제를 급여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러나 제줄라는 BRCA 음성에서도 질환 진행 및 사망위험률을 62% 감소한다는 근거를 가지고 있다. 효과가 확인된 만큼 BRCA 변이 여부에 관계없이 급여가 적용돼 모든 난소암 환자도 부담없이 치료를 받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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